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대선 불복' 발목 잡힌 2024 유력후보 트럼프

연방대법, 의사당 난입 사주 트럼프 기소

대통령 출신자로 형사사건 연방대법 기소 첫 사례

불륜관련, 문서 유출에 이은 세 번째 기소

내년 대선 앞둬 유죄 인정될 땐 치명타

2023-08-02     한승동 에디터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각) 플로리다주 웨스트 팜 비치에서 열린 보수 학생단체 '터닝포인트 액션'(Turning Point Action) 콘퍼런스에서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2024년 대선으로 젊은 세대가 파시스트 국가를 물려받을지 자유 국가를 물려받을지 결정된다고 강조했다. 2023.07.16.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워싱턴 대배심은 1일(현지시각) 2020년 11월 대통령선거 결과를 부당하게 뒤엎으려다가 2021년 1월 6일 지지자들의 국회의사당 난입사건까지 사주한 혐의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기소했다. 지난해 11월 법무부가 임명한 잭 스미스 특별검사가 제출한 수사결과를 토대로 워싱턴 연방 대배심은 정부 사취 공모, 공무집행 방해, 유권자들 권리행사 방해 등의 혐의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기소했다. 또 그와 공모한 혐의로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 시장 등 그의 측근 6명도 기소했다.

형사사건으로 연방법원 기소 첫 대통령 출신자

이번 기소로 트럼프는 미국 대통령 출신자로서는 처음으로 연방법원에 형사 사건으로 기소된 첫 대통령이 됐다.

유죄가 인정될 경우 내년 대선을 앞두고 유력 주자로 떠오른 트럼프 전 대통령에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워싱턴 연방법원은 3일 트럼프를 소환해 기소인부 절차를 시작한다.

트럼프는 2020년 11월 3일 실시된 대선이 끝난 다음 날 자신의 승리를 일방적으로 선언하면서, 바이든 후보 쪽이 부정선거를 저지르지 않았다면 자신이 승리했을 것이라는 근거없는 주장을 한 뒤 지금까지 이를 굽히지 않고 있다. 또 선거 결과를 뒤엎기 위해 관계자들을 압박하고 마이크 펜스 부통령까지 협박했으며, 지지자들을 부추겨 2021년 1월 6일 국회의사당에 난입하게 만들어 유혈 충돌을 일으켰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기밀문서 유출 및 불법보관 혐의를 조사한 잭 스미스 특별검사가 1일(현지시각) 워싱턴 DC 법무부 청사에서 언론에 브리핑하고 있다.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0년 대선 결과 조작 시도, 선거 사기 모의 등 4개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2023.08.02. AFP 연합뉴스

이번이 세 번째 기소

트럼프는 지난 3월에 전 포르노 여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와의 불륜행위를 감추기 위한 ‘입막음 돈’ 지불과 관련한 문서 조작 혐의로 뉴욕 맨해턴 검찰로부터 기소당했고, 6월에는 국방 관련 기밀문서 300여 점을 빼내 자택으로 가져간 혐의로 연방검찰에 의해 기소된 상태이기도 하다. 그리고 2020년 대선 개표과정에서 조 바이든 당시 민주당 후보가 승리한 조지아 주 선거 결과를 뒤엎으려 주 담당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개표 결과를 조작하도록 압박한 혐의에 대해서도 조만간 기소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각) 펜실베이니아주 이리에서 대선 유세를 하고 있다. 펜실베이니아주는 주요 선거의 당락을 결정짓는 대표적인 '스윙 스테이트'(경합주) 가운데 한 곳으로 꼽힌다. 2023.07.30. AP 연합뉴스

