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희 의원이 이재명 테러범과 똑같다는 문화일보
"대통령 살해하려 했을 수도" 황당한 논리적 비약
대통령실 주장 그대로 받아쓰며 '경호처 난동' 옹호
사실관계 왜곡에서부터 국회, 국민 무시하는 인식
민심을 전하는 국회의원을 폭력으로 제압한 대통령 경호처의 행태를 놓고 오히려 강성희 의원의 행패라고 비난하는 것은 물론 이재명 대표에 대한 살인미수 테러범과 다를 바 없다는 식의 논지를 편 문화일보의 보도가 정치권은 물론 많은 시민들의 공분을 자아내고 있다.
22일 민주당, 정의당, 기본소득당, 진보당 등 야4당의 원내대표가 긴급 회동을 갖고 대통령실 경호원에게 끌려간 강성희 의원 사태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와 경호처장 파면을 촉구하기로 의견을 모은 가운데 진보당은 "대통령실 주장이 본질을 왜곡하고 있는데도 대통령실 일방 주장을 받아쓰는 언론 보도 행태와 논조 변화 등에 관한 제보를 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진보당이 지목하는 언론의 '문제 보도'는 문화일보가 경호처의 난동 다음날인 지난 19일자에서 강성희 의원을 이재명 대표에 대한 흉기 테러범에 비유해 “강 의원이 마음만 먹었으면 더한 일도 저지를 수 있었을 것”이라며 “경호 요원이 적극적으로 차단하는 것은 당연한 책무”라고 주장한 사설이다.
문화일보의 이 사설은 자신의 지역구에서 열린 공식행사에서 대통령과 인사를 나누던 국회의원을 야당 대표를 살해할 의도로 치밀하게 계획을 세워 흉기를 가지고 접근한 테러범과 동일시하고 있다. 그같은 전제에서 출발해 '마음만 먹었으면 더한 일도 저질렀을 것’이라는 논리적 비약을 거듭하고 있다. 이런 논리대로라면 대통령과 인사를 나누는 국민 누구라도 '대통령을 해칠 마음을 갖고 있을 수 있는' 잠재적인 테러범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대통령 신변 안전을 얘기하면서 이재명 대표 테러 사건을 들먹이는 것도 이중적이다. 이 대표에 대한 테러 때는 범인에 대해 "평소에 점잖고 성실했는데”라는 기사를 싣는 등 테러의 파장을 축소하려는 듯 용의자에 우호적인 보도까지 내보냈던 것을 고려하면 이율배반적인 태도다.
이같은 논리적 비약이나 이중성도 문제지만 사실관계에서부터 일방적인 주장에서 출발하고 있다. 문화일보의 이 사설은 ‘사건’이 발생한 다음날 실린 것으로, 전날 유튜브에 공개된 현장 영상을 통해 얼마든지 당일의 상황을 확인할 수 있음에도 사실과는 거리가 먼 대통령실의 해명을 전적으로 따르면서 논리를 전개하고 있다. 시민언론 민들레의 기사 등을 통해 알 수 있듯 영상 속의 강 의원은 악수하는 과정에서 소리를 지르지 않고 잡았던 손을 놓는 등 평이하게 악수를 나눴으며, 대통령도 강 의원과 악수하면서 불안감을 보이기는커녕 시종일관 얼굴에 웃음기를 띠고 있다. 문화일보는 이 영상이 아닌 다른 어떤 사실을 근거로 강 의원에 대해 ‘위협’ ‘행패’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그러나 이같은 논리적 비약과 사실관계에 대한 일방적 주장보다 더한 문제는 그 주장의 전제다. 설령 대통령에 대해 고성을 지르고 손을 끌어당겼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국회의원을 테러범 대하듯 입을 틀어막고 사지를 들어 내팽개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는 인식이 문제인 것이다. 문제의 본질은 고성을 질렀느냐 아니냐가 아니고, 손을 잡아 끌었느냐 아니냐에 있지 않다. 국민의 대표이며 그 개개인이 헌법기관인 국회의원, 나아가 그 국회의원이 대표하는 국민의 입을 함부로 막고 테러범 대하듯 하는 게 타당하냐는 것이다.
손솔 진보당 대변인이 22일 야4당 회동 결과에 대해 “민심을 전한 국회의원에게 폭력적인 경호권을 행사한 것은 국민의 대의기관인 입법부와 주권자인 국민을 모독하고 민주주의를 짓밟는 중대 범죄”라고 비판했듯 이 사건은 문화일보가 주장하듯 대통령의 봉변이 아니라 강성희 의원이 당한 ‘봉변’이며 국민들이 당한 봉변인 것이다.
문화일보는 위의 사설에서 “강 의원의 행패는 국회의원은 물론 시민의 기본 소양조차 갖추지 못한 행태”라면서 “초등학생도 때와 장소를 가릴 줄 안다”고 비난했지만 문화일보의 이같은 인식과 논리는 초등학생이라도 수긍하기 어려운 주장이다.
이번 사태에 대해 '보수'로 분류되는 동아일보조차 <무례하게 도발한 의원이나, 입 막고 끌고 나간 경호실이나>에서 “강 의원의 행동은 대통령에 대한 예의에 어긋나는 일이지만 그렇더라도 경호실의 과잉 경호를 정당화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하면서 "강 의원이 소리쳤지만, 위해 가능성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고 해 양쪽을 함께 비판하고 있지만 문화일보에서는 그같은 기계적 양비론조차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공영방송 KBS를 마구 흔들고 있는 박민 사장이 문화일보 출신이라는 것과도 겹쳐지는 대목이며, '살구빛 조선일보'로 불리는 문화일보다운 면모를 재확인시켜 주는 보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