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내가 재선 됐다면 북미 협상 한참 전 타결"

재선 성공 때 북한 문제 해결에 직접 나설 뜻 보여

공화당 모금행사 연설…"김정은, 터프하고 스마트"

평창 동계 올림픽 성공에 본인과 김정은 기여 주장

트럼프 "일본, 정말 우리를 너무 벗겨 먹고 있었다"

2023-09-10     이유 에디터

 

8일 미국 사우스다코타주 공화당 모금행사에서 연설하는 트럼프. 2023 09.08 [AFP=연합뉴스]

"우리는 훌륭한 관계를 맺었다. 선거가 조작되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한참 전에 협상을 타결했고, 그랬더라면 대단한 일이었을 것이다. 원래 일이 그렇다. 부끄러운 일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사우스다코타주 래피드시티에서 열린 공화당 모금행사 연설에서 2019년 제2차 북·미 하노이 정상회담 등 재임 시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각종 일화를 소개하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미국의 C-SPAN이 전했다.

그의 발언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승리한 2020년 대선이 "조작되지 않고" 본인이 재선해 시간을 벌었더라면 북핵 포기를 비롯한 북·미 협상은 오래전에 타결됐을 거란 얘기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019년 6월 판문점 회동 장면(연합뉴스) 2021.5.12 [외국문출판사 화보 캡처.

재선 성공 때 북한 문제 해결에 직접 나설 뜻 보여

각종 여론조사에서 공화당 대선 예비후보 중 압도적 1위를 달리는 데다, 민주당의 바이든 대통령보다 당선 가능성이 높게 나오는 트럼프의 발언인 만큼 예사롭지 않다. 트럼프가 내년 11월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한다면 북한 문제 해결에 직접 나설 가능성이 작지 않다.

김 위원장에 대해 그는 "터프한 친구(tough guy)였고 스마트한 친구(smart guy)였다"며 "그는 오직 핵무기 모으기를 사랑했고, 그게 그가 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한번 만나고 그 모든 일을 시작하고선 믿을 수 없을 만큼 잘 지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2017년 대통령직 인수를 위해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만난 일화도 소개했다. 

그는 오바마를 만나 "가장 큰 문제는 뭐냐"고 묻자 오바마는 "북한"이라고 답했다면서 "그는 정말로 핵전쟁으로 향해 가는 것처럼 느끼고 있었으며 그것은 진실"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그래서 나는 '수백만 명의 목숨을 잃느니 전화라도 해봤냐'고 물었으나 오바마는 '예스'라고 대답하지 않았다"고 소개했다. 트럼프는 "그래서 나는 누군가 전화를 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그들이 전화했지만 (북한에게) 대답을 듣지 못한 게 진실"이라고 설명했다.

 

불과 5년전의 일이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7-8위 순위 결정전에 나선 남북 단일팀이 스웨덴과 경기를 하는 동안 관중석에서 열띤 응원이 벌어지고 있다. 2018.2.20 연합뉴스 

평창 동계 올림픽 성공에 본인과 김정은 기여 주장

그는 "북한이 있기에 한국에 미군 3만5000명(실제론 2만8500명)이 위험에 놓여 있지만, 나는 김정은과 매우 잘 지냈다"며 "내가 대통령이 되지 않았더라면, 힐러리 클린턴이 됐더라면 장담하지만, 핵전쟁으로 끝났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뉴욕타임스(8월 30일 자)가 공개한 지난 4월 뉴욕 검찰청 신문록에서도 트럼프는 뜬금없이 한반도를 거론한 뒤 "내가 북한과 상대하지 않았으면 핵 홀로코스트(대량학살)를 겪었을 것이다. 지금도 핵전쟁을 보고 있을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을 또다시 "리틀 로켓맨"이라고 부른 트럼프는 "우리는 비교적 터프했던 처음 한두 달 이후엔 잘 지냈다"며 "그는 내 책상에 빨간 버튼이 있다고 말해, 나도 빨간 버튼이 있다, 내 것이 더 크고, 좋고, 당신 것보다 훨신 강력하게 작동한다고 말해줬다"고 소개했다.

2018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과 관련, 트럼프는 "누구도 경기장 밖으로 날아가고 싶지 않기에 누구도 가지 않으려 했지만, 우리는 함께 갔다. 그들은 실제로 올림픽에 참가했다"며 "우리는 한국의 올림픽을 구했다"고 말했다. 올림픽 성공에 두 사람의 기여가 컸다는 주장이다.

 

북한이 12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신형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의 시험발사를 감행했다고 13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2023 07 13. 연합뉴스

공화당 모금행사 연설…"김정은, 터프하고 스마트해"

직접 대면 협상할 때의 일화도 회고했다. 트럼프는 김 위원장이 "멋진 친구(real guy)였고, 일종의 타고난(sort of natural) 친구"라고 평가한 뒤 "(단둘이) 저쪽으로 가서 김정은에게 말했다. 매우 역사적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는 "나는 말했다. '당신은 가장 아름다운 해안선을 가지고 있다. 생각해보라. 당신은 중국, 러시아, 한국 사이에 있다. 그 아름다운 쇼를 보라. 당신은 여태까지 본 것 중 가장 아름다운 콘도를 가질 수 있고, 엄청난 부자가 될 수 있다. 당신은 지금 사는 것처럼 살 필요가 없다'고 말해줬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 3월 트럼프는 자신이 만든 소셜미디어 플랫폼 '트루스소셜'에 올린 영상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거론하고 "나는 북한의 김정은을 알게 됐고 그와 아주 잘 지냈다"라며 "사람들은 '그런 말씀 하지 말라'고 하지만, 내가 그런 말을 하면 안 되는 이유가 뭔가? 그건 나쁜 일이 아니라 좋은 일이다"라고 말했다.

 

지난 8일 저녁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딸 주애가 참석한 가운데 정권수립(9ㆍ9절) 75주년 민방위무력 열병식이 열렸다고 조선중앙통신이 9일 보도했다. 2023.9.9

트럼프 "일본, 정말 우리를 너무 벗겨 먹고 있었다"

이날 공화당 모금행사 연설에서 그는 또한 중국, 멕시코, 일본, 한국 등 여러 나라와의 무역협정 개정 및 개정 요구를 성과로 거론한 뒤 "한국에 재협상을 해야 한다고 했다"며 "그들은 그것(한·미 간 기존 합의)이 불공정하다는 것을 알았다"고 주장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관련 언급이거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들린다.

일본과 관련해서도 트럼프는 "그들은 정말 우리를 너무 벗겨 먹고 있었다"면서 암살된 아베 신조 당시 총리를 만나서도 미·일 합의가 불공정한 만큼 재협상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한편 김정은 위원장은 북한 정권 수립(9·9절) 75주년을 맞아 하루 전날인 8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진행된 야간 '민방위 무력 열병식'에 딸 김주애와 함께 참석했다. 

열병식에는 류궈중 국무원 부총리를 단장으로 하는 중국 당·정부 대표단과 북한 주재 중국·러시아 외교 대표들이 초대됐다고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전했다.

이날 열병식에는 정규군이 아닌 남측 예비군 격인 단위별 노농적위군 부대들이 참가했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전략무기는 등장하지 않았다. 

 

 

관련기사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