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재단 이사장 해임 무산…언론장악 폭주에 제동?

상임이사 3인 주도 해임안, 과반 못넘겨 '부결'

항명·해임 주도 임원들 책임론 제기…징계 검토?

문체부 주도 광고지표 개선 책임을 언론재단에

우익 단체·매체 동원 고발, '무리한 해임안' 추진

재단 직원들 '상임이사 막장경영 중단하라' 촉구

2023-08-16     김성재 에디터

문재인 정부가 임명한 한국언론진흥재단 이사장을 축출하려는 윤석열 정권의 무리한 시도가 무산됐다.

연간 1조 원대의 정부 광고를 대행하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윤 정권이 임명한 3명의 상임이사가 표완수 이사장에 대해 ‘리더십 와해와 경영 책임’ 등을 사유로 한 해임 안건을 16일 이사회에 상정했다. 그러나 찬성 4인 대 반대·기권·불참 4인으로, 전체 9인의 이사 중 찬성이 과반을 넘지 못해 결국 ‘부결’ 처리됐다.

상임이사 3인과 비상임 이사 1인(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장) 등 4인이 찬성표를 던졌다. 비상임이사 2인(한국기자협회장, 한국방송협회장)은 반대, 비상임이사 1인(한국언론학회장)은 기권, 또다른 비상임이사 1인(한국신문협회장) 불참했다. 당사자인 표 이사장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해임 안건이 부결되자 항명과 해임을 주도했던 3명의 상임이사들은 나머지 안건 논의를 거부하고 집단 퇴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표완수 이사장은 해임안 부결로 10월 18일까지 임기를 완수할 수 있게 됐다. 또 무리한 해임안 상정을 주도한 상임이사 3인에 대한 책임론도 제기되고 있다.  항명 사태와 이사장 해임 상정 등으로 인한 이사장 업무 방해, 경영 부실 초래, 조직의 신뢰 실추 등의 이유로 표 이사장이 임원들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소집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제기돼 귀추가 주목된다.

언론진흥재단 안팎에서는 이번 이사장 해임안 상정에 대해 ‘애초에 무리한 시도’였다는 반응이 나온다. 언론진흥재단 상황을 잘 아는 언론계 관계자는 “정부 광고지표 개선작업은 처음부터 문체부 지시와 주도로 진행된 것인데도, 마치 이를 언론재단이 독자적으로 수행한 것처럼 우익 언론인 단체와 매체를 동원해 몰아가고 이사장과 담당 직원까지 고발한 것은 현 이사장을 쫓아내기 위한 정치적 수순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기가 2달여 남은 표 이사장을 서둘러 해임시키려는 이유에 대해, 최근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을 맡아 KBS와 MBC 방문진 이사장 해임을 주도하고 있는 김효재 위원을 언론진흥재단 이사장으로 앉히기 위한 것이라는 후문도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지난 2021년 한국ABC협회 ‘신문 발행부수 조작’ 사건이 불거지면서 상급 부처인 문체부 지시와 주도로 정부 광고지표 개선 작업에 참여해왔다.

그러나 올해 3월 중순 윤석열 대선캠프 출신을 포함한 상임이사 3명이 취임한 뒤 갑자기 친윤단체와 우익 매체가 ‘언론진흥재단이 정부광고 지표를 조작했다’는 주장을 펴고 역시 극우 성향 단체인 ‘신전대협’이 표 이사장과 직원들을 경찰에 고발했다. 상임이사들은 이를 이유로 이사장의 업무 배제 요구, 이사장 허가 없이 정례 간부회의 취소 등 항명 사태를 벌여왔다.

이어 박보균 문체부 장관이 8월 초 표 이사장에게 ‘경찰에 고발되어 리더십 와해 상황으로 정상적인 경영을 기대하기 어려우며 특단의 대책을 실천할 수밖에 없다’고 하자 상임이사 3인이 기다렸다는 듯 해임안을 8월 이사회에 상정했다.

이사회 자료에 따르면, 상임이사 3인이 표 이사장 해임을 추진한 사유는 ‘2021년 발표된 정부광고지표 조작 논란과 관련한 고발 사건 수사 진행으로 리더십 와해’ ‘비영리민간단체 지원 사업에 허술한 보조금 관리와 수사 의뢰 등으로 경영책임론 대두’ 등이었다.

그러나 언론진흥재단 내부에서는 상임이사들의 이사장·직원 고발과 항명 사태에 대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재단 노조는 지난 11일 ‘이사 3인방은 막장 경영을 당장 멈춰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해임 추진 사유는 언어도단에 지나지 않는다, 이사장 해임에 전 직원 중 94.7%가 합당하지 않다고 답했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재단 노조는 성명에서 “직원들이 수사대상이 되어 무력감과 자괴감에 빠져 있다, 수사의뢰를 철회하지 않을 경우 더 이상 직원들과 함께 일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간주하겠다”면서 “이사 3인은 더 이상 재단을 문제적 집단으로 매도하지 말고 정상적인 경영으로 복귀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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