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힘 탈당·창당 선언 "공천 후보군 60~80명"
"평생 가장 큰 수익률 담보할 주식은 신당 투자"
"국힘·민주 가리지 않고 여러 인사와 얘기 중"
"국힘한테 총괄선대위원장직 제안 받았지만 거절"
세 확보 뒤 국힘으로 투항했던 바른정당 전철 우려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국민의힘 탈당과 가칭 '개혁신당’ 창당을 선언했다. 이 전 대표는 27일 오후 서울 노원구 상계동 마포숯불갈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천명했다. 다만 과거 바른정당, 바른미래당, 새로운보수당 등 이 전 대표가 관여했던 보수 개혁 노선의 정당들은 결국 국민의힘 계열 정당으로 흡수됐다는 점에서 이 전 대표가 창당할 신당도 향후 이런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의구심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저는 오늘 국민의힘을 탈당한다”면서 “이제 시민 여러분이 상대를 쓰러뜨리기 위한 검투사의 검술을 즐기러 콜로세움으로 가는 발길을 멈춰 달라”고 밝혔다. 이어 “제가 하는 신당에서는 위기를 정확하게 직시하고 당당하게 표 떨어지는 이야기를 하겠다”면서 “상대를 빌런으로 만드는 정치를 하고자 한다면 저는 일백 번 고쳐죽는 한이 있어도 그 사람의 멱살을 잡고 아고라로 들어와 다시 미래를 이야기하도록 강제하겠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또 “몇 개의 의석을 만들어낼지 확실하지도 않은 누군가의 말에 신빙성이 없고, 실행이 담보되지 않는다고 생각하신다면, 더 많은 의석을 만들어 달라”면서 “여러분이 평생 사게 될 주식 중에 가장 큰 수익률을 담보하는 주식은 바로 이 신당에 투자하는 지지와 성원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눠줄 돈과 동원할 조직없이 당을 만들어 성공한다면, 정치의 문화가 확 바뀔 것”이라면서 “앞으로 저만의 넥스트 스텝을 걷겠다”고 밝혔다.
기자회견문 낭독에 이은 질의, 응답 시간에 이 전 대표는 신당 창당의 구체적 일정을 밝혔다. 이 전 대표는 “일반적 창당 과정과 마찬가지로 시도당과 중앙당을 창당할 것”이라면서 “허례허식이 없는 형태로 시도당 대회는 간소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에 다시 합류할 것이라는 관측에 대해 이 전 대표는 “어제까지 평론가들이 이준석이 한동훈 전화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면서 “저는 4일째 전화기를 꺼 놓고 있었고 결심을 굳히고 이 행동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 노회찬 의원이 하고자 했던 노동의 가치까지는 정당에 편입할 생각이 있다”면서 “다양한 스펙트럼이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전 대표는 “노회찬 전 의원이 말한 노동의 가치는 그 시절 정의당까지 말한 것이고 지금 정의당과는 다르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내년 총선에서 자신의 지역구였던 노원병 출마 가능성에 대해 이 전 대표는 “상계동 출마 생각을 버린 적이 없지만, 신당 과정에 있다 보니까 신당에서 다른 역할이 부여될 수도 있다”면서 “상계동 가능성과 다른 곳 가능성을 놓고 저울질하거나 간 보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상계동을 떠나야 하는 상황이 오면 당원, 주민들에게 지체없이 알려드릴 것”이라고 밝혔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체제에 대해 이 전 대표는 “한 전 장관과 나는 경쟁자의 관계로 들어섰다”면서 “한 전 장관이 한다는 혁신에 있어서 좋은 혁신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까지 내용이 나오지 않아서 평가하기는 어렵다”면서 “어려운 과정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전 대표는 국민의힘으로부터 총괄선대위원장 자리를 제안받았지만 거부했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는 “꾸준히 몇 달간 제안을 받았다”면서 “책임 있는 사람으로부터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전 대표는 “전혀 마음이 동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낙연 전 총리와의 소통 가능성에 대해 이 전 대표는 “어느 누구와도 열려있다”면서 “이낙연 전 대표 같은 정치 선배에게 재촉하거나 기대하는 행보는 예의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 국민의힘, 민주당 가리지 않고 여러 인사와 교류하면서 국가에 대한 고민하는 많은 분과 이야기하고 있다”면서 “완벽한 동일성을 찾아 헤매는 것보다는 같은 점을 찾아서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에 따르면 현재 공천 예정 후보군은 60~80명에 이른다. 이 전 대표는 “이미 이들과 개인적으로 연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총선 전 국민의힘 연대에 대해 “가능성이 없다”고 선을 그었고 선거 후도 이러한 스탠스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문제는 이 전 대표의 과거 전력상 총선 이후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과 힘을 합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만약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강력한 대선주자로 떠오르면 국민의힘 대선 주자를 지원하기 위한 역할을 맡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진정한 의미에서 ‘윤석열 정권 심판’을 원하는 유권자라면 이준석 신당에 대해 이러한 가능성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더 큰 문제는 이 전 대표를 통해 젊은 층과 연성 민주당 지지층의 표를 확보하겠다는 보수진영의 기획이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다음 대선이 한동훈 위원장과 이준석 전 대표의 대결이 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민주당 비명계에서도 “이준석이 다음 대권주자가 될 것”이라는 언급이 나온 바 있다. 이준석 전 대표를 통해 ‘반윤석열’ 성향의 유권자 가운데 약한 민주당 지지 표를 확보하겠다는 복안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날 이준석 전 대표는 “칼을 사용하려고 한다”면서 정치 검찰을 에둘러 비판했지만, 그 칼이 부당하다면 어떻게 그 칼을 없앨지에 대해 방법론을 언급하지 않았다. 이는 ‘개혁 신당’을 창당하려는 이준석 전 대표의 근본적 한계를 드러내는 지점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