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에 간 법무부 "이태원 참사 대부분 진상규명"

인권위원 질의에 "행안부 답변을 말하겠다"며

"피해자 소통강화, 1주기 맞춰 추모시설 조성 지원"

유가족 "기초적인 진상규명도 되지 않아" 반박

"정부 매우 부적절…허위답변이나 다름 없어"

2023-10-20     김성진 기자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법무부 승재현 인권국장(한국 정부대표단 수석대표·왼쪽)과 법무부 박진열 인권국 인권정책과장(오른쪽)이 19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 유엔 최고인권대표 사무소 회의실에서 열린 유엔 자유권규약 위원회(UN Human Rights Committee) 심의에서 답변하고 있다. 2023.10.20. 유엔 웹TV 갈무리

한국 법무부가 19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 유엔 최고인권대표 사무소 회의실에서 열린 유엔 자유권규약 위원회(UN Human Rights Committee) 심의에서 10·29 이태원 참사와 관련, "대부분의 진상이 규명됐다"고 답변했다.

진상 규명을 위해 국회에서 특별법을 제정 중인 가운데 정부가 이러한 답변을 내놓은 것은 국제사회에 대한 기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법무부는 이날 포르투갈의 호세 마누엘 산토스 파이스 위원이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한국 정부 대응의 부적절성을 지적하며 이태원 참사 희생자와 피해자들을 위한 후속 조치를 말해 달라고 하자 이같이 밝혔다.

산토스 파이스 위원은 특별법에 따라 독립적 수사기관을 설립할 계획이 있는지를 질의하고, 추모 활동에 참여하는 인권운동가와 시민들의 수사 및 범죄화 문제 등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법무부는 산토스 파이스 위원의 질의에 "이태원 참사 관련 조치에 대해서 행정안전부의 답변을 말하겠다"면서 "이태원 참사 직후부터 경찰의 특수본 수사, 검찰 수사, 국회 국정조사 등 대대적인 조사와 수사를 통해 참사의 원인부터 구조활동 및 대응상황의 적정성에 대한 대부분의 진상이 규명됐다"고 답했다.

 

법무부 관계자가 19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 유엔 최고인권대표 사무소 회의실에서 열린 유엔 자유권규약 위원회(UN Human Rights Committee) 심의에서 답변하고 있다. 2023.10.20. 유엔 웹TV 갈무리

이어 "피해자와 유가족에 대한 지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피해자 지원단을 출범해 유가족 대리인과 정기적인 면담 등을 통해 피해자의 애로사항 해결, 지원제도 등 관련 절차 안내 등 피해자와 소통을 강화하는 한편, 참사 1주기에 맞춰 현장추모시설이 원활하게 조성될 수 있도록 해당 지자체와 적극협조 및 지원하고 있다"고 했다.

또한 "범부처 차원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25번의 TF 회의를 거쳐 인파사고 재발방지 등 65개의 재발방지 대책이 포함된 국가안전 시스템 개편 종합 대책을 마련해 추진 하고 있다"며 "정기적인 회의를 통해 종합대책의 이행 상황을 주기적으로 점검 관리하고 있다"고 답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는 20일 오후 보도자료를 내고, 한국 법무부가 유엔 자유권규약 위원회에서 한 답변 내용에 대해 즉각 반박했다.

유가족협의화와 시민대책회의는 법무부가 "대부분의 진상이 규명됐다"고 한 것에 대해 "참사의 구조적 원인에 대한 진상규명은 차치하더라도 개별 희생자들에 대한 적절한 조치가 이뤄졌는지, 현장에 배치된 경찰이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왜 허위보고가 이뤄졌는지 등 유가족을 비롯한 피해자들이 요청하는 기초적인 진상규명조차 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국회에서는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해 10·29 이태원 참사 특별법의 입법 절차가 진행 중"이라면서 "이러한 상황에서 대부분의 진상이 규명이 되었다는 입장을 국제사회에 공식적으로 밝힌 대한민국 정부 대표단의 답변은 앞으로의 진상규명과 특별법 제정에 부정적 입장을 밝힌 것으로 매우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이태원 참사 1주기를 2주 앞둔 15일 서울 용산 이태원의 참사 골목에 설치된 '10.29 이태원 참사 기억의 길'에서 시민들이 걷고 있다. 2023.10.15. 연합뉴스

"피해자 지원단을 통해 피해자들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피해자와의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는 법무부의 답변에 대해서는 "피해자 지원단은 실질적으로 피해자들을 지원하지 못하고 있고, 참사의 내용과 지원사항을 피해자들에게 브리핑조차 하지 않았다"며 "유가족 뿐만 아니라 생존자, 구조, 상인 등 피해자들과 직접 면담한 적도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26명 외국인 희생자의 유가족들은 그나마 한국인 유가족들이 최소한으로 접근할 수 있는 정보나 지원도 하나도 받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오히려 비판받아야 할 피해자 지원단의 활동을 마치 피해자들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활동으로 소개한 정부 대표단의 답변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했다.

"참사 1주기에 맞춰 현장 추모시설이 조성될 수 있도록 협조 및 지원한다"는 답변에 대해서도 "서울시는 추모행사의 개최 불허, 서울광장 사용 불허, 철거명령 및 변상금 부과 등을 통해 분향소의 운영을 위협하고 있고, 이러한 상황에도 정부는 어떠한 조치도 취하고 있지 않다"며 "분향소는 전적으로 시민사회단체와 유가족들이 운영하고 있고, 어떠한 지원도 받지 않고 있다"고 했다.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정부 대표단의 답변은 허위 답변이나 다름없다"면서 "자유권규약 심의 과정에서 부적절하고 허위의 답변을 한 정부 대표단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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