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와 이태원 참사 유가족 ‘통한의 만남’
안산서 세월호-이태원 유가족 간담회 개최
세월호 유가족 “이태원 후 오송 참사, 답이 없는 나라”
이태원 유가족 “세월호 유가족은 또 다른 가족”
300일 추모제, 다큐멘터리 등 하반기 사업 본격화
17일 행안위원들에 유가족 작성한 엽서 4400장 전달
“왜 우리가 이렇게 만나야 하는가?”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2기 집행부가 4·16 세월호 가족협의회와 처음으로 만났다. 두 단체는 16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4·16 세월호 가족협의회 사무실에서 첫 간담회를 열고 향후 연대 활동 방향을 논의했다.
4·16 세월호 가족협의회 장동원 총괄팀장은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을 위해 매일 농성하고 계시는데 우리도 그 길을 걸어서 특별법도 만들었지만 이후 사회적 재난 참사에 대한 올바른 방향을 만들지 못했다”면서 “그 이후 이태원 참사가 발생해서 굉장히 통탄해 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더 가열차게 싸웠으면 없었을 참사였기에 후회하고 다짐을 했다”면서 “2014년 세월호 참사와 2022년 이태원 참사 모두 성역 없는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정민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위원장은 “세월호 유가족은 또 다른 가족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그래서 서로 항상 마음을 열고 같이 연대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 만난 자리지만 향후 같이할 시간이 엄청나게 많기 때문에 보면 반갑게 인사해야 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수진아빠 김종기 4·16 세월호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이태원 참사 유가족분들이 우리 가족들을 만나러 오신다고 해서 감사하기도 했지만 한 편으로는 서글펐다”면서 “왜 우리가 이렇게 만나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만나게 됐다면 만난 이후라도 꼭 우리가 모인 목적은 달성해야 하지 않나”라면서 “그러려면 우리가 더 손을 잡고 연대하고 똘똘 뭉쳐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또 “얼마 전 오송 참사 유가족을 뵈었는데 황망하고 정신이 없어 뭘 해야 할지 모르고 있었다”면서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지 얼마나 됐다고 또 그런 참사가 나다니 참 답이 없는 나라”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 국민은 과연 누구를 의지하고 누구를 믿고 살아야 하나”면서 “믿는 것은 나와 우리들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유가족이 아닌 국민이지만 언제 유가족이 될지 모르는 국민들”이라면서 “서로 연대하는 우리들이 마음을 합치고 나아갈 길을 밝혀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4·16 세월호 가족협의회와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에서 25명이 참석했고 4·16 재단에서 박래군 상임이사가 참석했다.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에서 윤복남 변호사,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미디어팀 권오현 감독도 참여했다.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는 세월호 가족협의회를 위해 과자를 준비해 선물하기도 했다.
김덕진 10·29 이태원참사 시민대책회의 대외협력팀장은 “이태원 가족들은 노란색으로 명찰을 만들고 세월호 가족들은 보라색 명찰을 만들어주신 사무처의 센스에 감사드린다”면서 “사소한 마음 하나만으로도 오늘 자리가 얼마나 의미 있고 뜻깊은 자리인지 알려준다”고 말했다.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는 지난달 말 2기 집행부를 출범시켰으며 이날 4·16 세월호 가족협의회와의 간담회가 2기 집행부 출범 후 첫 일정이었다. 2기 집행부는 8월 24일 참사 300일 추모제, 8월 22~24일 특별법 제정 촉구 오체투지, 10월 29일 1주기 추모대회, 다큐멘터리 전국상영회, 유가족과 생존자 구술 기록집 발간 등의 사업을 전개할 예정이다.
17일에는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가 합동으로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상 규명 특별법의 행정안전위원회 심의와 통과를 재차 촉구할 예정이다. 기자회견 직후 유가족들이 행안위 의원들에게 직접 쓴 엽서 4400장을 22명의 행안위원 의원실을 직접 방문해 전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