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이 남북문화교류·이산가족 상봉을 하겠다고?

경쟁 상대 이슈를 선점‧해결해 중도층에 다가서기

18대 대선 때 박근혜 ‘경제민주화’ 공약의 효과

기득권 대표 새누리당이 문재인 측 어젠다 가져와

국힘, 이번 총선에서도 비슷한 홍보전략 수립 예상

자기 정체성 벗어나면 내부 붕괴, ‘못 지킬 약속’ 돼

2023-12-26     최요한 시사평론가

 

내년 4월이면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열립니다. 선거에 출마하는 사람들이 민의를 대변하고 봉사자로서 소양을 갖춰 국민에게 선택받는 선량(選良)들이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권모술수와 마타도어, 흑색선전과 네거티브로 가득 찬 곳이 바로 현실 정치판입니다. 그래서 김대중 전 대통령이 “국민이 현명해야 한다”라고 했나 봅니다. 선거를 알아야 국민이 속지 않습니다. 그래서 선거란 무엇인지부터 자세하게 정리를 해 보겠습니다.

선거전략의 여러 가지 유형

선거는 유권자를 한 명이라도 더 많이 자기 편으로 만들어야 하는 싸움입니다. 그런데 그냥 싸우는 것이 아닙니다. 전략을 가지고 싸우는 겁니다.

선거와 관련된 업을 정치컨설팅 비즈니스라고 합니다. 가장 발달한 미국에서는 정말 많은 사람이 선거전략과 여론조사, 홍보, 미디어 전략 등 정치컨설팅 비즈니스에 몸을 담고 일하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산업이지요. 이 가운데 가장 유명한 이는 단연 딕 모리스(Dick Morris)라는 정치컨설턴트인데, 이 사람은 1970년대 중반부터 이 산업에 뛰어든 정치컨설턴트 1세대라 할 수 있습니다. 1996년에 불가능해 보였던 빌 클린턴의 재선을 성공시켜 전 세계 정치인들의 관심 대상 1순위에 오르기도 했지요.

딕 모리스는 자신의 저서 ‘Power Play’(번역판 파워게임의 법칙, 2003, 세종서적)에서 자신의 6가지 파워게임 전략을 이렇게 정의했습니다.

딕 모리스, '파워게임의 법칙'. 저자는 이 책에서 20여 명의 정치인들 사례를 통해 실질적인 선거전략을 설파했다..

⁃ 상대의 이슈를 내 방식으로 선점·해결한다.

⁃ 첨예한 이슈로 상대 진영을 분할·제압한다.

⁃ 겸손과 설득과 비전으로 조직을 개혁한다.

⁃ 첨단기술로 대중의 감성을 휘어잡는다.

⁃ 공동체의 위기가 닥치면 적대자까지도 결집시킨다.

⁃ 원칙이 아니라 방법을 바꿔서 승리한다.

워싱턴 정가를 주무르는 1급 정치 전략가 딕 모리스는 이 6가지 원칙을 적용 혹은 변형시키면서 ‘무패신화’를 이룩했으며, 1997년 김대중 대통령의 당선에도 일조했다고 전해집니다.

딕 모리스는 파워게임의 본질은 워싱턴의 백악관에서건, 시골 마을의 공회당이나 다국적 기업의 열띤 회의장에서건 동일하다고 주장합니다. 우리로 치면 초등학교 회장 선거나 대통령 선거나 마찬가지라는 겁니다. 다만 거기에 들어가는 물적, 인적 자원과 그 규모에 차이가 있을 뿐, 파워게임을 지배하는 강자들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자신들만의 독특한 전략으로 게임의 대세를 장악한다는 것이죠. 당장의 승패에 연연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의 룰을 자기 것으로 만든다면서 저 6가지 기본전략을 제시합니다. 성공을 거든 사례뿐 아니라 실패로 끝난 사례까지 면밀하게 분석해서 독자들의 이해를 돕습니다.

딕 모리스가 상황을 파악하고 그 상황에 맞는 전략과 전술을 짜는 것은 발군이지만 다만 아쉬운 것은, 그는 훌륭한 정치컨설턴트이기는 하지만 한국의 비극적인 정치 상황을 생각한다면 그의 언명이 너무나 가볍다는 생각이 듭니다. 의도적인지, 그렇지 않은지는 저로서는 알 수 없지만 모리스는 아주 중요한 한 가지를 빼놓고 있습니다. 그는 <파워게임의 법칙> 서문의 앞쪽에 이렇게 기록하지요.

