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이 불러낸 조선 말기 '병풍 인물화'

재벌 등 '병풍 사진'으로 작가에게 영감

'병풍 그림' 통해 본 윤석열 정부 인물들

2023-12-21     이승호 에디터
한유동 작가의 고사 인물도 병풍(1947). 월전미술문화재단

19세기 말~20세기 전반 조선의 일부 그림 작가들은 ‘고사(古事) 인물화’를 그렸다. 고사 인물화의 주인공들은 대개 지조와 절개를 목숨보다 소중히 여겼다는 죽림칠현, 백이숙제 등 중국 고사에 등장하는 인물이었다. 이백 같은 풍류 즐기던 시인묵객도 자주 등장했다.

고사 인물화는 원래 19세기 중국 상해 일대의 작가들이 즐겨 그렸다. 이걸 조선으로 들여온 사람은 장승업(1843~1897)이다. 장승업 이후 김홍도, 안중식, 조석진, 황성하, 김은호 등이 고사 인물화를 그렸다.

고사 인물도를 병풍으로 제작한 작가도 있었다. 병풍 속 인물들을 보면서 뭔가를 배우고 깨달으라는 의미였다. 구체적으로는 어떤 인물들이었을까. 김은호의 제자인 한유동(1913~2002)이 병풍으로 제작한 고사 인물화를 예로 들어 살펴보자.

이백은 술 좋아하던 당나라의 풍류 시인이다. ‘술잔 잡고 달에게 물어보네’(把酒問月)라는, 풍류의 새로운 지평을 연 인물이다. 폭탄주 즐긴다는 윤석열 대통령도 이런 고아한 풍류를 배우면 좋겠다. 폭탄주에는 풍류가 한 방울도 없다. 윤 대통령이 검사 시절 재벌 회장에게 권했다는 신발주에도 풍류는 없다.

위진남북조시대의 명문가 출신 사안은 젊은 시절 관직에 뜻이 없어 풍류를 즐겼다. 현대 한국에 태어났다면 9수 정도 했을까. 병풍 속 사안을 보니 산에 올라 술 한 잔 할 모양이다. 아름다운 두 여자가 비파와 덮개로 싼 금(琴)을 들고 그 뒤를 따른다. 탬버린은 없다.

 

왼쪽부터 이백, 사안, 주돈이, 예찬 (부분) 

북송대의 성리학자 주돈이는 연꽃을 사랑했다. 그는 ‘애연설’(愛蓮說)에서 “나는 유독 연꽃이 진흙에서 나왔으나 더럽혀지지 않고 맑은 물결에 씻겼으나 요염하지 않으며…”라고 연꽃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논문표절이니 무슨무슨 의혹이니 하는 온갖 더러운 진흙을 떼버리고 마침내 영부인이 된 김건희 씨의 얼굴이 떠오른다. 연꽃처럼 아름다우니 연부인(蓮夫人)이 아닐 수 없다.

연꽃이 되어도 끊임 없이 수신(修身)해야 하는 법이다. 원대의 문인화가 예찬은 깨끗한 사람이었다. 시동을 시켜 오동나무를 하루 세 번이나 닦을 정도로 결벽증이 있었다. 

 

왼쪽부터 엄광, 도연명, 왕희지 (부분)

병풍에는 은자도 등장한다. 엄광은 후한을 세운 광무제의 친구다. 광무제의 건국을 도운 인물이니 ‘광핵관’이라 할 만하다. 그러나 광무제가 권좌에 오를 때, 그는 ‘광핵관’ 되기를 포기하고 산에 들어가 기꺼이 은둔자가 됐다. 은둔의 미덕을 꼭 엄광한테 배워야 할 이유는 없다. 우리 눈 앞에는 최근 출마 포기의 길을 택한 ‘윤핵관’ 장제원 같은 인물이 있다.

위진남북조 시대의 도연명도 은자의 삶을 산 것으로 유명하다. 도연명은 노래한다. “외로운 소나무 어루만지며 서성이네(撫孤松而盤桓)…” 그의 이름만큼 유명한 귀거래사의 한 소절이다. 다시 외로운 소나무 신세가 된 장제원의 얼굴이 떠오른다.

윤 대통령의 병풍에는 왕희지를 그려 넣으면 좋겠다. 위진남북조시대의 명필 왕희지는 거위의 구부러진 목을 보고 붓의 움직임을 배웠다. 행필(行筆)이 잘못되면 거위를 보며 도덕경을 하염없이 베꼈다. 

 

조아진 작가의 ‘병풍 이즈 레디?’  

며칠 전 조아진 작가가 ‘병풍 이즈 레디?’라는 작품을 SNS에 선보였다. 잊혀져 가는 고사 인물화의 맥을 잇는, 주목할 만한 작품이다. 윤 대통령의 ‘병풍 사진’에서 영감을 받은 게 틀림 없다. 작가는 해시태그를 붙여 작품을 설명했다. #병풍정치 #병풍외교 #부산 이즈 레디 #김건희 디올 #이재용 #윤석열 술 #천공 국정개입 #천공 사법농단 #천공 정치개입 #무당정치 #김기현 팽 #장제원 꼼수 #한동훈 책 #선택적 휘발 #한동훈 아이폰 #검사특활비 영수증 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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