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죽이지 말라” 교사 12만 '서이초' 추모 동참
국회 앞 5만 명 등 전국에서 추모 집회 이어져
부산 초등교사 17.4%인 1634명이 연가·병가
경남서도 전체 10%인 1300여명이 학교 안나와
교육부 관계자 “아이 안보내면 과태료” 공분 사
서이초 교사의 49재에 맞춘 ‘공교육 멈춤의 날’에 전국에서 많은 교사들이 동참했다. 교사들은 연가나 병가를 내고 학교에 나가지 않고 국회 앞 등에서 추모 행사를 벌였다.
4일 서울 국회의사당 앞에서는 주최 측 추산 전국에서 교사 5만 명이 모여 서이초 교사를 추모하고 공교육 정상화를 외쳤다. 서이초 교사에 이어 최근 나흘간 경기·전북에서 교사 3명이 불행한 일을 겪는 사건이 잇따르자 집회 참가들은 격앙된 분위기였다. 서이초 사건 이후 교사들이 평일에 집회를 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주최 측은 ‘이제 우리가 지키겠습니다’ ‘우리가 바꾸겠습니다’ 등의 구호 외쳤다. 교사 사망 진상규명, 교원보호 합의안 의결, 안전하고 존중받는 교육환경 조성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발표한 성명서에서 “더 이상 교사를 죽이지 말라. 이 억울한 죽음의 진상을 하루빨리 규명할 것을 촉구한다”며 “법이 바뀌지 않으면 학교가 바뀌지 않고 학교가 바뀌지 않으면 대한민국에 미래는 없다”고 밝혔다.
이날 전국 시·도교육청 등에서 열린 집회 참석 인원까지 합하면 교사 12만 명 이상이 집회에 참석했다. 서울교대·경인교대·춘천교대·한국교원대 등 교육대학교에서도 오후 7시 추모 집회가 개최됐다. 비슷한 시간대에 △충남교육청 △대구교육청 △대구 2·28 기념공원 △광주 5·18민주광장 △제주교육청 △인천교육청 △충북교육청 △충남교육청 △대전 보라매공원 앞 등에서도 추모 행사가 열렸다.
이날 오후 3시 서울 서이초 강당에서는 서울시교육청 주최로 ‘49재 추모제’가 열렸다. 행사에는 이주호 교육부 장관, 조희연 서울교육감, 임태희 경기교육감, 정성국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장, 김용서 교사노동조합연맹 위원장, 전희영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 등과 고인의 학교 선후배 등이 참석했다.
전국 시도 교육청에 따르면 상당수 교사들이 이날 연가나 병가를 냈다. 부산에서는 전체 초등교사 9369명 중 17.4%인 1634명이 연가나 병가를 냈다. 경남에선 전체 초등교사의 약 10%인 1300여명이 학교에 출석하지 않았다. 강원에선 1000명 이상이, 광주에선 초등학교 7곳이 자율 휴업을 했고 교사 360여명이 멈춤의 날에 동참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경기지부는 “연가와 병가 투쟁에 참여하는 교사 규모를 파악하기 위해 실제 상신을 올린 교사들을 대상으로 전날 단체 채팅방을 개설했다”며 “채팅방 2곳에 총 2500여명의 참가자가 들어와 있는데 비조합원도 다수 있다”고 밝혔다.
교사들의 성난 민심에도 교육부는 연가와 관련해 징계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교육부 관계자는 4일 징계 여부와 관련해 “오늘은 추모하는 날이기 때문에 징계 내용(수위)을 별도로 말씀드리는 것은 다음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기존 원칙이 바뀌지 않았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교육부가 멈춤의 날에 학생을 학교에 보내지 않는 학부모에게 과태료를 부과하겠다고 해 공분을 샀다. 4일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교육부 관계자는 “학부모도 아이를 학교에 안 보내면 과태료 등 처벌을 받는다. 사회시스템을 멈추려 하면 정부는 징계할 수밖에 없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상적인 (교사의) 연가·병가인지 하나하나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교사들을 보호하겠다고 밝힌 서울, 세종, 전북 등 진보 성향 교육감들에 대해서도 “(교육감들이 징계를 거부하면)고발하겠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맘 카페 등에서는 “교사 겁박 안 먹힐 것 같으니 이젠 하다하다 학부모 과태료까지 운운한다” “정권이 교사에 이어 모든 국민을 적으로 돌리려는 행태가 개탄스럽다”는 성토의 글이 올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