“정치는 정말 재미있는 파워게임이다. 모든 파워게임이 그렇듯, 당사자들은 피가 마르는 긴장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겠지만, 당장 돈을 받고 전략적 조언을 제시하는 나 같은 부류의 ‘모사꾼’들만 해도 무척 객관적으로 사태를 바라보게 된다.”

모리스가 제외한 것은 바로 ‘국민’입니다. 이 ‘국민’이라는 단어를 ‘대중’이라든지 ‘민중’이라든지 ‘인민’이라든지 뭐라 읽어도 상관없습니다만, 중요한 것은 정치 지도자들의 권력 놀음에 피 흘려 상처받고 쓰러지는 ‘국민’은 딕 모리스에게 없습니다.

모리스가 주장하는 바, 정치를 단순히 ‘파워게임’으로만 인식하는, 그것도 ‘재미있는’ 파워게임으로만 인식하는 모리스의 언명에 저는 도무지 동감할 수 없었습니다. 그 정치권력으로 인해 인생이 망가지고, 잡혀가 고문을 받고, 아무도 모르게 의문사 당했던 우리의 비극의 정치 상황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재미’로만 볼 수 없습니다. 그래서 더 당하지 말라고,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정치컨설턴트의 이론을 우리 한국 국민들에게 적합한 용어와 사례로 이렇게 정리하게 된 것입니다.

선거전략 큰 틀은 두 가지, 뭉치든지! 갈라치든지!

딕 모리스는 자신이 정립한 선거전략의 원칙 6가지 중에 앞 부분 2가지를 명확하게 정리했습니다. 갈라치든지! 뭉치든지!

⁃ 상대의 이슈를 내 방식으로 선점·해결한다.

⁃ 첨예한 이슈로 상대 진영을 분할·제압한다.

상대의 이슈를 내 방식으로 선점하고 해결한다는 것은 전략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중도(중간)층 다가서기’라고 할 수 있고, 첨예한 이슈로 상대방 진영을 분할하고 제압한다는 것은 ‘갈라치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먼저 중도층 다가서기부터 설명드리겠습니다. 딕 모리스가 ‘파워게임의 법칙’에 소개할 때는 번역상 ‘이슈의 선점‧해결’의 법칙으로 표현되어 있는데, 때로는 중도(중간)층 다가서기, 영어로는 ‘삼각주의(Triangulation)’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림으로 이렇게 표현하지요.

▲중도(중간)층 다가서기 또는 삼각주의 개념도 ⓒ최요한

중도(중간)층 다가서기 전략이란 후보자의 득표를 극대화하기 위해 중도층 유권자들이 거부감을 가질 수 있는 양극단, 그러니까 골수 우파와 골수 좌파의 가운데에 후보자의 노선을 위치시키는 겁니다. 그래서 양쪽의 어젠다를 버무려 중간의 입장을 취하는 전략을 뜻하는데, 삼각형 밑변의 양 꼭지점을 좌우로 보고, 위쪽 꼭지점처럼 양쪽의 장점만 취하는 노선이라고 ‘삼각주의’라고도 합니다.

조금 더 부연하자면, 이슈에 관심을 가지고는 있으나 아직 지지를 유보하고 있는 중도층을 견인하기 위한 전략으로서, 왼쪽과 오른쪽의 극단적 주장을 지양(止揚)하고 양쪽의 장점만 취해서 적당하게 버무려 긍정성을 지향(指向)하는 겁니다. 그래서 썩 흡족하지는 않지만, 양쪽의 유권자를 적당히 무마하면서 가운데 많이 포진된 유권자를 자신의 지지로 돌리는 겁니다.

중도(중간)층 다가서기에서의 가장 중요한 점은 다음 세 가지의 원칙입니다.

1. 경쟁하는 상대측의 문제를 내가 해결한다.

2. 이를 위해 양쪽의 해결방안을 활용한다.

3. 그러면서 자신의 이슈 어젠다에 계속 포커싱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 우리나라 사례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지난 18대 대통령 선거에서 박근혜 후보가 당선될 때 내놓은 공약 중 가장 상징적인 공약을 기억하시나요? 바로 ‘경제민주화’ 공약입니다.