트럼프 “가짜 혐의들로 선거 개입” 주장

45쪽 짜리 기소장은 트럼프가 “권력을 내 놓지 않을 작정”을 하고 있었다면서, “피고가 널리 퍼지고 불안정한 거짓말을 통해 만들어낸 투표 부정에 대한 광범위한 불신을 토대로 한 이 음모들은 미국 연방 정부의 기초적 기능인 대통령 선거 결과의 수집과 집계 및 인증이라는 국가 절차를 표적으로 삼았다”고 지적했다. 검사들은 선거가 트럼프의 패배로 끝난 뒤 2개월 동안 트럼프는 “미국 전역에 격렬한 불신과 분노의 분위기”를 조성하고 “선거관리에 대한 대중적 신뢰를 손상시켰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는 성명을 통해 “그들이 왜 이 가짜 혐의들을 2년 반이 지난, 대통령 트럼프의 2024년 대선 승리 캠페인이 한창 진행 중인 이때까지 기다렸다가 들고 나왔겠나”라며 이를 “선거 개입”이라 주장하면서 바이든 정부를 나치 독일에 비유했다.(<뉴욕타임스> 8월 1일)

트럼프는 잇따른 형사 기소에도 불구하고 내년 대선전의 공화당 후보로 압도적인 당내 지지를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대선을 1년여 앞둔 지난 6월 여론조사기관 모닝컨설트가 실시한 조사에서 현직 대통령 바이든까지 근소하게 제친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내년 봄부터 공판이 시작될 이들 사건이 내년 대선의 판도를 가르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미국 공화당 내 강경 보수 의원 모임인 '프리덤 코커스'는 6일(현지시각) '친트럼프 성향'의 극우 공화당 하원의원 마저리 테일러 그린을 방출하기로 결정했다. 그린 의원은 다른 코커스 의원들을 비판하거나 반유대주의와 백인우월주의를 옹호하는 등 거친 입담으로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사진은 지난 7월 1일 사우스캐롤라이나주의 피컨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 연설을 하는 그린 의원 모습. 2023.07.07. 로이터 연합뉴스

2020년 대선 당시의 트럼프 범죄혐의들 정리

2020년 11월 3일 대선 패배 뒤부터 2021년 1월 6일 국회의사당 난입사건에 이르는 약 2개월 간 트럼프가 저지른 범죄혐의들을 이 하원 특별위원회 보고서를 토대로 6개 국면으로 나눠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부정선거 였다”는 거짓말을 퍼뜨렸다.

2020년 11월 3일 길게 끌던 대선 개표작업이 대접전 끝에 “바이든 당선 확실”로 보도가 나간 것은 개표 시작 4일이 지난 뒤였다.

그러나 트럼프는 결과를 기다리지 않고 투표 다음날 일방적으로 승리를 선언하면서 “중대한 부정이 저질러지고 있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트럼프 주변 인사들은 “진 것 같다” “결과를 바꿀만한 증거가 없다”는 얘기를 했다. 그럼에도 트럼프는 근거없이 계속 승리를 공언했다고 측근들은 증언하고 있다.

사망자 이름의 투표가 대량으로 행해졌다. 투표기계가 부정하게 조작됐다. 트럼프 진영과 우파 미디어들이 이런 음모론들을 퍼뜨렸고, 그것을 믿은 지지자들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재판 등을 통해 어느것도 사실로 인정받지 못했다.

2. 법무부의 간부에게 압력을 가했다.

선거 결과를 뒤엎기 위해 트럼프는 법무부에게 협력하라고 압박을 가했다. 투표기를 압류하거나 소송을 제기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선거에 부정이 저질러졌다”는 트럼프 진영의 주장에 따라 법무부가 조사에 나섰으나 부정의 증거는 찾지 못했다. 하지만 “대규모 부정의 증거를 찾지 못했다”며 트럼프에게 반박했던 당시 법무부장관 윌리엄 바는 퇴직당했다.

후임자에 대해서도 트럼프는 선거부정 주장을 지지하도록 압박했으나 응하지 않자 인사권을 발동했다. 하지만 법무부가 끝까지 트럼프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음으로써 그의 시도는 실패로 끝났다.

3.접전 주의 관계자에게도 압력을 가했다.

열쇠를 쥔 접전 주 관계자에게도 트럼프는 선거결과를 뒤엎도록 압박했다. 가장 노골적이었던 것은 접전 끝에 트럼프가 1만 1779표 차로 바이든에게 진 조지아 주 사례다. 트럼프는 선거사무를 담당하던 주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1만 1780표를 찾아내”라고 협박했다. 그 통화는 녹음돼 증거로 남아 있다.

