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경제학' 굿판을 당장 걷어치워라

실체없는 '낙수효과' 맹신, 부자감세로 재정 거덜

지금대로면 연말 세수펑크 70조원 훌쩍 넘을 듯

무역 적자, 가계부채, 청년 일자리 갈수록 태산

한마디로 우리경제 지옥의 문이 열리고 있어

2023-10-01     주영 경제칼럼니스트
주영 경제칼럼니스트

‘낙수효과’란 단어가 있다. 지겨울 만큼 익숙한 단어다. 신자유주의 경제를 추종하는 보수 정권이 들어서면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떠들어대는 단어다. 그런데 ‘낙수효과’ 단어의 유래가 재미있다. 밀턴 프리드먼 같은 신자유주의를 대표하는 경제학자가 처음 사용했을 것 같지만 전혀 아니다. 미국 코미디언이자 희극 작가 윌 로저스(William Penn Adair Rogers)가 대공황 당시의 미국 후버 대통령을 풍자 비판하면서 이 단어를 처음 사용했다.

코미디언이 창안한 우스갯소리 ‘낙수효과’

대공황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고 미국 경제와 사회가 완전히 무너지고 있는데도 후버 대통령이 고소득자에게 부가 집중되는 정책만 고집하자, 광산기술자 출신 후버가 물이 아래로 흐르는 것만 알고 돈은 아래에서 위로 흐른다는 걸 전혀 모른다며 후버의 무능력을 풍자 비판하면서 처음 사용했던 말이다. 후버의 무능력을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낙수효과’는 없다는 걸 강조하며 처음 사용했던 말이 1980년대 ‘신자유주의’ 시대를 뒷받침하는 이론적 논거로 자리잡는 웃지 못 할 정말 코미디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낙수효과’는 실체가 없다는 것은 이미 수많은 사례로 증명이 되었고, 보수적 색채가 강한 IMF, OECD 조차 ‘낙수효과’는 없다고 인정을 하고 있지만, 그 유래도 사실 ‘낙수효과’는 실체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윤석열 정부와 일부 보수언론은 여전히 실체 없는 ‘낙수효과’를 추종하고 맹신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2년 세제개편안이 발표되었을 때 부자감세로 인한 세수 결손과 재정 여력 부족 등으로 재정건전성이 오히려 나빠지고 우리 경제에도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이에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기업들의 투자 확대와 성장 기반 확충으로 시간이 지나면 오히려 세수가 더욱 확대되고 재정건전성에도 기여할 것이라 답했다.

보수 언론들도 모두 비슷한 답을 했다. 수많은 기사와 사설을 통해 감세정책이 결국 기업들의 투자 확대와 기업 수익 증대로 이어져 세수가 오히려 증대할 것이라는 마치 고장 난 레코더를 틀어놓은 것처럼 똑 같은 말만 되풀이 했다. 심지어 기업들의 투자와 수익이 증가하면서 고용이 늘고 가계 소비도 증가하면서 윤석열 정부의 민간주도 성장이 선순환에 접어들 것이라며 설레발을 쳤다.

그런데 모두 새빨간 거짓말로 밝혀졌다. 정부가 올해 예상 세수 결손 규모를 무려 59조 1천억 원으로 추산했다. 세수 추계 오차율이 15%에 가깝다. 믿기 힘든 수치다. 60조 원에 가까운 세수 펑크로 재정적자 규모도 기존 예상을 훌쩍 넘어 94.3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여기까지만 봐도 ‘건전 재정’이 아니라 이미 ‘거덜 재정’이다. 그것도 정부가 서민들의 삶을 살피고 경제 성장의 마중물 역할을 위해 돈을 써서 늘어난 적자 재정도 아니다. 대규모 감세정책으로 만들어진 적자 재정이다.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참여연대, 양대노총, 민달팽이유니온 등 노동·시민단체로 구성된 '재벌부자감세 저지와 민생·복지 예산 확충 위한 긴급행동' 관계자들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재벌·부자 감세 중단과 민생·복지 예산 확충을 촉구하며 손팻말을 들고 있다. 2022.10.19. 연합뉴스

지옥체험현장 만들고 있는 부자감세와 ‘거덜 재정’

근데 진짜 문제는 지금부터다. 지금의 거덜 난 재정조차 엄청난 희망사항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수 펑크 59조 1천억 원도 우리 경제가 하반기에 극적으로 좋아진다는 ‘상저하고’에 기초해 지난 7월 기준으로 추산한 것이다. 현 추세 그대로 연말까지 세수 감소가 이어진다면 세수 펑크 규모는 70조 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반기에 좋아질 것이라 기대하고 있는 우리 경제는 지금까지 상황만 본다면 ‘상저하고’가 아니라 ‘상저하지’, 즉 하반기로 갈수록 오히려 지하로 파고들 가능성이 높다. 지하로, 지하로 파고들어 지구 반대편 남미 베네수엘라에 닿을지도 모르겠다.

