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들 장사할수록 '빚수렁'…정부는 '무대책'
2분기 대출 잔액 1043조로 최고치 경신
연체액도 3개월 만에 1조 늘며 7조3천억
"고금리 탓에 장사해 이자 내기도 힘들어"
한은 "자영업자 대출 부실화 심각한 수준"
"재정 투입해 상환유예·원리금 지원할 때"
"장사는 안되고 대출 이자는 오르고…."
고금리와 고물가 여파로 소비가 줄면서 자영업자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면 경기가 살아날 것으로 기대했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외식비와 농산물 가격 등 생활 물가가 폭등한 데다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소비자들은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
금리가 오르면서 코로나19 때 받았던 대출금 이자 부담도 커지고 있다. 장사해서 번 돈으로 이자를 갚고 나면 손에 쥐는 돈은 거의 없다. 그나마 이자를 낼 수 있으면 다행이다. 장사를 망친 달에는 대출금 이자를 갚지 못해 연체하기 십상이다. 영업하면 할수록 빚의 수렁에 더 깊이 빠져들고 있다.
이런 현실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받은 ‘자영업자 대출 현황’ 자료를 보면 알 수 있다. 이에 따르면 올 2분기 말 기준 자영업자의 전체 금융기관 대출 잔액은 1043조2000억 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3개월 전인 1분기 말에 비해 9조5000억 원이 증가했다.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지난해 3분기에 1014조2000억 원으로 1000조 원을 돌파한 뒤 계속 늘고 있다.
1개월 이상 원리금을 내지 못하는 연체액도 3개월 만에 1조 원이 증가하며 역대 가장 많은 7조3000억 원에 달했다. 전체 금융기관에서 자영업자의 연체율은 2분기 말 1.15%로 1분기 말보다 0.15%포인트 높아졌다. 2014년 3분기 이후 가장 높은 연체율이다.
더 큰 문제는 소득이 낮은 자영업자의 연체액만 늘고 있다는 점이다 . 평균 소득의 30% 미만인 저소득 자영업자는 대출 잔액이 1분기 말 123조 원에서 2분기 말 125조2000억 원으로 증가했다. 중위 소득 자영업자는 같은 기간 187조2000억 원에서 200조9000억 원으로 13조7000억 원이나 늘었다. 중위 소득 자영업자의 연체율은 1분기 말 1.8%에서 2분기 말 2.2%로 가장 많이 올랐다. 이에 비해 고소득 자영업자 연체액은 같은 기간 723조 6000억 원에서 717조1000억 원으로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권별로는 은행보다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등 2금융권의 연체액 증가세 더 뚜렷했다. 2분기 말 기준 은행권과 비은행권 자영업자 연체율은 각각 0.41%와 2.91%로 나타났다. 은행은 1분기 대비 0.04%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쳤으나 2금융권은 0.37% 포인트 급등했다. 2금융권 연체율은 2015년 4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저축은행의 연체율은 6.42%로 1분기보다 1.25%포인트 올랐고 상호금융은 0.30%포인트 상승한 2.52%를 기록했다. 저축은행 연체율은 2016년 3분기 이후 6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여러 곳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 자영업자의 대출 잔액은 743조9000억 원으로 1분기보다 9%가량 늘어났다. 전체 자영업 대출의 71.3%가 다중채무에 해당하는데 이 비중 역시 역대 최대다. 대출금리가 0.25%포인트만 올라도 자영업 다중채무자의 연평균 이자는 1조 원 이상 늘어난다.
대출 이자도 감당하지 못하는 자영업자의 부실화가 심각하고 이 문제가 금융권으로 확산할 위험이 커지고 있는데도 국정을 담당한 정부와 여당은 실효적 대책을 내놓지 않고 뒷짐만 지고 있다. 오히려 야당이 나서 자영업자 부실화에 따른 사회·경제적 충격을 을 줄이기 위한 연착륙 대책을 내놓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8월 초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취약 차주의 대출금 상환유예와 원리금 지원을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재정 투입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한국은행도 최근 발표한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자영업자 대출의 전반적 질이 저하되고 있다”며 “단기적으로 취약 차주에 대해 새출발기금 등을 통한 채무 재조정을 촉진해야 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정상 차주의 자발적 대출 상환과 부채 구조를 장기 분할 상환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