 

2012년 11월 16일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가 16일 여의도 당사에서 경제민주화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2012. 11. 16. 연합뉴스

■ 박근혜 후보의 경제민주화 공약

▷ 경제적 약자 권익 보호

- 정규직과 비정규직 근로자 간의 차별을 해소

- 특수고용직 종사자 권익 보호(보험, 학습지, 화물운송)

-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 실효성 제고, 납품단가 협상력 강화

- 대형유통업체 납품 입점업체, 가맹점 불공정행위 근절

- 건설 및 IT분야 하도급 불공정특약 피해 방지

- 소비자 권익 증진 위해 소비자보호기금 설립

- 소비자 피해구제 명령제를 도입

▷ 공정거래관련법 집행체계 개선

- 공정거래위원회 전속고발권 제도 폐지

- 공정거래 관련 법령을 위반하는 행위에 대해 피해자가 직접 법원에 해당 행위금지를 청구하는 제도 도입

- 공정거래 위원회 정치적 독립성, 법집행 공정성 강화

- 징벌적 ‘손해배상제’ 및 ‘집단소송제’ 도입

▷ 대기업집단 불법행위 및 총수일가 사익편취 엄격 대처

- ‘특경가법’상 횡령 등 집행유예 불능 및 형량 강화

- 회계부정 처벌 강화, 대기업 지배주주․경영자 중대범죄 사면권 제한

- 총수 일가의 부당내부거래 규정 강화 및 부당이익 환수

▷ 기업지배구조개선

- 대기업집단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

- 사외이사 경영감시기능 강화(독립적 사외이사 선임 구축)

- 독립성 강화 전제로 공적 연기금 의결권 행사 강화

- 집중투표제, 전자투표제, 다중대표 소송제도 단계적 도입

▷ 금산분리 강화

- 금융보험계열사 보유 비금융계열사 주식의결권 제한 강화

- 중간금융지주회사 설치를 의무

- 산업자본 은행 지분 보유한도 축소(사금고화 방지)

- 대주주 적격성 심사 금융‧보험회사로 확대

 

2012년 10월 11일 당시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동화빌딩내 시민캠프 카페에서 열린 경제민주화위원회 1차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2.10.11. 연합뉴스

■ 문재인 후보의 경제민주화 공약

◇ 순환출자 금지(기존 출자도 3년 내에 해소)

◇ 10대 대기업 순자산 30%까지 출자총액 제한제 도입

◇ 지주회사의 부채비율 상한 하양(200%→100%)

◇ 금산분리 강화

◇ 산업자본 은행지분 소유한도 4%로 축소

◇ 비은행 지주회사의 비금융(손)자회사 소유금지

◇ 대형유통업체 입점 허가제 도입

◇ 프랜차이즈 가망 사업자 권익 보호

◇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적용 대상 확대

◇ 원자재 가격 - 납품가격 연동제, 이익공유제 시행

◇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 공시제도 시행(공공입찰 및 국책사업에 반영)

◇ 부당지원으로 이득을 얻은 계열사 과징금 부과, 부당이익 과세 강화

◇ 집중투표제 의무화, 다중 대표 소송제 도입

◇ 공정거래법 및 하도급 위반행위 3배 배상제 도입

◇ 집단 소송제의 대상 확대 및 요건 강화

◇ 기업범죄에 대한 사면 제한 및 처벌 강화, 이사 자격 요건 강화

◇ 공정위의 전속 고발권 일부 폐지

◇ 금산분리 원칙 강화 위해 복합금융 그룹 통합감독 실시

◇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와 금융회사 간 담합 엄격 규제

◇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제정

어떻습니까? 11년 전 공약들이지만 지금 봐도 훌륭합니다. 특히 박근혜 후보의 경제민주화 공약은 당시 문재인 후보보다 오히려 더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박근혜 씨는 후보자 시절 경제민주화를 입에 달고 살았습니다. 경제민주화가 어젠다가 되었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그동안 한국 경제는 민주화가 되지 않았다는 이야깁니다. 따라서 정치의 민주화 못지않게 경제의 민주화도 국민의 지지를 많이 받았으며 당시 새누리당이나 민주당이나 모두 ‘경제민주화’에 열을 올렸습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이 ‘경제민주화’가 핵심 어젠다로 떠오르게 된 이유는 정치 권력을 독점했던 군부독재 세력처럼 수십 년 동안 한국 사회의 기득권 세력이 이익독점의 벽을 강고하게 구축해 놓았기 때문입니다. 기득권 당사자이기도 한 새누리당에서 이 벽을 무너뜨리겠다고 스스로 선언한 것이니까 상당히 놀라운 일이죠. 조금 더 분석해 볼까요?

