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청문회 김행 발언에 '발끈'한 이유

용혜인 "성차별적 보도 위키트리 수장이 여가부 장관?"

김행 "그런 보도는 1~3위 메이저 언론사도 다 그래"

조선일보 "저질보도가 언론현실?" 물으며 김행 비판

유인촌 '블랙리스트'와 이동관 '언론탄압'도 비판해야

2023-10-06     이승호 에디터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5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참석,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2023.10.5. 연합뉴스

조선일보가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게 발끈했다. 조선일보는 6일 오전 3시(인터넷판) <저질 보도가 언론 현실? 김행 후보자 발언 논란>이라는 기사를 올렸다. 김 후보자의 청문회 발언을 논리정연하게 비판한 기사다.

조선일보는 최근 김 후보자 청문회와 관련된 여러 건의 기사를 게재했지만 매몰차게 비판한 적은 없었다. 대개는 김 후보자를 둘러싼 각종 논란과 당사자의 해명을 함께 소개한 기사들이 많았다. <‘주식 파킹’으로 백지신탁 피했나…김행 “그 방법뿐…위법 사항 없지 않나”> <김행, 위키트리·김건희 여사 친분 논란에…“난 코인쟁이도, 월단회 회원도 아냐”> 등의 기사들을 예로 들 수 있겠다.

 

미디어오늘 유튜브 채널 갈무리

한데 난데없이 <저질 보도가 언론 현실? 김행 후보자 발언 논란>이라는 비판 기사를 내보낸 것이다. 조선일보는 왜 이런 비판 기사를 썼을까. 그 전말을 시간순으로 들여다 보자. 최초의 원인 제공자는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었다. 용 의원은 5일 청문회장에서 김행 후보자를 몰아붙였고, 김 후보자는 조선일보에 꼬투리 잡힐 답변을 하고 말았다.

용혜인 “(위키트리 부회장인) 김 후보자는 이런 (선정적) 기사들로 돈을 벌었다. 혐오 장사로 주가를 79배 급등시켜서 100억 원대 주식 재벌이 됐다. 악질적이고 성차별적인 2차 가해 보도를 양산했던 언론사 수장이 성평등 부처의 수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나?”

김행 “저도 부끄럽고, 이게 지금 대한민국 언론 현실이다. (…) 언론중재위원회 지적 사항이 나온 시기를 연도별로 보면 저희보다 훨씬 큰 언론사, 메이저 언론사 1~3위가 다 들어갔다.” 

용 의원은 질의와 함께 언론중재위원회의 시정권고를 받은 위키트리 기사가 2018년부터 최근까지 10건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수갑 채우는 경찰 하반신에 ○○○ 비비며 신음하는 여성> 등의 기사를 예로 들기도 했다. 이에 김 후보자는 위키트리 운영자로서 사과는커녕 ‘다른 언론도 다 그렇지 않느냐’며 일반화시켰다. 물타기였다.

 

조선일보 기사 갈무리

조선일보 기사 갈무리

이 장면을 거의 모든 언론이 중계했다. 조선일보도 5일 정오 쯤 <성희롱 기사 양산 지적에, 김행 “부끄러운 한국 언론 현실”>이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용 의원의 질의와 김 후보의 답변을 전하는 단순한 스트레이트 기사였다.

그런데 김 후보자의 발언을 다시 들어보니 불쾌했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메이저 언론사 1~3위도 마찬가지라니, 그렇다면 조선일보도 포함되지 않나. 더군다나 조선일보는 ‘1등 신문’ 아닌가. 조선일보로서는 김 후보자가 괘씸했을 것이다. 가만 있을 조선일보가 아니다. <저질 보도가 언론 현실? 김행 후보자 발언 논란>이라는 기사는 이런 배경에서 출고됐을 것으로 추측된다.

조선일보는 이 기사에서 “정치권에서는 ‘자기가 창업하고 경영한 언론사가 성차별적이고 2차 가해성 기사를 남발한 데 대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그렇지 않은 언론까지 끌어들였다’는 비판이 나왔다”며 “‘성폭력 피해자 보호’ 위반과 관련한 시정권고 건이 일부 있지만, 위키트리처럼 선정적인 제목을 썼다는 이유로 (다른 언론사가) 지적받은 사례는 거의 없다”고 김 후보자의 발언을 반박했다”고 비판했다.

모름지기 언론은 이래야 한다. 칭찬 받을 만하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의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이나 청문회를 무사히 통과한 이동관 방통위원장의 ‘언론탄압 의혹’도 매섭게 물고 늘어지면 더 칭찬받을 수 있다. 그리고 사족이지만, 취재원이 ‘정치권’ 아닌 ‘언론계’면 더 자연스럽지 않나.

 

영국 옥스퍼드대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지난 6월 발간한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3’은 한국 언론사 가운데 조선일보를 불신 매체 1위로 선정했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관련기사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