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핵 오염수 투기 '초읽기'…중국 수입 금지 확대 경고

이재명 "윤, 일본보다 앞장서 돈 들여 정당성 홍보"

일본산 수산물에 식음료까지, 범위도 일본 전역 확대?

기시다, 18일 캠프 데이비드 회동 8월 말 결행할 듯

한‧일 기독교 단체 공동회견 "되돌릴 수 없는 재앙"

2023-08-14     이유 에디터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일본 명칭 '처리수')의 해양 방류에 반대하는 일본 시민들이 20일 도쿄 경제산업성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일본 정부는 아직 구체적인 방류 시점을 밝히지 않았으나, 지난 4일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방류 계획의 안정성을 긍정하는 보고서를 내놓으며 절차상 기시다 총리의 최종 결정만을 남겨두고 있다. 2023.07.21. EPA 연합뉴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핵 오염수 해양 투기가'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중국과 한국 야당 등 주변국의 반발도 더욱 거세지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 정부는 8월 말이나 9월 초를'디데이'로 잡고 후쿠시마 '핵 처리수'(일본 주장)의 안전성을 주장하며 막바지 국내‧외 선전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18일 미국 대통령 휴양지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릴 한‧미‧일 정상회의를 결정적 계기로 삼고 있다. 핵 오염수 해양 투기에 대한 조 바이든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의 공개 지지를 끌어내면 일본 국내와 국제사회의 반발을 충분히 무마할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하지만 중국은 포기하고 호락호락 물러설 태세가 아니다.

중국은 지난 9일 러시아와 공동으로 국제적 모범사례에 근거해 핵 오염수의 기술적 문제를 지적하는 목록 3부와 질의서를 일본에 보냈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왼쪽)이 2일(현지시각) 중국 베이징에서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과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일본 외무상이 중국을 방문한 것은 2019년 12월 이후 3년 4개월 만이다. 2023.04.03..AP 신화 연합뉴스

중국, 일본과 외교 협의…방류 시 수입금지 확대 경고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은 시종일관 과학과 사실에 기초해 일본에 우려를 표명했고, 양자·다자 통로로 일본과 소통하면서 중국 전문 부문의 의견과 우려를 반복적으로 표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핵 오염수 처리의 안전성을 확보하려면 진지하게 책임지는 태도와 과학적·전면적인 논증에 기대야지, 도처에 홍보·로비를 하는 것으로는 안 된다"고 질타했다.

또한 그는 "일본이 진정 성의를 갖고 이웃 국가들의 우려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즉시 해양 방류 강행 계획을 중단한 뒤 결과를 예단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소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중국은 7월 31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제11차 핵확산금지조약(NPT) 평가회의 1차 준비위원회에서도 "국제사회 우려를 수용해 오염수 방류 계획 강행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기시다 정부의 반발에도 지난달 개시한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사실상의 수입 규제도 이어지고 있다. 중국 세관은 현재 2011년 원전 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현을 포함한 일본의 10개 도·현에서 생산된 수산물과 식음료 등에 대한 전면적인 방사능 검사를 벌이고 있다.

 

지난 8일 베이징 수산시장에서 한 상인이 가재를 분류하고 있다. 이달 들어 중국 세관이 일본산 수산물 방사선 검사를 강화하면서 일본산 수산물들의 중국 수출이 중단되는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2023.07.08. EPA 연합뉴스

교도 "수산물 외 쌀 포함 일본산 식음료 통관 지연"

일본 교도통신의 12일 보도에 따르면, 중국 세관의 전면적 방사능 검사로 인해 수산물뿐 아니라 일본에서 수입되는 쌀을 포함한 다른 식음료 품목들도 통관이 지연되고 있다.

중국 저장성 자산현에선 일본 '방사능 지역'에서 생산된 젤리와 초콜릿, 복숭아 음료 등을 판매한 수입업체가 적발됐으며, 현지 시장감독관리국은 제품을 압수하고 시정 명령을 내렸다.

앞서 중국 해관총서(세관)는 지난달 7일 "국내 소비자에 대한 절대 책임의 원칙에 따라 사태 전개를 주시하면서 적시에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해 중국 소비자 식탁의 안전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일 양국은 중국의 사실상 일본산 제품 수입 규제와 관련해 몇 차례 협의했지만, 중국은 "일본의 핵 오염 식품 수입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고 익명의 소식통들은 전했다.

