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 경축사 속 '공산전체주의' 참 낯설다 했더니…
조갑제·김광동·김성욱 등 극우인사들 사용
학술적 용어 아니고 사전에도 안 나와
"극우 유튜버나 아스팔트 우파 같은 독백"
15일 저녁, 엠비시 라디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 출연자 대기실. 두 사람이 출연자 대기실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공산전체주의라는 용어는 어디서 나온 거래요?”
“조갑제, 전광훈 같은 사람이 쓰더라고요.”
질문한 이는 박래군 4·16재단 상임이사, 대답한 이는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광복절 경축사에서 ‘공산전체주의’라는 말을 6번이나 썼다. 사실상 ‘공산전체주의’는 경축사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어라 할 만했다.
많은 사람들이 귀를 의심했다. 박래군과 용혜인, 두 사람의 대화도 그런 분위기 속에서 자연스레 나온 것이었다. 박래군 상임이사는 이 짧은 대화록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먼저 말하자면 ‘공산전체주의’라는 말은 무슨 학술적 용어가 아니다. 사전에도 나오지 않는 말이다. 그렇다고 시정의 보통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쓰는 말도 아니다. 류근 시인도 “도대체 이런 듣보잡 천공적 용어는 뭐지?”라고 비꼬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렇다면 이 말을 누가 쓰기 시작했을까. 용혜인 의원의 말대로 일부 극우 인사들이 사용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조갑제닷컴에서 ‘공산전체주의’로 검색해보면 130여 건에 이르는 글들이 쏟아져 나온다. 먼저 이 매체 조갑제 대표의 글 일부를 보자.
“(KBS의) 편향 보도는 공산전체주의 선전기관이 아니면 할 수 없는, 단순한 왜곡이 아니라 조작이고 선동이다.” (2008.5.13.)
“세 위인들(이승만, 트루먼, 박정희)은 한국을 자유세계의 방파제로 삼아 공산전체주의 체제를 무너뜨렸으니 가히 인류의 공존공영에 이바지 한 세계사적 대인물이다.” (2017.9.13.)
“이 태극기는 공산전체주의 독재 체제를 영구적으로 제거하여 이 세상을 좀더 안전하고 자유로운 곳으로 만들려는 인류의 보편적 이상을 상징한다.” (2018.1.21.)
김광동 나라정책연구원장, 김성욱 리버티헤럴드 대표 등도 ‘공산전체주의’라는 말을 여과 없이 사용하는 사람들이다. 류석춘 전 연세대 교수는 조갑제 대표의 ‘세 위인들’ 관련 부분을 인용하며 “조갑제의 주장은 대한민국 현대사는 물론 세계사의 전개에 의해 100% 뒷받침되고 있는 사실에 근거한 주장”이라는 글을 쓰기도 했다.
전광훈 목사의 ‘공산전체주의’ 발언을 기사 등으로 확인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전 목사가 태극기 집회에서 진보진영, 야당을 공격하기 위해 툭하면 ‘공산주의’ ‘공산주의자’ 등의 말을 동원하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같은 사실과 정황으로 미뤄보면, 윤석열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 책에도 없는 ‘공산전체주의’라는 말을 여러 번 반복해 사용한 배경에는 극우 인사들의 발언이 있었다고 추측해볼 수도 있다.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1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 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를 두고 “과거사 언급 없이 일본은 파트너이고 민주주의 운동가는 공산전체주의 세력이라고 말했다”며 “어떤 이들은 대통령의 기념사가 아닌 극우 유튜버의 독백이라고까지 한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권칠승 수석대변인도 15일 “대통령이 극우 유튜버 채널에 심취해 유신독재시대를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깊이 의심된다”며 “극우 유튜버나 아스팔트 우파 같은 독백만 있었을 뿐”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