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 먹거리값 급등에 기호식품 구매력 줄었나?

10월 다소비 가공식품 32개 품목 10.7% 상승

양념류 등 필수식품 13개 품목 23.8%나 올라

콜라‧소시지 등 기호식품 8개 품목은 3.2% 내려

외국계 투자은행들 내년 물가 0.2%p 올려잡아

2023-11-07     유상규 에디터
7일 한국소비자원의 가격정보 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으로 케첩(36.5%), 된장(29.6%), 간장(28.6%) 등 대체로 조리할 때 많이 쓰이는 양념류와 소스류의 가격이 크게 올랐다. 사진은 이날 서울 한 대형 마트의 양념류 매대. 2023.11.7. 연합뉴스

장바구니 물가가 급등하는 가운데 콜라‧소시지 등 기호 식품의 물가는 오히려 하락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하지만 이는 된장‧간장 등 필수 식품의 가격이 치솟으면서 기호 식품의 수요는 되레 줄어든 영향으로 추정된다.

한국의 물가상승에 대한 국내외 관심이 높아지면서 8개 주요 외국계 투자은행들의 내년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한 달 전 2.2%에서 2.4%로 0.2%p 올렸다.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도 3.5%로 0.1%p 높였다.

7일 한국소비자원의 가격정보 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가공식품 32개 품목의 지난달 가격은 1년 전보다 평균 10.7% 올랐다. 주로 양념류 등 필수 식품 24개 품목은 상승했고, 기호 식품 8개 품목은 하락했다. 가격이 오른 24개 품목의 평균 상승률은 15.3%였고, 특히 상승률이 두 자릿수를 기록한 13개 품목은 무려 23.8%나 치솟았다. 반면 가격이 내린 8개 품목의 하락률은 평균 3.2% 하락했다.

다소비 가공식품 가격 변동

품목별로 보면 햄 10g당 가격이 지난해 10월보다 37.7%나 올라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케첩(36.5%), 된장(29.6%), 간장(128.6%), 참기름(27.8%), 카레(25.4%), 마요네즈(24.1%) 등 양념류와 소스류의 가격이 20%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밖에 생수(16.9%), 우유(13.8%), 설탕(11.3%) 등 주로 필수 식품으로 분류되는 품목이 15% 안팎의 높은 가격 상승률을 나타냈다.

가격이 내려간 품목은 콜라(-6.5%), 소시지(-5.7%), 맛살(-4.5%), 시리얼(-3.7%) 등 주로 기호 식품이었다. 전년 동월보다 가격이 내려간 8개 품목의 평균 하락률은 3.2%였다.

대상 품목의 가격은 유통업체 할인 등이 반영된 실제 판매가를 평균한 것이다. 대형마트를 비롯한 유통업체의 할인 행사 여부에 따라 판매가가 변동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도 가계에 적잖은 부담을 주는 상승 폭이다.

최근 들어서도 주요 가공식품의 가격 상승세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이들 32개 다소비 가공식품 가운데 20개 품목의 가격이 9월에 비해 3~6%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분쟁과 같은 국제 정세 악화로 주요 곡물과 유가 등의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지속하고 있다"며 "당분간 국내 가공식품 가격을 억제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국계 투자은행들의 한국 물가에 대한 상승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7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8개 주요 외국계 투자은행이 10월 말 기준 보고서에서 언급한 내년 한국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평균 2.4%로 집계됐다. 한 달 전 평균(2.2%)과 비교하면 0.2%p 상승했다.

주요 투자은행 한국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

8개 투자은행은 바클레이즈,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 씨티, 골드만삭스, JP모건, HSBC, 노무라, UBS 등이다. 회사별로는 노무라가 1.7%에서 2.3%로, HSBC가 2.1%에서 2.5%로, 씨티가 2.3%에서 2.5%로 각각 전망치를 올렸다. 이들은 올해 한국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 평균도 9월 말 기준 3.4%에서 10월 말 기준 3.5%로 0.1%p 높아졌다.

투자은행들의 전망치는 한국은행 전망과 대체로 부합한다. 한은은 지난 8월 올해와 내년의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각각 3.5%와 2.4%로 전망했다. 한은은 지난달 30일 발표한 통화정책보고서를 통해 "각국 중앙은행과 투자은행 등 주요 기관이 한국의 물가 목표 수렴 시점을 2025년 상반기 중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는 투자은행들의 한국 소비자물가 전망치가 상향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한편, 8개 투자은행들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평균 1.3%로 집계됐다.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평균 2.0%였다. 이는 한은 전망치 1.4%, 2.2%보다 다소 낮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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