그밖에도 트럼프 진영은 각 주의 지사나 고위관리들, 지역 의원들에게 압력을 가해 선거 결과를 뒤엎으려는 시도를 조직적으로 전개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4. 가짜 선거인을 조작했다.

‘거짓말 퍼뜨리기’와 ‘압력’으로 선거 결과를 뒤엎을 수 없었던 트럼프 진영은 더 강력한 수단을 동원했다. ‘가짜 선거인’을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주별로 득표수가 많은 후보 쪽이 그 주의 선거인단 전체를 확보하게 되는 미국 대선의 특별한 방식에 착안한 트럼프 진영은, 자기 진영을 지지하는 선거인들을 가짜로 만들어, 승리한 바이든 쪽이 모두 확보한 선거인들 외에 트럼프 지지 선거인을 등장시키는 비정상적인 상황을 날조해 선거 결과를 확정할 수 없게 만들 작정이었다.

이 계획은 실행에 옮겨졌다. 트럼프 진영은 접전 끝에 패배한 7개 주의 공화당 간부들을 동원해 바이든을 지지하는 정식 선거인 외에 트럼프를 지지하는 가짜 선거인을 따로 뽑도록 압박했다. 해당 주들에서는 가짜 선거인 증명서가 만들어졌고, 선거인 투표를 집계하는 워싱턴 의회에 실제로 보냈다.

5. 집계의 최종 책임자인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 압력을 가했다.

가짜 선거인을 만든 트럼프 진영이 다음 표적으로 삼은 것은 펜스 부통령이었다.

각 주 선거인의 투표는 연방의회로 수집돼 승인을 받는다. 그 일에 권한을 지닌 사람이 상원의장을 겸하는 펜스 부통령이었다. 의회에서 선거 결과를 확정한 날이 바로 2021년 1월 6일이었다. 거기에 가짜 선거인을 보내 바이든의 당선을 저지하고 집계를 늦춘다. 그것이 펜스에게 부여된 역할이었다. 트럼프는 백악관 집무실 등에서 펜스에게 몇 번이나 협력하라고 압박했다. 하지만 펜스는 헌법 규정을 근거로 “선거 결과를 뒤엎는 권한은 없다”며 트럼프의 요구를 뿌리쳤다.

6. 국회의사당 난입을 선동하고 폭동을 막지 않았다.

선거 결과를 뒤엎기 위한 기도가 모두 실패로 끝나자 트럼프가 동원한 최후의 선택지가 지지자들을 부추겨 폭도로 만들어 바이든의 당선을 막으려 한 것이다.

트럼프는 2020년 12월에 “(2021년) 1월 6일에 대규모 항의집회가 있다. 거기에 집결해서 거세게 나가라!”고 트윗을 했다. 과격한 지지자들은 그날 워싱턴에 집결했다.

1월 6일 아침 트럼프는 “마이크 펜스가 해야 할 일은 (각주의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말고) 그것(결과)을 각 주로 되돌려 보내는 것”이라는 트윗을 날렸다. 펜스에게 압력을 가하려고 무장한 지지자들은 바리케이드를 돌파해 의사당으로 몰려 갔다.

폭동을 부추기려고 트럼프는 계속 트윗을 날렸다. “펜스는 우리나라와 헌법을 지키기 위해 해야 할 일을 할 용기가 없었다.” 지지자들 사이에서 “펜스를 매달아라!”는 대합창이 울려 퍼졌다.

지지자들은 건물을 파괴하고 무기를 들고 경찰관을 공격했다. 그런 모습을 트럼프는 백악관 텔레비전으로 보고 있었다. 주변 사람들의 요구에 못이겨 폭도들에게 집으로 돌아가라고 호소한 것은 충돌이 시작된 지 3시간이 지나서였다.

그 사건으로 경찰관 한 명을 포함한 5명이 사망하고 140명 이상의 경찰과 경비원들이 다쳤다. 습격에 가담한 지지자들 1천 명 이상이 기소됐다.(<아사히신문> 8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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