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브리핑] 국가안보의 가장 큰 위협, 대통령 부부
양평 게이트, 권력을 일확천금 기회로 삼아
의혹 추적보도 하는 것이 곧 국가안보 수호
핵잠함보다 국방에 우선하는 게 뭔지 물을 것
개발차익 직행대로에서 '고속(苦速)'도로로
'김건희 고속(高速)도로'가 '고속(苦速)'도로가 되고 있습니다.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의혹들, 정확히 말하자면 의혹과 의문이 아닌 대목이 없는 이 게이트의 전모가 서서히 드러나고 국민들의 분노가 높아지면서 김건희 씨 일가가 막대한 개발 차익으로의 직행도로로 여겼을 고속도로가 고통을 안겨주는 '고통' 도로로 바뀌고 있는 듯합니다. 물론 당사자들이 지금의 상황을 얼마나 고통으로 받아들이고 있는지는 아직 의문이지만 언제까지 이를 외면할 수는 없는 양상으로 흐르고 있습니다.
이 사안에 대해서만큼은 여러 언론들이 무시하지만은 않고 어느 정도 보도하고 있지만 시민언론 민들레는 지난주에도 이 게이트에 대한 취재와 보도를 특히 집중적으로 벌였습니다. 이번주에도 밝혀내야 할 의혹들이 민들레의 취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민들레가 '김건희 양평 게이트'로 이름 붙인 이 사건에서 무엇보다 불가사의한 점은 이렇게까지 대담무쌍하게 공공사업을 사유화하면서 과연 별 탈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을까라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무엇에 쫓기기라도 한 것처럼 대통령에 당선되자마자 취임도 하기 전에 전광석화로 구간 변경이 이뤄진 것부터가 그같은 의문을 낳습니다. 2022년 3월 9일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한 이후 9일 만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공식 출범했는데, 그로부터 불과 11일 뒤인 3월 29일 구간 변경을 위한 용역업체를 선정해 조사에 착수합니다.
그리고 360일로 예정됐던 조사에서 불과 50일 만에 노선 변경을 사실상 마무리해버립니다. 그러나 이 사업은 밀실에서 몇 사람 간의 은밀한 작업으로 끝낼 수 있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비밀 공간에서의 뇌물 거래도 아니고 그 도로를 통행할 수십 수백만 명이 관련된 국책사업입니다.
대담함을 넘어서 무모하다고, 무모함을 넘어서 어리석다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불교에서 말하듯 탐욕이 어리석음을 낳은 것입니다. 이같은 '초과속' 밀어붙이기를 할 때만 해도 이렇게 일을 벌인 이들은 자신들의 '수완'이 통할 것이라고 봤을 것입니다. 설령 어떤 반대나 저항이 있더라도 권력의 막강한 위세로 얼마든지 제압할 수 있다고 봤을 것입니다.
그러나 공공사업, 그것도 1조 8000억 원이라는 작지 않은 규모의 국책사업에 요구되는 최소한의 요건과 절차 자체를 아예 피할 수는 없었습니다. 곳곳에 고속도로 구간 '조작'의 흔적이 남았습니다. 이 게이트의 추적 보도가 오히려 그리 어렵지 않은 이유가 사실 여기에 있습니다.
백주대로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사람들의 호주머니를 터는 격과 같은 일이 과연 문제 없이 통할 것이며 무사할 것이라는 믿음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이었을까요. 미수에 그쳐본 적이 없었던 지금까지의 성공경험들과 함께 ‘권력’의 호위를 받으면 끄덕없다고 생각했을 듯합니다. 공적인 권력을 사익을 챙기는 일확천금의 기회로 여기지 않았다면 도저히 보일 수 없는 행태입니다.
'김건희 양평 게이트'는 이런 점에서 법을 유린하는 것을 넘어서 우리 사회 대다수 사람들의 보편적 상식을 붕괴시키는 것이며 공동체의 기반을 무너뜨리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 게이트의 진상을 밝히는 것은 상식과 법과 공동체를 지키는 것에 다름아닙니다. '그들'이 드러낸 그 철두철미한 탐욕만큼 '철저히' 규명해야 상식의 최소한, 법의 최소한을 지킬 수 있을 것입니다.
