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정부의 뉴라이트] ➈김문수의 '시대의 빛' 뉴라이트
김문수 경사노위원장 "뉴라이트는 시대 밝히는 빛"
'서울의 봄' 유린한 군사정권 후예인 민자당 입당
양대노총 대신 국민의힘 찍으라는 극우단체 방문
유시민 "극우 노인 데려다 쓴 윤 대통령이 문제"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뉴라이트가 이 시대를 밝히는 빛이 돼 주십시오.”
경기도지사 당선자 신분이던 김문수가 2006년 6월 20일 서울 명동 전국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뉴라이트재단 설립기념 리셉션’에서 한 축사다. 김문수는 축사를 통해 뉴라이트재단 이사장이자 대학 시절 은사였던 안병직을 향해 “뉴라이트운동이 사회를 바르게 이끌어 나가길 바란다”며 자신의 과거도 반성했다.
“지난 70년 대학에 입학해 안병직 이사장님에게 영향을 많이 받았다. 이 자리에는 과거 노동운동을 같이 했던 분들도 계신다. 혁명운동을 했을 당시엔 이사장님의 이야기가 이해되지 않았지만, 나중엔 내 생각이 틀렸다는 걸 깨달았다.”
행사장에는 신지호 자유주의연대 대표, 김영호 뉴라이트싱크넷 운영위원장, 박효종 교과서포럼 대표, 조전혁 자유주의교육운동연합 상임대표 등 뉴라이트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중 신지호는 훗날 새누리당 명찰을 달고 국회의원으로 변신한다. 최근 서울 마포갑 출마를 선언, 재기를 꿈꾸고 있다. 김영호는 윤석열 정부의 통일부 장관이 돼 있다. 참석자 중에는 서울시장 이명박, 서울시장 당선자 오세훈 등 정치권 인사들도 많았다.
김문수가 뉴라이트를 ‘이 시대의 빛’으로 삼은 이유
‘노동운동의 대부’이며 ‘재야의 명망가’였던 김문수가 뉴라이트를 이 시대의 빛으로 삼게 된 이유가 뭘까. 그의 ‘변절’ 배경에는 김영삼이 있다. 김문수는 1994년 김영삼의 권유로 민주자유당(민자당)에 입당하면서 전향한다.
김영삼은 ‘서울의 봄’을 짓밟은 군사정권의 후예인 민자당의 색깔을 희석시키기 위해 재야 인사와 운동권 인사들을 대거 영입했다. 권력의 부름에 달려간 사람들이 바로 김문수나 이재오같은 사람들이다. 이런 ‘운동권 선배들’을 따라 민자당으로 간 후배들이 부지기수였으니 김문수를 쫓아 다니던 차명진같은 사람이다.
김문수의 이후 행적은 너무도 잘 알려져 있으니 생략하자. 대신 그의 최근 1년간의 행보를 살펴보자. 김문수가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위촉장을 받은 것은 지난해 9월 30일이었다. 경사노위 위원장은 장관급이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사노위로부터 입수한 ‘김문수 위원장 활동일지’(2022.9.30~2023.9.15)에 따르면, 김문수가 소화한 일정은 673개였다. 이 가운데 ‘회의 및 보고’ 등 내부 업무 관련 363건을 제외한 310건은 주로 △기업·노사·학계 등 간담회 141건(노조 62건, 기업 21건, 노동부와 학계 등 기타 단체 58건) △언론 관련 69건 △행사와 토론회 52건 △현장방문 24건 △강연 8건 등이었다.
뉴라이트신노동연합 출신 인사 경사노위 자문단에
이 숫자들을 풀어보자. 언론은 69번, 노조는 62번 만났다. 언론 인터뷰는 한 달에 3.5번 꼴로 42번 진행했다. 언론 관계 보고를 받은 것은 한 달에 3번 꼴로 34건이었다. 김문수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반노동적’ 인식을 반복적으로 드러냈다.
특히 노동계의 오랜 숙원인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안에 대해 ‘사회적 논의가 충분히 되지 않았다’며 반대 입장을 되풀이했다.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할 경사노위 위원장의 책무는 팽개치고 일방적 주장만 반복했다.
노사갈등과 과잉진압의 원인을 노동자와 노동계 탓으로 돌렸다. 지난 5월말 전남 광양시 금호동 포스코 광양제철소 일대에서 하청사 노동자들과 한국노총 관계자들이 고공농성을 벌이며 투쟁을 벌였다. 경찰은 대화를 위해 방문한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을 폭력적인 방법으로 구속했다. 김준영 사무처장을 곤봉으로 내리쳐 제압했다. 한국노총은 ‘광양 유혈진압 사태’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지난 6월 7일 ‘사회적 대화’ 중단을 선언했다. 김문수는 하루 뒤인 8일 서울대 총동창회 조찬 포럼 강연에서 노동자들의 투쟁을 비난하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한국노총이 사회적 대화 복귀를 선언한 것은 중단 선언 5개월만인 지난 13일이다. 그동안 여름과 가을, 두 계절이 지나갔다.
김문수가 노조 주관 행사에 참가한 회수를 보면 △국민노조 3회 △한국노총 2회 △민주노총 0회다. 국민노조는 양대 노총 특히 민주노총과 각을 세우며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반노동적’ 노동단체로 알려져 있다.
김문수와 국민노조는 밀월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김문수는 지난해 10월 6일 국민노조가 국회에서 개최한 토론회에 참석해 “(노조법 2·3조 개정안 반대를) 국가 정책으로 추진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9명의 경사노위 자문단에는 김준용 국민노조 사무총장이 들어가 있다.
