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위증교사 혐의…검찰의 이재명 '살라미 기소'

백현동 기소 나흘 만에…벌써 네 번째

"이재명 위증교사했다면 검찰도 위증교사"

대북송금 건으로 여론 반전 꾀하려는 검찰

이화영 6개월 구속 연장…구속 정당성 문제

심리 종결된 사건 '증거 인멸' 이유로 구속

2023-10-16     김성진 기자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6일 서울 서초동 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위례신도시 특혜 의혹 사건 첫 재판에 출석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2023.10.6. 연합뉴스

검찰이 16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해 위증교사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지난 12일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으로 불구속 기소한 지 나흘 만이다. 이 대표에 대한 구속에 실패하자 '살라미식 쪼개기 기소' '재판으로 괴롭히기'를 현실화하는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김용식 부장검사)는 이날 이 대표를 위증교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 했다. 이 대표 재판에서 위증한 혐의로 김병량 전 성남시장의 수행비서였던 김진성 씨도 함께 재판에 넘겼다.

"이재명 위증교사 했다면 검찰도 위증교사"

검찰이 주장하는 위증교사 혐의는 지난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성남시민 모임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던 이 대표는 분당 파크뷰 특혜 의혹을 취재하던 KBS <추적 60분> 최철호 PD가 검사를 사칭하는 데 공모했다는 혐의를 받고, 2004년 12월 대법원에서 공무원자격사칭죄 등으로 벌금 150만 원이 확정됐다.

이후 이 대표는 2018년 5월 경기도지사 선거 TV토론에서 "PD가 사칭하는데 제가 옆에 인터뷰 중이었기 때문에 제가 그걸 도와줬다는 누명을 썼다" "저는 보복 당했다고 생각한다" 등의 발언을 했는데, 이 발언이 허위사실 유포라는 이유로 기소됐다. 이 사건은 2020년 10월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검찰이 이번에 이 대표를 기소하면서 주장하는 혐의는 2020년 대법원 무죄 판결과 관련이 있다. 검찰은 2018년 12월 22∼24일 이 대표가 김진성 씨에게 여러 차례 전화해 과거 자신의 '검사 사칭 사건' 관련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 혐의 재판에서 위증해달라고 요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기각된 구속영장에서도 이 대표가 김 씨에게 "일방적인 주장을 마치 사실인 것처럼 주입하듯 말하면서 허위 증언을 해줄 것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대표와 민주당 측은 '위증교사 의혹'에 대해 김 씨에게 진실을 증언해달라고 했던 것이지 위증 요구를 한 게 아니라는 입장이다.

민주당 법률위원회 부위원장인 조상호 변호사는 "당시 기억하는 걸 진술해 달라는 것이었고, 심지어 (김 씨에게) 보지 않은 것은 이야기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이야기도 한다. 검찰의 주장은 반복적으로 이야기하면서 압박감을 줘서 (법정에서) 유리한 진술을 유도했다는 것"이라며 "그렇게 따지면 검찰의 모든 조사가 반복해서 똑같은 질문해서 답변을 유도하는 것인데, 그것도 위증교사인가"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위례신도시 특혜 의혹 사건 첫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3.10.6. 연합뉴스

수사 동력 잃은 검찰 발버둥…벌써 네 번째 기소

이번에 위증교사 혐의로 기소되면서, 이 대표는 윤석열 정권 들어서만 네 번째 재판에 넘겨지게 됐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9월 허위사실 공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올해 3월 대장동·위례신도시 사건으로 이 대표를 기소했고, 지난주 백현동 사건으로 세 번째 기소를 했다.

검찰은 백현동 사건과 대장동·위례 사건 모두 이 대표가 성남시장 재직 시절 발생했고 유사한 구조를 가진 점 등을 고려해 재판부에 병합을 신청했다. 법원이 검찰의 병합 신청을 받아들인다면 이 대표는 위증교사 혐의와 함께 대장동·위례·백현동 건, 공직선거법 위반 건 등으로 동시에 3개의 재판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백현동 로비스트' 김인섭 씨 조사 과정에서 수사한 위증교사 혐의에 대해 별개로 기소한 것은 의문이 남는다. 위증교사 혐의는 김인섭 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백현동 개발에 참여한 김진성 씨의 문자 메시지 내용 등을 토대로 별건 수사한 사안이다.  통상 정치 사건에서 별건 수사는 병합 기소하는 게 관례임에도 검찰은 대장동·위례·백현동과 위증교사가 직접 관련 없다는 이유 등으로 따로 기소했다.

