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그룹 ‘추정손실’ 1년새 49% 늘어 2조 육박

지난해 연체율 상승 1조 9660억…역대 최대

경기 둔화에 고금리로 회수 불능액 눈덩이

고정이하 여신도 2.5조 늘어 8조원 가까이 커져

정부 여당은 여전히 금융권에 선심성 지원 압박

2024-02-27     유상규 에디터
국내 4대 금융그룹의 4대 은행의 간판. 2023. 2. 7. 연합뉴스

4대 금융그룹의 ‘추정손실’(사실상 회수를 포기한 부실 채권) 대출 규모가 역대 최대인 2조 원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이에 아랑곳없이 정부와 여당은 총선을 의식해 금융권을 통한 선심성 공약을 줄이어 내놓고 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4대 금융그룹(KB·신한·하나·우리)의 지난해 말 기준 추정손실은 총 1조 9660억 원으로 전년 말 1조 3212억 원보다 48.8%나 급증했다. 1년 사이에 6448억 원이 늘어 역대 최대 액수를 고쳐 썼다.

금융그룹별로 보면, KB금융의 추정손실 규모는 2022년 말 2123억 원에서 지난해 말 3926억 원으로 1803억 원(84.9%) 늘어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신한금융은 5759억 원에서 7514억 원으로 30.5% 증가했다. 추정손실 액수로는 4대 금융그룹 가운데 규모가 가장 컸다. 하나금융은 2350억 원에서 3430억 원으로 46.0%, 우리금융은 2980억 원에서 4790억 원으로 60.7% 각각 증가했다. 1년 사이 추정손실 증가액은 우리금융이 1810억 원으로 가장 많았다.

비상장회사인 농협금융은 그룹 연결 기준 추정손실을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계열사인 농협은행 기준 추정손실은 1179억 원에서 1335억 원으로 13.2% 증가했다.

 

4대 금융그룹 추정손실 현황

금융회사가 보유한 자산의 건전성 정도는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5단계로 분류된다. 이 중 고정은 연체 기간이 3개월 이상인 여신이며 고정 이하 여신은 부실채권(NPL)으로 분류된다.

건전성이 가장 낮은 단계인 추정손실은 은행의 경우 ▲채무상환능력의 심각한 악화로 회수 불능이 확실해 손실처리가 불가피한 것으로 판단되는 거래처에 대한 자산 중 회수예상가액 초과분 ▲12개월 이상 연체대출금을 보유하고 있는 거래처에 대한 자산 중 회수예상가액 초과분 ▲최종부도 발생, 청산·파산절차 진행 또는 폐업 등의 사유로 채권회수에 심각한 위험이 존재하는 것으로 판단되는 거래처에 대한 자산 중 회수예상가액 초과분 등에 해당하는 자산으로 사실상 회수를 포기해 손해 확정된 액수로 볼 수 있다.

추정손실을 포함한 4대 금융그룹의 전체 고정이하여신도 2022년 말 5조 3997억 원에서 지난해 말 7조 9378억 원으로 2조 5381억 원(47.0%) 증가했다.

 

4대 금융그룹 고정이하 여신 및 추정손실 현황

금융그룹들은 지난해 부실채권 규모가 급증한 원인으로 경기 둔화와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연체율 상승 등을 꼽았다.

KB금융은 "경기 침체로 인한 취약 차주들의 자산 건전성 악화에 기인한다"고 말했다. 핵심 계열사인 은행을 중심으로 전반적인 건전성이 나빠졌다는 설명이다. KB국민은행의 추정손실은 2022년 말 865억 원에서 지난해 말 1801억 원으로 2배 넘게 늘었다. 5대 은행 가운데 액수와 증가율이 모두 가장 컸다.

신한금융은 "신용회복위원회의 프리워크아웃(사전채무조정)에 따라 카드사의 추정손실이 늘었다"며 "증권사의 경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성을 보수적으로 재평가해 여신을 다시 분류했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은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인해 개인대출, 중소기업·소호 대출, 부동산 개발 금융, 해외 상업용 부동산 등의 부실이 증가한 결과"라고 말했다.

우리금융은 "태영건설 워크아웃, 해외법인 취급 여신의 연체, 부동산 PF와 카드사 연체 등의 영향으로 추정손실이 증가했다"고 했다.

금융그룹들은 연초부터 리스크 관리에 고삐를 죄고 있다. 취약 차주에 대한 조기 신용 평가, 고위험 차주 선별, 부실기업 대출에 대한 조속한 정리, 가계대출에 대한 관리 강화 등 필요한 수단을 총동원하고 있다. 4대 금융그룹은 지난해 연간 총 8조 9931억 원에 달하는 대손충당금을 적립해 2022년보다 73.7% 늘렸다.

하지만 4월 총선을 앞둔 정부와 여당의 은행권에 대한 금융취약계층 지원 확대 등 선심성 압박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26일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금융위원회 등 관계 부처는 은행권으로 하여금 6000억 원 규모의 금융취약계층 대상 지원 방안을 마련하도록 했다. 이는 지난달 17일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정한 소상공인과 서민 등 금융취약계층의 이자 부담 경감 방안에 대한 후속 조처다.

은행권은 지난달 약 188만 명에게 1조 5000억 원 규모의 이자를 환급하기로 하고, 다음달 말까지는 소상공인 임대료 지원 등 6000억 원 규모의 취약계층 지원 방안도 추가로 공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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