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전체 규모 줄었는데…취약계층 대출은 늘어

금리상승 따른 '디레버리징' 취약차주엔 그림의 떡

상환능력 떨어져 '빚내서 빚갚는' 악순환 가능성도

가계대출 연체율 0.2%p 올라 건전성 관리 나서야

2023-07-03     유상규 에디터
2일 서울 시내 한 은행 외벽에 대출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3.7.2. 연합뉴스

기준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전체 가계대출 규모는 감소하고 있는 반면 취약차주의 대출은 불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3일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진선미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가계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말 기준 취약차주 대출 잔액은 94조 8000억 원으로, 1년 전(93조 6000억 원)보다 1조 2000억원 증가했다. 이에 따라 취약차주 1인당 대출 잔액도 7495만 원에서 7582만 원으로 증가했다.

한은이 규정한 취약차주란 3곳 이상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받은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신용(7∼10등급) 또는 저소득(하위 30%)인 대출자를 말한다.

가계대출 잔액 추이

취약차주의 가계대출 규모는 지난해 2분기 93조 7000억 원으로 늘었다가 3분기에 93조 4000억 원으로 약간 감소했으나 이후 2분기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취약차주 가계대출 증가세는 같은 기간 가계대출 전체 잔액이 줄어든 것과 대비된다.

전체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1분기 말 1845조 3000억 원으로 1년 전(1869조 7000억 원)보다 24조 4000억 원 감소했다. 1인당 대출 잔액도 같은 기간 9376만 원에서 9334만 원으로 줄었다.

한은이 지난 2021년 이후 기준금리를 3.00%p 인상한 영향으로 가계대출이 감소하는 '디레버리징' 현상이 나타났지만, 취약차주들은 오히려 대출이 늘어났다. 금리 상승기에 취약차주들의 대출 상환능력이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추가로 대출을 받아 기존 대출을 갚은 경우가 많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가계대출 잔액 자체는 줄어들고 있지만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대출 건전성은 악화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1분기 말 가계대출 연체율은 0.7%로, 1년 전(0.5%)보다 0.2%p 올라갔다.

 

연령대별 가계대출 연체율 추이

가계대출 연체율 상승세는 전 연령대에서 공통으로 나타났지만, 60대 이상 고령층의 연체율이 평균보다 높았다.

30대 이하 청년층의 경우 지난해 1분기 0.4%에서 올해 1분기 0.6%로 상승했다. 40대와 50대는 같은 기간 0.5%에서 0.7%로 높아졌다. 60대 이상은 0.6%에서 0.9%까지 올라 연체율의 절대치와 상승폭 모두 다른 연령대보다 높았다.

한은이 시산한 결과 지난해 하반기 중 신규 연체 차주와 신규 연체 잔액을 대상으로 보면, 취약차주가 각각 58.8%, 62.8%를 차지했다.

한은은 지난달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최근 늘어난 가계대출 연체채권은 취약차주로부터 주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취약차주와 비은행금융기관 가계대출을 중심으로 연체가 늘어날 수 있어 가계대출 연체율도 당분간 상승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이어 "특히 지난 2020∼2021년 중 저금리 환경, 정책 지원 조치로 잠재돼 있던 가계대출 부실이 현재화하고 누적돼 금융기관 건전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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