법조계에서는 지난달 영장 기각 당시 법원에서 위증교사 혐의와 관련, "혐의가 소명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만큼, 검찰이 자신들이 유리하다고 판단되는 재판을 통해 수사 동력을 삼으려는 의도라는 관측이 나온다. 위증교사 건이 단순한 만큼 신속한 재판이 가능하다는 점도 검찰의 '노림수'로 보인다.

대북송금 건도 아직 남아있다. 현재로선 이 대표에 대한 영장 재청구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다만 향후 검찰이 대북송금 건까지 기소한다면 이 대표의 재판은 최소 4개로 늘어난다. 서울과 수원을 오가며 여러 건의 재판을 동시에 받는다면 활동에 상당한 제약이 예상된다. 총선을 앞두고 검찰이 제1야당 대표의 정치활동을 방해하기 위해 무리하게 기소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아울러 검찰이 대북송금 건과 관련해 송치-재송치를 거듭하는 것도 절차상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은 이날 위증교사 혐의로 이 대표를 기소하면서, 지난달 함께 구속영장을 청구했던 대북송금 건을 수원지검으로 재이송한다고 밝혔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등 핵심 관계자들이 수원지법에서 기소됐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이 편의대로 송치-재송치를 거듭하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이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규정하고 있다. 검찰이 구속영장 청구를 이유로 수원에 송치된 사건을 서울로 재송치하고 또 수원에 내려보내는 행위는 피의자 권익을 침해하는 위법한 조치로 평가될 수 있기 때문에 향후 공방이 예상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새벽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며 민주당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3.9.27 [공동취재] 연합뉴스

심리 마쳤는데 증거인멸 이유로 이화영 또 구속

한편 이 대표 구속영장 기각으로 수사 동력을 상실한 검찰은 대북송금 '핵심 관계자'인 이화영 전 부시자의 추가 구속영장이 법원으로부터 발부되면서, 이를 토대로 여론의 반전을 꾀하려는 모습이다. 이 전 부지사에 대한 검찰의 압박도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보강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구속의 정당성에 대한 비판도 만만찮다. 이 전 부지사는 지난해 10월 14일 쌍방울 그룹으로부터 법인카드 등 뇌물 및 정치자금 3억여 원을 수수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뒤 이미 1년 간 수감됐다. 이번까지 6개월씩 두 번 추가로 영장이 발부되면서 형사소송법상 최장인 1년 6개월을 수감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됐다.

형사소송법 제92조에 따르면 구속된 상태로 재판에 넘겨질 경우 2개월 동안 구속된 상태에서 재판을 진행할 수 있다. 구속 갱신은 "구속을 계속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에 한해 심급마다 2개월 단위로 2차례에 한해 할 수 있다. 즉 1심 재판에서 최장 6개월간 구금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이 전 부지사의 경우, 뇌물과 외국환거래법, 증거인멸교사 혐의 등 세 갈래로 공판이 진행 중이다. 검찰은 뇌물과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6개월 씩 두 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해 지난 1년동안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했고, 이번에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6개월 추가 영장을 청구한 것이다.

문제는 법원에서 발부해 준 증거인멸교사 혐의에 대한 공판 절차가 이미 종결됐다는 점이다. 수원지법 형사11부(신진우 부장판사)는 영장을 추가 발부하며 "증거인멸 염려 및 도주 우려가 있다"고 했지만, 이미 종결된 공판에 대해 증거 인멸을 이유로 구속을 연장하는 것이 정당하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 전 부지사에 적용된 증거인멸교사 혐의는 지난 2021년 언론에서 '쌍방울 법인카드 사용 의혹'을 취재하자 이 전 부지사가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에게 관련 자료 삭제를 두차례 요청했다는 내용이다. 혐의 내용이 함께 재판 중인 다른 건과 비교해 단순하다. 증거 인멸 주장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게다가 이 전 부지사의 재판은 다음 달에 종결될 전망이다. 법조계에서는 선고일까지 고려해도 2개월 정도가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1년간 구속된 상태에서 약 2개월 남은 재판을 위해 추가로 6개월짜리 영장을 발부하는 것이 피해자 방어권 차원에서 타당한지 의문이다. 세 차례에 걸친 영장 발부도 매우 이례적이다. 

 

 쌍방울그룹의 대북 송금 사건과 관련 재판을 받고 있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연합뉴스 자료사진

조 변호사는 "법원은 병합 기소된 전체 사건을 놓고 판단하고 있는데, 사실상 별건 영장으로 구속 기간을 무제한 늘릴 수 있는 문제가 발생한다. 6개월로 제한한 법 취지에 반한다"고 했다. 그는 "(이재명 대표) 제3자 뇌물죄 재판을 하게 된다면 또 영장을 내달라고 할 수 있다"며 "(구속에 대한) 위헌성을 다퉈볼 여지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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