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데롯 극장’의 관객은 되지 말자

2023-10-23     리인수 언론소비자주권행동 정책위원
리인수 언론소비자주권행동 정책위원

2014년 7월에 있었던 충격적인 장면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무자비하게 폭격하는 광경을 마치 불꽃놀이 구경하듯 사람들이 즐기고 있는 동영상이 뉴스로 보도된 것이다. 이스라엘 남부 지역의 주민들이 자기 집 거실에서 쓸 법한 소파와 의자를 가자지구가 가장 잘 보이는 스데롯 언덕 꼭대기까지 갖고 가 이스라엘군의 폭격 장면을 마치 영화 감상을 하듯이 즐기고 있었던 것이다. 한 여성은 재미있다는 듯 엄지척을 하며 웃고 있었고 폭음이 들릴 때는 박수까지 쳤다. 그 광경을 본 덴마크의 한 언론인은 그곳을 ‘스데롯 극장’ 이라 비유하며 이스라엘군과 구경꾼인 주민들을 강력히 비난했다. 당시 세계 곳곳에서는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시위가 벌어졌는데 아르헨티나의 한 시위 참여자는 이스라엘을 양을 잡아먹는 늑대, 살인마라고 규탄했다.

지난 10월 7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대표하는 집권 정당 하마스가 이스라엘로 로켓 수천여 발을 발사하고 분리 장벽을 넘어 이스라엘 영내로 진입하여 민간인들에게 총격을 가하고 인질로 잡아오는 공격을 단행했다. 그 사태 하나만 놓고 보면 하마스는 비난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하마스가 그렇게까지 무리하게 민간인들을 해치고 인질로 데리고 온 것은, 지난 70여 년 동안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저질렀던 침략·학살 등 반인도적 범죄를 되새겨 보면 이해가 되는 측면이 없지 않다.

이스라엘은 10월 7일 이전이나 이후나 가자지구를 폭격하면서 병원, 교회, 학교, 민간인 주거지 등을 가리지 않고 무자비하게 폭격을 단행하여 갓난아기, 어린이, 환자, 결혼식을 올리는 신부 등 수많은 사람들을 학살했다. 이스라엘의 그러한 폭격은 실수가 아니라 명백히 의도된 학살이다. 그로 인하여 여태껏 희생된 팔레스타인인 사상자는 수만여 명에 이른다. 그러니 지난 10월 7일 같은 사태는 예고되어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벌어지는 ‘이-팔 사태’ 의 책임은 명백히 이스라엘에 있다. 이스라엘이 무슨 명분을 내세우든 상관없이 그들은 팔레스타인인들이 평화롭게 살던 땅에 폭력적으로 밀고 들어가 오늘날 자신들의 지도(영토)를 만들었다. 그 배후에는 제국주의 깡패 미국이 있음은 삼척동자도 안다.

미국은 10월 7일 이후, 그렇지 않아도 하마스에 비해 군사적으로 압도적 힘을 가진 이스라엘을 보호한답시고 항공모함을 파견하고 각종 무기와 포탄을 제공하는 등 불타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기름을 붓는 짓을 저지르고 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가자지구 주민들을 위해 1억 달러의 구호품을 보내겠다는 발표도 했다. 미국의 그러한 행위는 얼핏 보면 전쟁 중에도 인도주의 입장을 견지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팔레스타인인 입장에서 따지고 보면 구호품 받아 며칠 더 연명하다 이스라엘 폭격에 맞아 죽으라는 말과 같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현 시점에서, 가자지구로 구호품을 보내는 것보다 중요하고 시급한 건 이스라엘이 더 이상 폭격을 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다. 하마스를 없앤다는 명분으로 자행된 폭격으로 요 며칠 사이에 가자지구 주민 수천 명이 죽고 다쳤다. 부질없는 말이겠지만 이스라엘이 최소한 ‘비례성의 원칙’이라도 지켰어야 했다. 이스라엘의 대응은 너무나 야만적이고 도를 넘어도 한참을 넘었다. 그런 이스라엘에 무기와 포탄을 제공해 주는 미국은 제정신 가진 나라인가?

한국 언론을 비롯하여 세계인들의 양심에 호소한다. 지금 벌어지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에 대한 야만적인 폭격, 침략·학살은 명백한 전쟁범죄이다. 여기에 대해 침묵한다면 우리 모두는 저 ‘스데롯 극장’의 관객으로 치부될지 모른다.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갈망하는 세계의 모든 양심들은 이스라엘과 미국의 만행을 규탄·저지하고 팔레스타인인들의 투쟁에 끊임없는 연대와 지지를 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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