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하고 오만한' 장관 한동훈 추켜세우는 언론

[11월 셋째주 키워드] 대구 방문·아내 사진 보도 경쟁

인사검증 실패, 검찰 무리한 수사, 잘못된 기소에

'야당 해산' 발언까지…무능·오만에 책임 물어야

'권력 냄새 좇아 띄워주기 보도'가 언론 본업인가

SNS·커뮤니티 '한동훈' 부정어 60%…'의혹''거짓'

2023-11-20     김성재 에디터
빅카인즈 '한동훈' 키워드 검색 결과 갈무리

지난주 ‘일개 장관’에 대한 언론의 관심이 갑자기 폭발했다. 한동훈 법무장관의 말·행동·얼굴이 며칠간 언론과 포털에서 쏟아져 나온 것이다. 경제가 어렵고 잇따른 재난·사고로 국민불안이 커지고 있으며 국제환경이 급변하고 있으니 기재부나 행안부, 외교부 장관 혹은 이를 모두 총괄하는 국무총리가 주목을 받을 법도 한데, 언론은 온통 한동훈 법무장관에 관심이 쏠렸다.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한덕수 총리가 서운해 할 일이다.

주류 언론들이 보도한 ‘한동훈’ 관련 뉴스를 보면 저급하고 방향도 잘못 잡고 있다. 부처 장관으로서 그의 업무 능력이나 성과에 대해서는, 특히 그의 ‘무능’에 대해서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오히려 마치 그가 정치인이나 연예인인 것처럼 띄워 보도하고 있다. 법무장관의 말 한마디, 그것도 야당 정치인의 비판에 대한 말대꾸 정도의 답변을 무슨 중요 발언처럼 일일이 받아써 크게 보도하기도 한다. 정상적인 언론 보도라고 할 수 없다.

지난 17일 한동훈 장관의 대구 방문을 놓고도 여러 주류 언론들이 마치 무슨 큰 일이 난 것처럼 보도했다. 법무장관의 ‘법무정책 현장 방문’이 수많은 기자들이 따라붙어 여러 주류 언론들이 앞다퉈 보도할 만큼 중요한 사안일까? 과거 법무부 장관 때도 그랬을까?

언론이 이날 보도한 한동훈 장관의 대구 방문 기사의 주요 내용은 그저 대구시민들에게 둘러싸여 사진 찍기 놀이하는 모습이나 ‘대구 시민을 존경한다’ ‘총선이 국민의 삶에 중요하다’는, 도무지 밑도 끝도 없는 발언이었다. 법무장관인 그가 왜 근무시간에 지역에 내려가 행인들과 어울려 사진을 찍고 왜 그런 발언을 하는지 알 수가 없다. 한 대구 시민이 그와 사진을 찍느라 열차시간을 놓쳤다는, 희극인지 비극인지 알 수 없는 ‘감동적인’ 기사를 선보인 언론도 있다. PR 전문가도 울고 갈만한 홍보성 기사다. 

앞서 이틀 전에는 한 장관의 부인인 진은정씨 사진이 주류 언론을 포함한 포털의 수많은 매체를 통해 보도됐다. 성형 외모에 화보사진 찍기 좋아하는 대통령 부인 김건희씨와 비교하거나 ‘총선을 염두에 둔 전략적 행보’ 아니냐는 설왕설래가 SNS에도 퍼졌다. 언론은 이 사진이 연출된 것인지, 의도된 것인지를 두고 또 설왕설래 기사를 쏟아냈다. 

빅카인즈 '진은정' 키워드 검색 결과 갈무리

이 정도면 이런 기사들은 박지원 전 국정원장의 말대로 ‘무슨 냄새를 맡은 언론’이 권력에게 보내는 '염화미소'가 아닌가란 생각이 든다. ‘권력의 냄새’를 맡으면 따라가서 띄워주고 미담 사진 찍어 보도하는 것이 이른바 주류 언론들의 본업인가?