교도 통신은 특히 중국 정부는 일본이 해양 투기를 개시하면 일본산 식품에 대한 수입 통제를 더 강화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로 미뤄 중국 정부가 양자 협의 채널을 해양 투기를 실행에 옮긴다면 추가 조치에 들어가겠다고 이미 경고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당국을 대변하는 관영 글로벌 타임스에서도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유사한 보도가 나와 눈길을 끌었다.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 내에 있는 핵오염수 해양 투기를 위한 시설의 일부.  2023.07.14 AP 연합뉴스

일본산 수산물에 식음료까지, 범위도 일본 전역 확대?

장옌창 다롄대 황해발해연구소장은 13일 이 매체를 통해 "일본이 핵 오염 폐기수를 투기하기 시작한다면 외교적 교류와 무역 조치들이 실행 가능한 맞대응 조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후쿠시마 인근 고위험 지역의 다른 농산물과 식품에 대한 수입 금지가 확대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상황 전개에 따라선 수입 금지가 수산물 이외의 품목으로 확대되고, 그 범위도 현재의 일본 내 10개 도‧현 이상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수입 금지 품목과 지역 확대 가능성과 관련해 장 소장은 "이것이 일본이 지금까지 핵 오염수를 투기하지 못하는 까닭 중 하나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이 해양 투기를 실행에 옮긴 이후엔 중국은 방사능 피폭으로 인한 해양 생물의 돌연변이와 함께, 어류를 포함한 다른 해양 생물의 개체수 감소 등을 추적, 감시하고 그런 사태가 확인되면 일본을 상대로 한 국제소송을 제기해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후쿠시마원전오염수 해양투기저지 총괄대책위원회 임명장 수여식에서 유정주 의원으로부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NO!'라는 문구가 새겨진 홍보 배지를 전달받고 있다. 2023.8.14. 연합뉴스

이재명 "윤, 일본보다 앞장서 돈 들여 정당성 홍보"

더불어민주당의 발걸음도 더욱 빨라지고 있다. 민주당은 14일 국회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투기 저지 총괄대책위'(총괄대책위) 임명장 수여식을 진행한 뒤, 오염수 방류 저지를 위해 3차 일본 방문을 추진하는 한편 유엔을 통한 국제 여론전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먼저 일본의 핵 오염수 해양 방류는 과학적인 안전 대책이 미비하고 각종 국제법규를 위반했다는 취지의 진정서를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다음 달 유엔의 SDG(지속가능발전목표) 총회에 맞춰 국제 캠페인을 조직하고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의 면담 등을 통해 국제 여론전도 강화하는 계획도 세웠다. 또한 민주당 주도로 핵 오염수 해양투기 반대 국민 서명 150만 명 명단을 대통령실에 전달한다.

우원식 총괄대책위원장은 "윤 대통령은 8·18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총리에게 오염수 방류 계획을 재검토하라고 얘기하라"며 "국제해양법재판소 제소 등 정부만이 할 수 있는 조치를 즉각 취하라"고 촉구했다.

행사에 참석한 이재명 대표도 핵 오염수 해야 투기에 "일본의 극히 이기적 행태"라며 "가장 인접한 국가로서 가장 큰 피해가 집중될 수밖에 없는 처지에서 윤 대통령과 정부는 일본 정부보다 더 앞장서서 돈을 들여 오염수 방류의 정당성을 홍보까지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당은 12일 부산·전남·제주를 시작으로 전국 17개 시도당에서 발대식을 열어 일본 핵 오염수 방류 저지를 위한 전국적 행동에 돌입했다.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와 일본기독교협의회가 연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투기 계획 철회 요구 기자회견'에서 한 참가자가 손팻말을 들고 있다. 2023.8.14. 연합뉴스

한‧일 기독교 단체 공동회견 "되돌릴 수 없는 재앙"

한편 한국과 일본의 기독교단체들은 공동으로 핵 오염수 해양 방출 계획의 철회를 일본 정부에 요구하고 나섰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생명문화위원회와 일본기독교협의회(NCCJ) 평화·핵문제위원회는 14일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 필요한 것은 비용 절감을 위해 되돌릴 수 없는 재앙이 될 해양 투기를 강행하는 것이 아니라 오염수 해양 투기가 지구생태계에 미칠 영향에 관해 신중하게 검토하고 생태계 파괴를 최소화할 방안을 모색하는 일"이라며 철회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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