사법부의 양식, 시민들의 힘도 작용
지난주 윤석열 대통령의 장모이자 김건희 씨의 어머니인 최은순 씨가 사문서 위조 등에 대한 항소심에서 법정구속 된 것은 그 상식을 지키는 힘이 조금이나마 살아 있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한편으로는 당연한 판결에 박수를 보내야 하는 현실을 새삼 확인시켰지만 명백한 사기죄를 적용조차 하지 않고 기소한 검찰의 노골적인 혐의 축소 시도에도 불구하고 1심 형량의 유지와 함께 법정구속이라는 단죄는 법치의 최후의 보루로서의 사법부의 존재를 보여줬습니다.
법정에서 최 씨가 보인 "죽어버리겠다"는 등의 일대소동은 대통령의 장모인 것을 떠나서 이성을 놓아버린 그 모습에서 많은 사람들은 한편으로는 재산에 대한 집착, 한편으로는 권력이 자신을 지켜줄 것이라는 맹신이 무너진 순간의 충격과 함께 그 본색을 드러낸 것을 봤을 것입니다.
이번 법원의 판결은 어디서 나왔을까를 살펴보게 됩니다. 법관의 양심과 법률적 근거에서 내린 판결이었겠지만 시민들의 분노와 규탄, 촛불 집회와 같은 시민들의 목소리가 그와 전혀 무관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지난주 윤 대통령 부부는 부산에 입항한 미국 전략핵잠수함에 올라 기념촬영을 했습니다. 미국 앞에만 서면 표정이 반색하고 노래가 절로 나오는 대통령은 미국에 강력히 요청해 전례가 없는 대통령 배우자의 승선까지 얻어냈고, 선상에서 '굳건한 한미동맹'과 '힘에 의한 평화'를 얘기했습니다. 그러나 대통령이 '국가안보'를 얘기할 때야말로 현 정부의 안보의 공허함이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한반도 주변의 긴장 고조도 그렇지만 국민들에게 지켜야 할 나라다운 나라로서의 자긍심을 심각하게 무너뜨리고 있는 대통령에게 '국방은 성벽이 아닌 조정에 있으며, 안보는 외적이 아닌 내치에서 비롯된다'는 옛말이나 숱한 나라들의 역사에서의 경험을 들려주는 것이 얼마나 의미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민들레는 지금 대한민국의 국가안보의 가장 큰 위협은 어디에 있는가를 묻습니다. 민들레의 보도는 그 질문에 대한 한 답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민들레는 무한폭주하는 권력으로 인한 국가안보의 위험과 위협을 감시하고 비판하고 견제하는 것이야말로 국가안보를 지키는 일의 하나라고 봅니다.
특히 지난주에 민들레가 짚었던 것처럼 지난 80년대의 '땡전 뉴스'를 방불케 하는 '땡윤 뉴스'가 보여주듯 언론이 권력자를 지키는 방벽과 응원부대가 돼 있는 현실에서 민들레는 다른 언론들이 묻지 않는 질문, 시민들의 질문을 물어주고, 다른 언론들이 보려 하지 않는 것을 보고자 합니다.
젊은 교사의 죽음에 대한 애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 교사의 죽음의 진상을 푸는 것과 함께 그를 죽음에 이르게 한 학교 교육현실의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 민들레는 이번 주에 그에 대한 진단과 모색을 하려고 합니다.
어떤 문제든 뭔가를 희생양, 제물로 삼아서는 풀 수가 없습니다. 특히 학생인권과 교권이 대립하는 것처럼 몰고 있는 이들의 빗나간 진단과 강변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그 교사를 두 번 죽이지 않으려면, 제2 제3의 죽음이 없게 하려면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를 민들레는 조심스럽게 제시해보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