언론이 한동훈 장관과 관련해 짚어주고 감시하고 알려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 한 장관이 부임한 뒤 지금까지 보여준 그의 능력, 업무 성과, 태도 등이다. 부처의 장관으로서 국민을 위해 얼마나 열심히 일해 왔는지, 정직하고 성실한 공직자로서 모습을 보였는지, 법무부 수장으로서 한국 사회의 사법행정 발전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를 취재해 보도해야한다.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언론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언론은 우선 한동훈 장관의 ‘무능함’에 대해 묻고 따졌어야 했다. 윤석열 정부 고위공직자들의 인사검증 실패가 그의 대표적 ‘무능’ 사례다. 고위 공직 후보자들의 자녀 학폭, 부도덕과 위법행위 등이 연달아 터져나왔는데도 이를 검증해야 할 법무부는 ‘본인이 먼저 말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다’는 변명뿐이다. 명백한 장관 직무유기요 법무장관으로서의 '무능함'을 보여준 것이다. 과거 민주당 정부였다면, 장관이 옷을 벗고 대통령은 사과해야 할 사안이다.   

야당 대표와 정치인에게 마치 스토커처럼 집착하며 온 나라가 들썩이도록 수사를 벌이고 기소했던 검찰의 성적표가 초라한 것도 법무장관 한동훈이 책임져야 할 ‘무능’이고, 대통령 일가 비리 의혹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있는 것도 역시 그의 ‘무능’ 사례다. 그는 죄를 만들어내는 검사로서는 유능할지 몰라도 국정을 수행하는 한 나라의 법무장관으로서는 무능하기 짝이 없다.  윤석열 정부 '무능'의 대표는 실은 한동훈 법무장관인 것이다. 

그러나 언론은 한동훈 장관에게 ‘무능’ 프레임을 들이대지 않는다. 무능에 대한 사과는커녕 야당 앞에서 큰소리치며 오만한 모습(야당의 표현을 빌리면 ‘깐족대는' 태도)을 보이는데도 언론은 그를 ‘야당과 잘 싸우는 장관’이라며 추켜세울 뿐이다. 임명직 장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그의 업무능력인가 야당과의 전투력인가?

언론은 야당이 왜 그를 탄핵하겠다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따져봐야 하지만, 별로 관심이 없다. 야당이 한동훈 장관 탄핵 사유로 거론하는 것은 정치적 중립의무 위반, 피의사실 공표, 공공기록물관리법 위반, 직무유기 등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야당의 탄핵이 헌재에서 어떤 결정이 날 것인지를 떠나 언론은 야당의 이런 주장이 근거가 있는 것인지부터 검증하고 국민에게 설명해야 하지만 그런 보도는 나오지 않는다. “야당을 해산시킬 수 있다”는, 70여년의 한국 정치사를 이끌어온 제1야당을 모욕하는 발언을 언론은 그대로 중계보도만 할 뿐이다.

지난주 SNS와 커뮤니티 등 디지털 여론시장에서도 ‘한동훈’ 키워드는 언급량이 급증했다. 언론이 한동훈 장관 부인인 진은정 씨의 자원봉사 장면 사진을 대대적으로 퍼뜨리고, 이어 한 장관 대구 방문 발언과 사진을 홍보해준 때문이다. SNS와 커뮤니티 키워드 언급량 10위권내에 단박에 올랐다.

그러나 ‘한동훈’ 연관발언의 긍부정 감성 분석에서는 부정어가 60%로 긍정어(40%)보다 많았다. 주요 부정어는 ‘의혹’ ‘거짓’ ‘게이트’ ‘탄핵’ ‘거짓말’ 등이었고, 긍정어는 ‘추진’ ‘전문가’ ‘정상’ 등이었다. 

 

<시민언론 민들레>는 빅데이터 여론분석 전문기업인 <스피치로그>의 ‘주간 키워드 분석’을 매주 게재합니다. ‘주간 키워드 분석’은 한 주 동안 보도된 뉴스, SNS, 커뮤니티, 유튜브 등 언론과 디지털 공간에서 나타나는 전체 여론의 동향을 보다 정확하게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입니다. 특히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시민들이 개인 미디어를 통해 적극적이고 활발히 소통하며 새로운 공론의 장을 만들어 가는 시대에 SNS, 커뮤니티, 유튜브에서 나타나는 키워드 분석은 민심의 동향을 보다 정확히 읽을 수 있는 의미 있는 자료가 될 것입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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