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28.6% "학부모 민원 발생해도 혼자서만 속앓이"
전교조, 전국 1만 4500여 명 교사 대상 설문조사
"민원 책임 교사에게만 부과…교육청 지원 1.8%"
교사 95.5% "교육부 교권보장 대책 "실효성 없다"
교사들, 교권 침해 사안 고발 의무 법제화 등 요구
교사 10명 중 3명꼴로 학부모 민원이 발생해도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교사들은 최근 1년간 겪은 어려움으로 부적응 학생 생활지도, 과중한 업무, 학교공동체의 지지 및 보호체계 부재, 학부모의 과다한 민원 등을 꼽았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서이초 교사 극단적 선택과 관련, 재발 방지 대책 수립을 위해 지난 22~23일 전국 유·초·중·고·특수학교 교사 1만 44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의견 조사 결과를 25일 발표했다.
전교조 따르면 교사들은 '최근 1년간 어느 정도의 어려움을 겪고 있냐'는 질문에 부적응 학생 생활지도(95.3%)를 1순위로 꼽았다. 이어 △과중한 업무(87.1%) △학교공동체의 지지 및 보호체계 부재(84.1%) △학부모의 과도한 민원(81.6%) △부당한 업무부여(67.0%) △관리자의 갑질 및 무책임한 태도(62.3%) 순이었다.
학부모 민원 발생 시 경험했던 지원에 대해서는 동료 교사들의 지원(65.2%)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이어 어떤 도움도 받지 못했다(28.6%)는 응답이 두 번째로 많았다. 그 외 학교 관리자(21.4%), 교원단체나 노조(18.2%) 순이었으며, 교육청으로부터 지원받은 경험은 1.8%에 불과했다.
전교조는 "민원 발생의 책임이 온전히 교사들에게 부과되어 있다는 점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며 "교육 당국은 정책 추진 시 관리자나 교육청의 역할과 책무를 명시하는 방향으로 적극적인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학부모 갑질과 악성 민원으로부터 교사가 보호받을 수 있는 대책으로는 '교권침해 사안 교육감 고발 의무 법제화 등 가해자 처벌 강화'(63.9%)을 가장 많이 꼽았다. 악의적이고 무분별한 민원에 대해 엄중한 조치와 응당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의견으로 해석된다.
그 외에 '학부모 인식 제고와 교육 및 서약서 등의 확인 절차 마련'(45.9%), '관리자가 직접 민원에 대응하는 방안'(45.6%) '교사 개인연락처를 통한 괴롭힘 방지 제도'(28.3%), '학교 전화 컬러링에 갑질민원 경고, 녹음 가능한 전화기 교체'(23.2%) 등에 대한 요구도 많았다.
교권 보장을 위한 교육부와 교육청 대책의 실효성에 관한 질문에서는 95.5%의 교사들이 '실효성이 없다'고 응답했으며, 재발 방지와 교권 보장을 위해 교육 당국이 해야 할 일로는 '관련 법 개정을 통한 정당한 교육활동의 아동학대 처벌 방지'(89.2%)를 가장 많이 선택했다.
교사들은 서이초 교사의 극단적 선택 사건을 접하면서 분노(87.5%)의 감정을 가장 많이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무력감(75.1%), 미안함(68%), 우울(61.1%), 자괴감(59.2%), 불안(44.0%)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기타 의견으로 사직고민' '자살충동' 등도 있었다.
전교조는 이번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악성 민원 근절' '아동학대처벌법 개정' '교권 침해 학교장책임제 실현' 등 3대 과제를 제시하고 이를 위한 13개 대책안을 마련했다. 교육부와 각 시도교육청 교섭, 국회 입법 활동을 통해 관련 제도 도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전희영 전교조 위원장은 오전 11시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견조사 결과에 대해 "주말 단 이틀 만에 1만 4500여 명이 참여한 설문 결과는 서이초 선생님의 죽음이 헛되지 않기를, 또다시 동료를 잃을 수 없다는 교사들의 간절한 소망이 담겨져 있다"며 "교사들의 목소리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라고 했다.
전 위원장은 조사결과와 더불어 발표한 재발방지를 위한 3대 과제와 13대 대책안과 관련해 "지금 당장 실현할 수 있는 대책, 지금 당장 도입할 수 있는 대책들"이라고 강조하며 "교육당국과 국회는 고인에 대한 추모, 대책 수립을 말로만 떠들 것이 아니라, 현장 교사들의 실질적 대책제안을 당장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