자신의 언어와 자신의 Identity로 승부한다

다시 딕 모리스의 이슈 선점‧해결의 원칙을 상기해서 생각해 봅시다.

1. 상대측의 문제를 해결한다.

위의 경제민주화 이슈들은 야당은 물론 시민사회단체에서 지속적으로 요구했던 사안들입니다. 예를 들어 기업지배구조의 개선에 대해 박근혜 후보 측은 신규순환 출자를 금지한다는 약속을 했고 문재인 후보 측은 순환출자를 금지하되 기존의 출자도 3년 내에 해소한다는 약속을 한 것이죠. 어찌 되었든 박근혜 후보 측이 ‘순환출자’라는, 기존에 계속 야당이나 시민단체에 의해 요구되었던 상대측의 문제를 해결합니다.

2. 이를 위해 양쪽의 해결방안을 활용한다.

양쪽의 해결방안을 활용한다는 것은 자신의 포지션을 가운데로 맞춘다는 것입니다. 완전하게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것도 아니고 순환출자 금지를 포기하는 것도 아닌, 왼쪽도 아니고 오른쪽도 아닌, 진보도 아니고 보수도 아닌, 좌파도 아니고 우파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지만 사람들이 인정할 수 있는 수준, 대기업의 ‘신규순환출자’를 금지하는 수준으로 정리를 하는 것입니다.

3. 그러면서 자신의 이슈 어젠다에 계속 포커싱한다.

그런데 여기에서 ‘자신의 이슈 어젠다’에 계속 포커스를 맞춘다는 것은 좀 설명이 필요합니다. 여기서 포커스를 맞춘다는 것은 두 가지로 이야기할 수 있는데, 한 가지는 상대방의 문제를 자신이 해결하더라도 자기 자신만의 언어로 풀어서 설명하고 승부한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마찬가지로 상대방의 문제를 자신이 해결하더라도 자신의 아이덴티티(색깔‧정체성)를 벗어나지 않는 범주 내에서 주의‧주장을 한다는 것입니다.

아쉬운 것은 ‘경제민주화’에 관해 박근혜 후보 측이 내세운 언명은 이 두 가지(자신의 언어, Identity) 모두 맞지 않는다는 것이죠. 문재인 후보 측의 주장이나 박근혜 후보 측의 주장이나 대동소이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후보의 경제민주화에 대한 선점과 해결 전략은 이렇게 적용이 되었고 선거에서 톡톡히 효자 노릇을 했습니다. 물론 선거 끝나고 나서 예상한 대로 김종인 전 국민행복특위위원장과 경제민주화 공약은 ‘팽’당했습니다.

미국의 인지언어학자인 조지 레이코프 교수는 그의 저서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나 <프레임전쟁>에서 후보자들의 언어(용어) 사용과 그 효과에 대해서 상세하게 설명했습니다. 아들 부시가 ‘감세’를 ‘세금 구제’로, ‘상속세’를 ‘사망세’로, ‘유전 발굴’을 ‘에너지 탐사’로, ‘범죄 퇴치’를 ‘공공안전’으로 표현하면서 유권자의 사고를 자신의 프레임으로 끌고 가는 영리한 전략을 펼쳤다고 주장했습니다. 보수적 가치가 중도적 유권자들에게 쉽게 이해되고 다가가도록 했다는 것입니다.

국민의힘이 준비하고 있는 중도(중간)층 다가서기

시사저널은 지난 12월 19일, 국민의힘이 내년 총선을 대비해서 ‘홍보전략’ 수립에 나섰다고 단독보도를 했습니다. [단독]"이산가족 상봉 추진하고, 尹지지율 45% 달성"…윤곽 드러낸 與비대위 '홍보 전략' ☜에 따르면 국민의힘 홍보위가 마련한 슬로건 초안은 ‘진짜와 가짜의 싸움’이라는 ‘갈라치기’ 전략이 근간으로 보입니다.