또 이번 세수 결손이 올해 경기 둔화 때문이라는 핑계를 늘어놓는다. 이것도 사실상 거짓말에 가깝다. 올해 법인세 상당 부분은 작년 영업 기준이다. 법인세는 8월 절반 정도를 선납하고 내년 3월에 나머지 절반을 낸다. 올해 경기 둔화도 영향을 줬겠지만, 상당 부분은 작년 영업 실적을 반영한 것이다. 그렇다면 올해 세수 결손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부자감세를 고집했다는 것은 나라 재정이 거덜 나든지 말든지 다른 숨은 의도가 있었던 건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또 올해 우리 경제 상황을 감안하면 내년에도 세수 결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쯤 되면 곳간을 통째로 비우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곳간을 통째로 태우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취업자 수가 두 달 연속 20만명대를 기록했지만 청년층에서는 10개월째 감소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13일 통계청이 발표한 '8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천867만8천명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26만8천명 늘었다. 청년층(15∼29세) 취업자는 10만3천명 줄어들며 10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갔다. 사진은 이날 서울 광진문화예술센터에서 열린 일자리 박람회에서 구직신청서를 작성하는 구직자들. 2023.9.13. 연합뉴스

거의 100개월 동안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며 한 때는 해외로부터 ‘구조적 무역 흑자국’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올해 8월까지 약 620억 달러 대규모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한 순간에 ‘구조적 무역 적자국’으로 전락했다. 경제성장률이 25년 만에 만성적인 저성장 국가 일본에도 뒤처질 위기에 처했다. 갈수록 우리 경제성장률만 하향 조정 중이다. 1인당 국민소득은 20년 만에 대만에도 역전 당했다. 자고 나면 주가는 떨어지고 달러-원 환율은 올라만 간다. 종합주가는 겨우 2400선을 턱걸이하고 있고, 달러-원 환율은 9월 26일자 기준 1348원으로 작년 11월 이후 최고치다. 가계부채 위기는 갈수록 커져가고 있고 가계대출 연체율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데다 생활물가는 자고나면 올라만 간다. 또 우리의 미래나 다름없는 청년들의 일자리가 월평균 무려 10만 개 이상 줄어들고 있다. 세수가 부족하니 복지예산을 줄이고 미래 먹거리 연구개발(R&D) 예산까지 줄이고 있다.

한 마디로 우리 경제는 지옥의 문이 열리고 있고 서민들의 삶이 지옥 체험현장으로 변하고 있다. 이런 결과가 모두 감세정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대규모 세수 펑크 참사로 재정 지출이 축소되고 경제성장률이 후퇴하고 다시 세수가 감소하고 또 재정 지출이 줄어들고 다시 성장이 후퇴하는 악순환의 트랙에 올라타고 있는 것이다.

과학, 과학, 하면서 굿판 벌이는 이유가 뭔가

‘무당 경제학’이라는 말이 있다. 감세정책을 고집하며 신자유주의를 추종했던 레이건 전 대통령의 경제 정책을 비판하며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했던 말이다. 존재하지도 않는 ‘낙수효과’를 믿는 것은 ‘무당 경제학’과 같다는 것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스티글리츠(Joseph E. Stiglitz) 교수도 감세정책으로 경제가 더욱 성장한다고 믿는 것은 미신에 가깝다는 표현을 한 적이 있다. 낙수효과를 믿는 것 자체가 ‘무당 경제학’이라는 것이다.

비록 연구개발(R&D) 예산은 16% 넘게 대폭 삭감하고, 천공, 건진 등의 문제로 무속 논란이 있지만, 코로나19 방역문제부터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문제에 이르기까지 모두 ‘과학’을 유난히 강조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다. 한 마디로 이념이나 괴담이 아닌 과학적 사실에 기반한 의사 결정과 정책 결정을 하겠다는 것이다. 완전 동의하고 진심 지지한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재정건전성을 강조하면서 부자감세를 외치는 것은 과학적 사실에 기반한 정책이 아니다. 1+1은 100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랑 같은 것이다. 감세정책은 재정건전성을 오히려 훼손하기 때문이다. 이미 세수가 59조 원이나 터져 과학적으로 그 사실이 증명되었다.

그래서 간절히 부탁드린다. 과학적 사실에 기반해 지금 당장 ‘무당 경제학’의 굿판을 걷어차 주시라. 감세정책을 철회해 주시라, 가장 확장적인 재정 정책을 준비해 주시라, 그것만이 우리 경제를 살리고 지옥 같은 삶의 현장에서 우리 서민들을 구하는 길이다. 과학 정부를 주장하면서 삶은 돼지 대가리나 올려놓고 ‘무당 경제학’의 굿판이나 벌이고 있으니 우리 경제에 ‘굴종적 한산함’이 밀려오고 있는 게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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