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겨운 환율방어…보유외환 올들어 170억 달러 감소

10월 12.5억 달러 등 최근 석달새 90억 달러↓

달러지수 0.1% 내렸지만 기타통화 환산액 줄어

외화보유액 세계 순위 9월 말 기준 9위권 유지

사우디만 124억 달러 늘고 나머지는 모두 감소

2023-11-03     유상규 에디터
3일 한국은행은 10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이 전달보다 12억 4000만 달러 줄어든 4128억 7000만 달러라고 발표했다. 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미국 달러화를 들어 보이고 있는 모습. 2023.11.3. 연합뉴스

지난달 외환보유액이 석 달 연속 감소했다. 지난달 12억 5000만 달러를 포함해 석 달 동안 감소액이 90억 달러에 가깝고, 올해 들어서 지난달까지 170억 달러 넘게 줄었다.

한국은행은 3일 외환보유액이 10월 말 현재 4128억 7000만 달러(약 554조 원)로, 9월 말(4141억 2000만 달러)보다 12억 4000만 달러(약 1조 6600억 원) 감소했다. 외환보유액은 지난 7월 이후 3개월 새 89억 3000만 달러(약 11조 9800억 원)나 줄었다. 올해 전체로는 외환보유액 감소액이 171억 달러(약 22조 9300억 원)에 이르고 있다.

 

2023년 월별 외환보유액 추이

한은은 외환보유액 감소의 원인으로 외환시장 변동성 완화 조치(환율 방어), 기타 통화 외화자산의 미국 달러 환산액 감소 등을 꼽았다. 환율 변동성 완화 조치에는 한은과 국민연금공단 사이 외환 스와프 협약에 따른 달러 공급의 일시적 효과도 포함된다. 외환 당국은 지난 4월 국민연금으로부터 원화를 받고 달러를 주는 스와프 거래 규모를 350억 달러로 확대했다.

10월 중 미국 달러화지수는 0.1% 가량 하락하는 등 달러화는 소폭 약세를 보였다. 다만 달러화지수에 포함되지 않는 중국과 호주 등의 기타통화가 달러화 대비 평가 절하(가치 하락)되면서 기타통화 외화자산의 미 달러화 환산액이 감소했다.

 

외환보유액 추이 (2023년 10월), 자료 : 한국은행

자산별로는 국채, 회사채 등 유가증권(3699억 8000만 달러)이 전달보다 26억 1000만 달러 줄었고, 국제통화기금(IMF)에 대한 특별인출권(SDR·147억 7000만 달러)도 3000만 달러 감소했다.

반면에 예치금(188억 7000만 달러)은 14억 7000만 달러 늘었다. 금은 시세를 반영하지 않고 매입 당시 가격으로 표시하기 때문에 전달과 같은 47억 9000만 달러를 유지했다.

한국의 외환보유액 규모는 9월 말 현재 4141억 2000만 달러로 전달과 같은 세계 9위 수준이다.

 

주요국 외환보유액. 자료 = 한국은행

중국이 3조 1151억 달러로 가장 많았고, 일본(1조 2372억 달러), 스위스(8184억 달러), 인도(5877억 달러), 러시아(5690억 달러), 대만(5640억 달러), 사우디아라비아(4393억 달러), 홍콩(4157억 달러), 브라질(3403억 달러) 등으로 나타났다. 외환보유액 세계 10위권 국가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만이 전달보다 124억 달러 증가했고, 나머지 9개 국가는 모두 감소했다. 감소 규모는 스위스가 467억 달러로 가장 크고, 이어 중국 450억 달러, 일본 139억 달러 등의 순이었다.

한은은 외환보유액 감소에도 불구하고 현재 수준이 부족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창용 총재는 지난달 2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 답변을 통해 "현재 (원/달러)환율 움직임 등을 봤을 때, 외환보유액이 부족하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다"며 "외환보유액을 늘리는 데는 그만큼 비용이 든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그러나 "너무 급격하게 변화하면 심리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그 움직임을 보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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