 

▲국민의힘 중앙홍보위원회 내부에서 제작 중인 당정 홍보물 시안 중 일부 ⓒ국민의힘 홍보위

사실 박민을 KBS 사장으로 내려 꽂으며 KBS를 황폐화하고, 검찰 특수부 출신 김홍일을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임명한 윤석열 정권이 과연 ‘방송’과 ‘문화강국’을 입에 올릴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 들지만, 선거를 앞두고 전광석화처럼 거사를 치른 것은 저들이 총선에 얼마나 다급한지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합니다.

특히 국민의힘 홍보위는 국민 화합을 상징하는 대형 프로젝트들도 기획 중이라고 합니다. 이 중 눈에 띄는 것이 바로 ‘남북 문화 교류’와 ‘이산가족 상봉’, ‘전국민 K-뿌리찾기’ 등입니다. 이를 통해 경색된 남북 관계를 풀어보겠다는 게 홍보위의 구상이라고 친절히 설명합니다. 박창식 국민의힘 중앙홍보위원장은 "북한 눈높이에서 한민족 문화 콘텐츠를 교류하고, 당정 협의로 이산가족 5만 명 상봉 추진을 통해 K-콘텐츠를 '한반도 콘텐츠'로 확장시키면 국민들에게도 진정성 있는 대북·통일 기조로 다가올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통일운동이나 이산가족 상봉 등 시민사회와 주로 민주당 등 진보 진영이 배타적으로 영위하던 어젠다에 국민의힘이 불쑥 쳐들어온 것입니다. 이미 ‘중도(중간)층 다가서기’라는 전략의 시행은 준비가 되는 겁니다. 어떤 형식일 것인지, 저들의 뜻대로 북한이 응할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이미 선제타격이니 참수작전이니 하며 한반도의 전쟁 기운을 부채질하는 국민의힘이 뜬금없이 이산가족 상봉이니 진정성 있는 통일 기조니 하는 것을 볼 때, 정치는 저렇게 뻔뻔해야 하는가, 하는 자괴심까지 듭니다.

앞서 박근혜의 경제민주화 공약이 대표적인 중도(중간)층 다가서기 전략이자 상대방의 이슈 삭감과 해결 전략에 해당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산가족 상봉 같은 공약도 이와 다름없는 ‘중도(중간)층 다가서기’ 전략입니다. 결론적으로 이 전략은 매우 공격적이고 강력한 전략이기는 하나 깊이 숙고해야 할 지점이 있습니다. 상대방의 이슈를 삭감하고 해결한다는 단순한 이 전략은 치명적으로 자신들의 아이덴티티와 관련이 되면 곧 못 지킬 약속이 된다는 것입니다. 지지그룹으로부터의 이탈 혹은 내부 붕괴가 되기 쉬운 이념적 ‘유리잔’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쨍~’ 하고 깨지기 십상입니다.

그래서 흔히 ‘중도(중간)층 다가서기’ 전략은 ‘갈라치기’ 전략과 함께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의제 민주주의에서 정치인들이 공약(公約)을 공약(空約)으로 만들면서 약속을 어기거나(경제민주화‧기초노령연금), 또 동시에 ‘갈라치기 전략’을 자주 구사하는 이유가 됩니다.

다음 회 주제는 이슈 삭감‧해결 전략과 맞먹는 파급력을 가진 갈라치기 전략입니다. 우선 맛보기만 선보입니다.

 

▲갈라치기 개념도 ⓒ최요한

갈라치기 전략의 핵심은 민감한 쟁점에 대해서 중간자적 입장을 취하는 ‘중도(중간)층 다가서기’ 전략과는 정반대로 후보자가 민감한 쟁점에 대해 일방적인 편을 드는 겁니다. 여기에는 타협은 없고 오로지 직진만 있을 뿐입니다. 어차피 선거라는 행위가 한 표라도 더 많이 얻는 후보가 당선되는 ‘전쟁’과 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다면, 후보자의 입장을 명확히 공표하고 일방의 편을 들어 더 많은 유권자를 투표장으로 이끌어내는 전략입니다. 후유증이 크지만 세대를 갈라치고, 지역을 갈라치고, 남녀 성별로 갈라치는 겁니다. 과거 이 전략의 효과는 어떠했으며 또 어떤 결과를 맺었는지 다음 편에 정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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