선거구 획정 과정, 부끄럽기 짝이 없다

내용과 절차 모두 문제, 비례의석 오히려 줄여

22대 국회 '국민 참여 선거제 공론화' 실현하길

2024-03-03     강민정 국회의원 
4·10 총선 선거구 획정안을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되고 있다. 2024.2.29 연합뉴스

총선을 40일도 안 남겨놓은 때라 각 당 공천과 관련한 기사가 언론을 도배하고 있다. 그 와중에 국회에서는 22대 총선 선거구 확정이 이루어졌지만 선거구 획정이 어느 당에 유리할지, 바뀐 선거구에 유력 후보는 누구일지 등에 관해서만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러나 지난 2월 29일 국회에서 의결된 선거구 획정은 향후 우리 정치에 영향을 끼치게 될 결정이었고, 여러모로 되짚어 볼 문제들을 내포하고 있다. 

이번 선거구 획정은 내용과 절차 모두 부끄럽기 짝이 없는 일이라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절차 면에서의 문제다. 늘 그랬듯이 이번에도 법정시한을 한참 넘기고 총선 40일 전에야 겨우 선거구획정안이 의결되었다. 법을 만드는 입법기관이 법을 위반하면서 ‘현실여건의 불가피성’이나 ‘사실상 오래 반복되어 왔던 관행’이라는 말로 결코 합리화할 수는 없는 일이다. 

물론 이는 2월 초에나 결론난 선거제 논의가 우리 정치 발전을 위한 제도 도출이라는 생산적이며 미래지향적 논의는 꺼내 보지도 못한 채 병립형으로 과거회귀할 것인가, 현행 준연동형을 유지할 것인가 수준에 머물렀던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둘째, 확정된 선거구의 내용적인 것은 더 문제다. 양당 간 선거구 협상을 둘러싼 줄다리기 결과 이번 총선 선거구는 지역구가 한 석 늘어 254석이 되었고, 비례는 한 석이 줄어 46석이 되었다. 

양당은 비례의석을 더 늘려도 모자랄 판에 비례의석을 줄였다. 그동안 비례의석은 56석, 54석, 47석으로 계속 줄어 왔다. 정치발전에 대한 제도적 고민을 내팽개친 채 거대 정당들의 이해관계 관철을 위한 야합의 결과였다. 

이번 22대 국회에서 비례의석이 46석으로 또 줄어들게 된 것도 철저하게 지역구의원 중심, 국민보다 정당 이해관계를 우선한 거대 양당 간 야합이라 비판해도 부정하기 어렵다. 

비례의석은 사회·정치적 약자의 참정권을 보장하고, 우리 사회 각 영역의 전문성을 입법기관 내에 확보하기 위한 제도다. 특히 국회가 지역현안에 속박되지 않고 중앙정치와 전국적 차원에서 필요한 의정활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보완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지난 가을부터 2월 초까지 지속된 병립형과 준연동형 선거제, 위성정당을 둘러싼 갈등과 혼란도 실은 비례의석이 지나치게 적은 현 국회 구성에서 비롯된 결과라 할 수 있다. 

누구도 원하지 않았지만 비례와 지역의원 수가 1:5.3이라는 현행 선거제의 원천적 불비성으로 인해 21대에 이어 22대 총선을 앞두고서도 선거제를 둘러싼 소모적 논쟁과 갈등이 반복될 수밖에 없었다. 선관위가 이미 비례와 지역구 비율을 1:2 구조로 변경하라는 권고안을 낸 지 오래지만 이런 논의는 꿈도 꿀 수 없는 상황이었다. 

22대 국회는 정당 이해관계를 앞세운 소모적인 선거제 논의나 의석 구성 조정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 아울러 국민이 거대 당들의 이해관계로 인해 선거제도와 의석 수를 둘러싼 양당 간 힘겨루기 싸움을 멀뚱히 지켜보기만 하는 상황도 이제 끝나야 한다. 

선거제는 국회의원은 물론 정당 이해와 직결되는 문제다. 더 이상 이해당사자성을 갖는 국회의원들이 아니라 국민 관점에서 최선의 선거제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시민에게 결정권을 넘겨주는 방식을 찾아야 한다. 

선수가 룰을 만드는 일이 더 이상 계속되지 않아야 한다. 선거제를 둘러싼 이 모든 논란과 소모적 논쟁은 결국 선수인 국회의원들이 경기를 목전에 두고, 경기규칙을 만드는 불합리한 구조의 불가피한 결과다. 

그러니 선거제만큼은 단순 참고의견이 아니라 일정한 권한을 갖는 ‘선거제 공론화위원회’가 구성되어 개혁안을 도출해야 한다. 작년 5월 정개특위가 운영한 공론화위원회가 ‘숙의를 거친 시민의 집단지성’이 얼마나 높은 수준인지 입증해 주었다. 

이미 관련 법들이 국회에 제출되어 있다. 바라기는 총선 후라도 21대 국회 임기 내 처리되면 좋겠다 싶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모르겠다. 그래서 당부드리는 바다. 22대 국회는 ‘국민 참여형 선거제 결정제도’ 도입을 선택이 아니라 필수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반드시 선거에 임박해서가 아니라 임기 초반에 결정해야 한다. 그래야 각 당과 국회의원들의 직접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롭게 선거제 논의를 할 수 있다.

22대 국회가 누구나 동의하지만 현실에선 구현되지 않는, 더 많은 비례성·다양성·대표성이 실현되는 국회 만들기를 역사적 사명으로 삼고 실천하면 좋겠다. 

22대 국회가 제대로 된 선거제 개혁으로 우리 정치를 한 발 앞으로 나아가게 하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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