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언론氏, 걱정도 0.54%만 하자”

월드컵 중계 못지 않은 ‘품절 주유소’ 보도
“품절 60곳 중 1곳은 강원도에 있습니다...”

2022-12-03     이승호 에디터

 

서울의 한 주유소에 휘발유 품절 문구가 붙어 있다. 2022.12.01. 연합뉴스

화물연대 파업에 동난 휘발유, 품절 주유소 21곳…“정유, 업무개시명령 검토” (서울신문 2022.11.30)

“화물연대 파업 D+9…전국 품절 주유소 52곳으로 늘었다” (국민일보 2022.12.2)

“주유소에 기름이 없다니” 화물 파업이 부른 품절 대란 (헤럴드경제 2022.12.3)

‘화물연대’ 파업 여파?…기름 동난 주유소 잇따라 (세계일보 2022.12.3)

전국 품절 주유소 60곳…충남까지 확산 (TV조선 2022.12.3)

화물연대 파업 때문에 품절된 주유소가 속출하고 있다는 기사들이다. 카타르 월드컵 중계 못지 않은 열기가 느껴진다. 이쯤되면 실시간 중계다.

날짜에 따라 숫자만 다를 뿐 기사들은 모두 엇비슷하다.

어떤 매체는 친절하게도 ‘60곳으로 늘었는데 하루 전보다 8곳 늘었다’는 식으로 알려준다. 60곳 중 1곳은 강원 지역이란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박일준 산업부 2차관의 “품절 주유소가 수도권뿐 아니라 충남까지 확산하는 상황은 엄중하게 인식한다”는 엄중한 걱정도 전한다.

숫자를 좀 들여다보자. 2022년 4월 중순 기준 전국의 주유소는 1만1천94개다. 이 가운데 60곳이 품절이면 0.54%쯤 된다.

왜 이런 계산까지 할까. 정부와 언론의 걱정을 나 몰라라 하자는 게 아니다. 다만 정부는 정도껏 발표하고, 언론은 정도껏 기사를 쓰면 좋겠다는 말이다. 정부가 주유소 대상으로 ‘화물연대 파업으로 품절’이란 안내문을 붙이라고, 그런 권고까지 했다는 얘기에는 눈물이 앞을 가린다.

걱정도 0.54%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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