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위성정당이냐"는 언론, 그런 말 할 자격 있나

4년 전 국힘 위성정당 때부터 제대로 지적했나

조선일보, 연동형의 대표-비례성 강화 취지부터 부정

무책임하다는 비판 스스로에게 먼저 던져야 할 말

2024-02-06     이명재 에디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5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제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4.2.5. 연합뉴스

이재명 대표의 선거제 준연동형 고수 및 비례 통합정당 추진 방침에 대해 다수의 언론들이 비판하고 나섰다. 많은 언론들이 이를 ‘결국 또 위성정당이냐’라는 제목과 내용으로 전하고 있다.

특히 이른바 ‘보수’ 언론들이 맹공을 가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이재명 대선 공약 뒤집고 또 총선 위성정당 만들기로>라는 제목으로 전하면서 “이번에도 꼼수 정당 난립을 예고한다”고 쓰고 있다.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도 크게 다르지 않다. 중앙일보는 <거대 양당 4년 전 꼼수 위성정당 되풀이>로, 동아일보는 <또 48cm 투표지 위성정당 총선>이라는 제목으로 각각 이를 전하고 있다. 이들 주요 '보수' 신문들뿐만 아니라 다른 대부분의 언론들도 비슷한 시각이다.

<여야, 위성정당 속도…‘의원 꿔주기-선거뒤 합당’ 꼼수> <이리저리 주판알 튕기다 ‘위성정당’ 회귀한 李의 무책임> <李대로 된 게임의 룰… 결국 위성정당 꼼수> 등의 제목을 붙이고, “범야권 정당과의 꼼수 야합을 공식화한 것”이니 “참으로 무책임하고 뻔뻔하다”고 비판하는 식이다. 거대 양당을 함께 비판하는 양비론 형식을 취하기도 한다. “이번 결정은 거대 양당이 철저히 계산기를 두들긴 결과라는 게 정치권 해석이다.”

이같은 언론의 ‘결국 위성정당이냐’라는 비판은 위성정당이라는 기형적 현상에 대한 정당한 지적이랄 수 있다. 애초에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기상천외한 발상의 정당 형태가 두 번의 선거에서 연속적으로 나타나게 된 것은 당연히 비판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언론의 지적대로 '결국 또' 위성정당이냐라는 지금의 현실은 어떻게 해서 초래된 것인가, 라는 개탄 섞인 비판은 누구보다 언론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이다. 언론은 '결국' 위성정당이 또 나오게 된 상황에 대해 과연 할 말이 있는가, 비판할 자격이 있는가를 되물어야 한다. 비판할 자격이 있는지 따지지 않더라도 최소한 결국 위성정당에 대해 책임을 지는 모습이 언론에 먼저 필요하다.

21대에 이어 22대 총선에서도 위성정당이 나오게 된 데에는 그 원인과 책임을 크게 3곳에서 찾을 수 있다.

 

이재명 대표의 연동형 고수를 비판적으로 전하고 조선일보의 2월 6일자 1면 기사.  

첫 번째는 당연히 국민의힘당이다. 국힘당은 2020년에 연동형 선거법의 정신을 근본적으로 뒤엎는 위성정당을 들고 나와 선거판을 어지럽힌 데 이어 이번 선거에서도 위성정당 창당을 공식화하고 창당 작업에 들어가 있다. 

국힘당이 직접적인 문제의 원인이라면 다른 두 곳은 이를 시정하고 감시할 역할을 해야 할 곳들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4년 전 국힘당의 공공연한 위성정당 창당행위를 합법적인 창당행위로 인정해서 등록증을 내줬다. 그 결과 선거법이 무력화되고 말았다. 중선위는 이번 선거에서도 위성정당 시도를 막기 위한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세 번째가 언론이다. 언론은 이같은 위성정당 파행에 대해 제대로 비판하고 지적하는 역할을 거의 하지 않았다. 국힘이 드러내놓고 탈법적 행위 일삼는 것을 관전평 쓰듯이 보도하는 데 그쳤다. 이번 총선에도 '거대 양당의 횡포'라는 양비론만 펼 뿐 문제의 주요 원인을 짚고 책임의 경중을 따지는 보도는 거의 없다. 언론은 지난 총선 때와 같은 보도 행태를 보임으로써  '결국' 4년 만의 위성정당 사태 재연을 방임하고 있다. ‘결국 또 위성정당’의 상황이 되풀이되는 것은 언론 자신이 어디보다도 큰 책임을 져야 할 일이다. 

중앙일보는 “거대 양당의 습관화된 비토크라시(vetocracy)가 이번 사태를 불러왔다”고 지적하고, 동아일보는 “기괴한 선거 또 하겠다니”라고 개탄하고 있지만 언론 자신의 '습관화된' 양비론적이며 구경꾼같은 중계보도야말로 '기괴한 선거'를 낳고 있는 것이다.  

특히 위성정당 사태를 방조하는 곳은 조선일보다. 이 신문은 위성정당에 대한 방조를 넘어서 연동형 선거법 자체가 문제였다는 논리로 국힘당의 입장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조선일보는 5일자 사설에서 ”애초 문제가 많은 선거법을 만든 것이 민주당”이라면서 “지난 총선을 앞두고 공수처법 통과에 정의당 등 군소 정당의 협조를 받기 위해 멀쩡한 선거법을 뜯어고쳐 준연동형을 도입했다”고 했다.

이는 국회의원 선거 제도의 문제점으로 오랫동안 지적돼 대표성과 비례성, 다양성의 부족을 개선하기 위한 연동형으로의 선거법 개정을 애초부터 인정하지 않고 논의 자체를 거부한 국힘당을 대변하는 논리 그대로이다. 

그러나 국힘당이 스스로 입법과정에 불참을 선택한 2020년 선거법 개정은 국회의 과반수 찬성, 그것도 재적의원의 60%가 넘는 가중과반수 찬성으로 통과됐다. 이의 입법 과정에서도 다양한 주체들이 참여해 이뤄낸 합의였다. 제3, 제4 원내교섭단체까지 참여했으며 원내교섭단체가 아닌 정의당이 캐스팅보트를 쥐고 강력한 발언권을 행사했다.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의 말대로 “20대 국회의 개정선거법이야말로 가장 다양한 선수들이 머리를 맞대고 합의해서 만든 멋진 게임의 룰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조선일보는 이같은 개정 선거법에 대해 “국회의원조차 이해하기 어렵고 국민은 알 필요가 없다는 제도”이며 “4년 전 선거법을 누더기로 만들어 정치를 희화화했다”고 쓰고 있다. 그러나 애초에 이해할 생각이 없이, 국민에게 알 필요가 없다는 식으로 보도한 것은 바로 조선일보 자신이었다.

조선일보는 민주당이 격론 끝에 연동형이냐 병립형이냐의 최종 결정을 이재명 대표에게 위임한 것에 대해 “5200만 국민 중 단 한 사람, 이 대표가 며칠 만에 결정하는 상황이 된 것은 상식 밖이고 비민주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한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5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5000만 명이 큰 영향을 받을 선거의 선거제를 5000만 국민이 이재명 대표 한 사람의 기분과 눈치를 봐야 되는가”라고 한 말과 거의 똑같은 말이었다.

그러나 이 말은 4년 전에 이어 또다시 위성정당 창당에 나선 국힘당이 선거법을 뒤흔듦으로써 다른 정당들이 그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 된 것에 대해 먼저 스스로에게 했어야 할 말이었다. 조선일보는 국힘당과 거의 '일체화'된 논리와 시각을 내보냄으로써 스스로 비판하는 위성정당 사태를 방조하는 것을 넘어서 조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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