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28.6% "학부모 민원 발생해도 혼자서만 속앓이"

전교조, 전국 1만 4500여 명 교사 대상 설문조사

"민원 책임 교사에게만 부과…교육청 지원 1.8%"

교사 95.5% "교육부 교권보장 대책 "실효성 없다"

교사들, 교권 침해 사안 고발 의무 법제화 등 요구

2023-07-25     김성진 기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가 지난 22~23일 전국 유·초·중·고·특수학교 교사 1만 44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의견 조사 결과. 2023.7.25. 전교조 제공

교사 10명 중 3명꼴로 학부모 민원이 발생해도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교사들은 최근 1년간 겪은 어려움으로 부적응 학생 생활지도, 과중한 업무, 학교공동체의 지지 및 보호체계 부재, 학부모의 과다한 민원 등을 꼽았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서이초 교사 극단적 선택과 관련, 재발 방지 대책 수립을 위해 지난 22~23일 전국 유·초·중·고·특수학교 교사 1만 44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의견 조사 결과를 25일 발표했다.

전교조 따르면 교사들은 '최근 1년간 어느 정도의 어려움을 겪고 있냐'는 질문에 부적응 학생 생활지도(95.3%)를 1순위로 꼽았다. 이어 △과중한 업무(87.1%) △학교공동체의 지지 및 보호체계 부재(84.1%) △학부모의 과도한 민원(81.6%) △부당한 업무부여(67.0%) △관리자의 갑질 및 무책임한 태도(62.3%) 순이었다.

학부모 민원 발생 시 경험했던 지원에 대해서는 동료 교사들의 지원(65.2%)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이어 어떤 도움도 받지 못했다(28.6%)는 응답이 두 번째로 많았다. 그 외 학교 관리자(21.4%), 교원단체나 노조(18.2%) 순이었으며, 교육청으로부터 지원받은 경험은 1.8%에 불과했다.

전교조는 "민원 발생의 책임이 온전히 교사들에게 부과되어 있다는 점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며 "교육 당국은 정책 추진 시 관리자나 교육청의 역할과 책무를 명시하는 방향으로 적극적인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가 지난 22~23일 전국 유·초·중·고·특수학교 교사 1만 44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의견 조사 결과. 2023.7.25. 전교조 제공

학부모 갑질과 악성 민원으로부터 교사가 보호받을 수 있는 대책으로는 '교권침해 사안 교육감 고발 의무 법제화 등 가해자 처벌 강화'(63.9%)을 가장 많이 꼽았다. 악의적이고 무분별한 민원에 대해 엄중한 조치와 응당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의견으로 해석된다.

그 외에 '학부모 인식 제고와 교육 및 서약서 등의 확인 절차 마련'(45.9%), '관리자가 직접 민원에 대응하는 방안'(45.6%) '교사 개인연락처를 통한 괴롭힘 방지 제도'(28.3%), '학교 전화 컬러링에 갑질민원 경고, 녹음 가능한 전화기 교체'(23.2%) 등에 대한 요구도 많았다.

교권 보장을 위한 교육부와 교육청 대책의 실효성에 관한 질문에서는 95.5%의 교사들이 '실효성이 없다'고 응답했으며, 재발 방지와 교권 보장을 위해 교육 당국이 해야 할 일로는 '관련 법 개정을 통한 정당한 교육활동의 아동학대 처벌 방지'(89.2%)를 가장 많이 선택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가 지난 22~23일 전국 유·초·중·고·특수학교 교사 1만 44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의견 조사 결과. 2023.7.25. 전교조 제공

교사들은 서이초 교사의 극단적 선택 사건을 접하면서 분노(87.5%)의 감정을 가장 많이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무력감(75.1%), 미안함(68%), 우울(61.1%), 자괴감(59.2%), 불안(44.0%)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기타 의견으로 사직고민' '자살충동' 등도 있었다.

전교조는 이번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악성 민원 근절' '아동학대처벌법 개정' '교권 침해 학교장책임제 실현' 등 3대 과제를 제시하고 이를 위한 13개 대책안을 마련했다. 교육부와 각 시도교육청 교섭, 국회 입법 활동을 통해 관련 제도 도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가 지난 22~23일 전국 유·초·중·고·특수학교 교사 1만 44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의견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제시한 3대 과제와 13개 대책안. 2023.7.25. 전교조 제공

전희영 전교조 위원장은 오전 11시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견조사 결과에 대해 "주말 단 이틀 만에 1만 4500여 명이 참여한 설문 결과는 서이초 선생님의 죽음이 헛되지 않기를, 또다시 동료를 잃을 수 없다는 교사들의 간절한 소망이 담겨져 있다"며 "교사들의 목소리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라고 했다.

전 위원장은 조사결과와 더불어 발표한 재발방지를 위한 3대 과제와 13대 대책안과 관련해 "지금 당장 실현할 수 있는 대책, 지금 당장 도입할 수 있는 대책들"이라고 강조하며 "교육당국과 국회는 고인에 대한 추모, 대책 수립을 말로만 떠들 것이 아니라, 현장 교사들의 실질적 대책제안을 당장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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