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방위성 부상 "유사시 대만지원"…중국 "도발적"

군사장비‧군수 지원 가능성…일본 공개 표명은 처음

중국, 유사시 대만지원, 공식 입장 여부 설명 요구

중‧일 갈등, 오염수‧‧반도체‧대만개입 전방위 확산

중국 "오염수 투기, 성급하고 고집스럽게 행동 말라"

2023-07-25     이유 에디터

 

총리 집무실에서 북한 미사일 발사 관련해 취재진을 만나고 있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2023. 07.25 [AP=연합뉴스]

일본이 대만 유사시 대만을 지원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노 토시로 일본 방위성 부상은 23일 보도된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와의 안터뷰에서 "중국이 침공할 경우 일본은 뭔가를 대만에 지원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노 부상은 대만에 대한 중국의 압박에 대해 "우리는 예전엔 이런 정도의 위협을 본 적이 없다"면서 "그 지원이 방어(군사) 장비가 될지, 아니면 군수지원이 될지는 확실치 않다"고 덧붙였다.

일본의 국방 관련 현직 고위인사가 공개적으로 유사시 대만 지원 의사를 밝힌 것은 처음이다. 대만 유사시 '지원' 여부와 관련해 텔레그래프는 그동안 일본은 사실상 전략적 모호함을 유지해왔으나, 우크라이나 전쟁이 일본에 대만 충돌 가능성에 대한 경종을 울렸다고 풀이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8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환영식에서 압델마드지드 테분 알제리 대통령과 함께 걷고 있다. 2023 07. 18. [AP=연합뉴스]

군사장비‧군수 지원 가능성…일본 공개 표명은 처음

 

이에 따라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핵 오염수 해방 투기 계획 강행 움직임과 일본의 대중 첨단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에 이어 대만 문제까지 중‧일 갈등이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는 양상이다.

중국 당국을 대변하는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24일 자 사설을 통해 "일본 현직 고위인사의 이같은 발언에는 도발적인 뜻이 깔려 있다"면서 "일본이 양안(중국-대만) 문제에 공개적으로 개입하겠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이 발언이 그의 개인적 견해인지, 아니면 일본의 공식 입장인지 이 문제에 대해 일본은 설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글로벌타임스는 고 아베 신조 전 총리가 "대만의 비상사태는 일본의 비상사태"라고 말한 것을 거론한 뒤, 일본은 지속해서 위험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면서 "처음에는 은밀하고 모호했지만 지금은 대만 문제에 대한 일본의 진짜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의 남서방면 미사일 기지는 4곳이다. 이들 기지는 오키나와 제도의 이시가키섬, 미야코섬, 아마미오섬과 규슈 쿠마모토에 있다.

중국, 유사시 대만지원, 공식 입장 여부 설명 요구

신문은 "대만 독립 세력은 물론 일본과 미국 같은 외부 세력들이 공모해서 평화적 재통합을 위한 환경과 조건을 방해함으로써 대만 해협을 위험한 충돌과 잠재적 전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노 부상이 현 시점에서 자신의 발언이 지닌 무게와 심각성을 알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방어 장비 지원이든 군수지원이든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대만 문제에 관한 한 중국은 비타협적이다. 영토주권 차원에서 일종의 '레드라인'(금지선)으로 여긴다. 윤석열 정부도 중국의 거듭된 사정과 경고에도 대만 문제를 줄기차게 거론하면서 한‧중 관계는 1992년 수교 이래 최악의 상황에 놓였다. 당장은 호전될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윤 정부가 작년 12월 발표한 한국판 인도‧태평양전략 보고서 등을 통해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극히 중요하며'(essential) 지역 전체의 안정과 번영에 필수적 요소"라고 주장한 것이 그 시작이었다.

 

대만 신타이페이에서 예행 훈련 중 M60A3 탱크에서 나오는 병사들. 2023. 07. 20 [로이터=연합뉴스]

중‧일 갈등, 오염수‧‧반도체‧대만개입 전방위 확산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4월 19일 보도된 로이터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은 중국-대만 갈등에 "힘으로 현상을 변경하려는 시도 때문에 일어나며, 우리는 국제사회와 더불어 그런 변화에 절대 반대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대만 문제는 단지 중국과 대만 간의 이슈가 아니라 북한 문제와 마찬가지로 글로벌 이슈"라고까지 말해 대만 문제 개입을 정당화하기도 했다.

자유시보와 중국시보 등 대만언론에 따르면, 대만은 24일 중국의 무력침공을 상정해 격퇴 능력과 방어 태세를 점검하는 연례 군사훈련인 '한광 39호 야외기동 훈련'을 개시했다. 28일까지 닷새간 대만 전역에서 진행되는 이번 훈련은 주요 군사시설 외에도 타오위안 소재 원유 정제시설, 정유 시설, 타이베이 기차역 등 민간 핵심 인프라에 대한 방어도 포함됐다.

이에 중국 인민해방군 소속 군용기 25대 중 10대는 대만 해협 중간선 또는 중간선을 연장한 선을 넘어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진입한 뒤 중국 쪽으로 되돌아가는 등 군사적 압박을 지속하고 있다고 대만 국방부를 인용해 연합뉴스가 전했다.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일본 명칭 '처리수')의 해양 방류에 반대하는 일본 시민들이 20일 도쿄 경제산업성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일본 정부는 아직 구체적인 방류 시점을 밝히지 않았으나, 지난 4일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방류 계획의 안정성을 긍정하는 보고서를 내놓으며 절차상 기시다 총리의 최종 결정만을 남겨두고 있다. 2023.07.21. EPA 연합뉴스

중국 "오염수 투기, 성급하고 고집스럽게 행동 말라"

일본의 핵 오염수 해양 투기 계획 강행에 대해 중국 정부의 반대 입장은 완강하다.

중국은 지난 22일 도쿄로 류진쑹 외교부 아주사(아시아국) 사장을 파견했다. 류 사장은 일본 후나코시 다케히로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과 회동을 갖고 오염수 해양 투기 문제를 따졌다.

이날 회동에 대해 마오닝 외교부 대변인은 24일 정례 브리핑에서 "솔직하고 깊있는 협의였다"고 전제한 뒤 "중국은 일본의 후쿠시마 핵 오염수 해양 투기 강행에 강한 입장과 단호한 반대를 밝히고 일본에 성급하고 고집스럽게 행동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고 전했다.

중국 해관총서(세관)가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방사선 검사 강화를 강화하고 수입 허가도 잘 내주지 않으면서 사실상 수입 규제 조치에 들어간 데 대해 일본 정부가 철회를 촉구하고 있으며, 일본의 23일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 수출 통제 조치에 중국은 강하게 반발하며 통신·군사 장비용 등 반도체에 쓰이는 갈륨·게르마늄 등의 수출 통제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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