김 사무총장은 대우어패럴노조 출신으로 뉴라이트신노동연합 공동대표를 지냈다. 2006년 출범한 뉴라이트신노동연합은 뉴라이트 전국연합의 노동조직으로 알려져 있다.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을 지지했다.
김 사무총장은 “민주노총은 문재인 정부의 인민무력부”라는 발언을 공공연히 하는 사람이다. 이 발언은 김문수의 인식과 맥을 같이 한다.
김문수는 지난해 국정감사장에서 “문재인은 주사파 운동권” “대한민국 정통성을 부정하는 김일성 주의자”라고 발언했다. 자유한국당 서울시장 후보 김문수는 지난 2018년 5월 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진단과 평가, 남은 과제는?’ 토론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연설 과정 등 여러 가지를 보면 이분은 김일성 사상을 굉장히 존경하는 분”이라고 발언했다.
내년 총선 국민의힘 찍으라는 극우단체 방문
김문수는 노총 행사와는 달리 보수우익 단체들의 행사는 부지런히 찾고 있었다. 금년 방문 행사만 자유총연맹 연석회의(2월 16일), 바른사회시민회의 주관 윤석열 정부 출범 1주년 평가토론회 축사(5월 4일), 바르게살기운동중앙협의회 핵심인원 워크숍 특강 및 임원진 간담회(6월 21일), 한미동맹 70주년 기념전문가 초청 정책포럼 한미동맹의 중요성과 북한인권의 증진 축사(6월 23일), 자유대한포럼 초청강연(7월 28일) 등 5회다.
김문수는 보수우익 단체들의 행사에서 정치적 발언을 거침 없이 이어 나갔다.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힘에 힘을 실어 주라는 메시지도 내놨다. 색깔론도 들먹였다.
“윤석열 정권의 정권교체는 대통령 교체만 됐지 입법· 사법·방송언론·대중조직은 바뀌지 않았다. 다 바뀌어야 우리 사회가 정권교체가 된다. 내년 4월 10일 선거 전과 후가 중요하다”(자유대한포럼 강연), “임종석부터 시작해서 문재인, 이런 사람들이 청와대까지 다 먹은게 지난 5년이다”(자유총연맹 연석회의) 등의 발언이다.
그런가 하면 지난 6월 15일에는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열린 ‘자유민주주의를 위한 국민운동’이라는 단체 출범식에 참석해 축사를 했다.
‘국민운동’은 자유민주총연맹이 주도한 극우 연합단체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정권을 탈취하려는 좌파들과 국가를 전복시키려는 종북 주사파 세력에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며 내년 4월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180석 이상을 얻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253개 지역구에 시민조직 운동체를 만들어 운영 △여당과의 협조 속에 지역구 내 추천자가 공천받도록 노력 △여권 단일 후보자가 당선되도록 선거운동 지원 △국민의힘 책임당원 가입 독려 등을 하겠다고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이런 이유로 정치권에서는 ‘국민운동’을 유사 선거운동 조직으로 본다.
경사노위 위원장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법상 ‘사회 양극화를 해소하고 사회통합을 도모하며,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 그러나 김문수는 ‘본업’인 노사정 대화는 외면하고 극우 정치인, 뉴라이트 정치인으로서의 면모만 과시하고 있다.
유시민 “하여튼 대통령이 문제다”
과거의 동지들, 그를 존경하던 사람들은 웬만하면 그의 ‘변절’에 대해 입을 열려 하지 않는다. 그들의 함구는 ‘용서’나 ‘이해’ 차원이 아니다. 지난해 이완배 기자가 쓴 <X(김문수)은 피하는 게 아니라 치워야 하는 것이다>라는 제목의 글은 그런 점에서 눈길을 끈다.
“내가 보기에 1980년대와 1990년대 운동을 했던 사람들에게는 묘한 습관이 하나 있는 듯하다. 변절자에 대한 언급을 꺼린다는 점이 그것이다. (…) X은 더럽다고 피해야 하는 존재가 아니다. 더러우니까 치워야 한다. 특히 그 X을 제때 치우지 못하면 계속해서 그런 비슷한 변절자들이 나온다. (…) 어떤 이유로건 진보를 떠났다면 그 자체를 인정하는 똘레랑스가 필요하다. 그런데 그런 자들이 저쪽에 충성한답시고 ‘문재인은 김일성주의자’ 같은 X 같은 소리를 늘어놓을 때에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걸 그냥 ‘X은 더러워서 피하는 것’이라고 내버려두면 앞으로도 저런 헛소리를 늘어놓는 자들이 무려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이 되고 이 나라가 개판이 된다.” (민중의소리 2022.10.17)
작가 유시민이 지난해 시민언론 민들레에 기고한 <김문수를 위한 변명> 마지막 부분은 이렇다.
“김문수는 휴일 서울 도심의 태극기 집회에 가면 흔하게 볼 수 있는 ‘극우 노인’일 뿐이었다. 국회의원과 도지사 경력을 내세우면서 극언과 망언을 내뱉었지만 세상에 해를 끼칠 실제적인 위험은 없었다. 그래서 그를 아는 사람들은 어찌 저리 되었나 혀를 찼을지언정 면전에 대고 비난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그런 사람을 하필이면 사회적 대화와 타협을 도모해야 할 경사노위 위원장 자리에 앉혔다. 혈서 연기로 명성을 얻은 전직 국회의원한테 준 자리 비슷한 걸 주었다면 김문수가 이렇게까지 심한 욕을 먹지는 않았을 테고, 내가 김문수를 위한 변명을 쓰는 일도 없었을 것을! 하여튼 대통령이 문제다.” (시민언론 민들레 2022.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