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만 치더니…이태원 중대본, 예고 없이 문 닫아

33일 만…총리실 원스톱센터ㆍ행안부 지원단 '바통'
‘영정도 위패도 없는 기상천외한 분향소’로 여론 뭇매
‘참사’ 아닌 ‘사고’, ‘희생자’ 아닌 ‘사망자’ 용어 큰 물의

2022-12-02     이승호 에디터
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유가족 간담회에서 두 주먹을 꽉 쥔 유가족이 흐느끼고 있다. 2022.12.1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 중대본(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 2일 오후 7시를 기해 운영 종료한다. 참사 이튿날인 지난 10월 30일 출범했으니 한달여만에 문을 닫는 셈이다.

중대본은 출범과 동시에 여론의 뭇매를 맞기 시작했다. 중대본은 가동 첫날 ‘참사’ 아닌 ‘사고’, ‘희생자’ 아닌 ‘사망자’라는 말을 사용했다. 공식 문서는 물론 합동 분향소에서도 ‘사고’와 ‘사망자’라는 말을 썼다.

여론의 비판이 드세지자 중대본과 정부인사들의 표현이 좀 바뀌긴 했다. 그마저 이상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경우 지난달 8일 국회 현안질의에서 “참사급 사고” “거의 참사 수준의 사고” “결과적으로 참사” 등의 해괴한 표현을 썼다.

중대본이 표현을 바꾼 건 지난 11월 30일이다. 유가족 협의회 설립·지원을 하기 위해 만든 행안부 산하 조직의 이름을 ‘이태원 참사 행안부 지원단’이라고 정한 것이다.

중대본에 대한 비판은 구설수로 끝나지 않았다. 영정도 위패도 없는 기상천외한 합동분향소는 특히 여론의 집중 포화를 받았다.

이름 뿐인 장례지원 등은 유족들을 실망시켰고, 장례를 치른 유족들이 하나둘씩 나서 “1대1 매칭이니 뭐니 말만 많았지 빛 좋은 개살구였다”고 성토했다.

기자들 사이에서는 중대본의 ‘내용 없는 언론 브리핑’이 도마에 올랐다. 질문을 해도 제대로 된 답변이 돌아오는 경우가 드물었다.

참사 전후의 경찰 지휘·보고 상황을 묻는 질문에는 “수사와 감찰로 밝혀질 사안”이라는 답변으로 회피했다. 특히 이상민 장관이 10월 30일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라고 말한 배경에 대해 묻자 “장관이 이미 유감과 사과 표명을 했기 때문에 그것으로 답변을 갈음하겠다”는, 동문서답에 가까운 대꾸만 돌아왔다.

중대본 회의 횟수도 나날이 줄어들었다. 참사 초기에는 매일 열었지만 나중엔 주 2회로 줄였다. 언론 브리핑도 횟수를 줄이더니 그마저 서면으로 바꿨다.

한편 기존의 중대본 업무는 국무총리실 산하 '원스톱 통합지원센터'와 행안부의 '이태원 참사 행안부 지원단'이 이어받을 예정이다.

유족들은 냉소적이다. 크게 기대하지 않는 분위기다. “말만 번드르한 이 정부가 ‘지원센터’나 ‘지원단’으로 이름 바꾼다고 뭐가 달라지겠느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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