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어디를 향해 나가고 있는가?-COP 27의 성과와 한계
우크라이나 침공,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미중 간의 전략경쟁, 공급사슬체계의 혼란 등 여러 현안으로 전 세계가 어수선한 가운데 지난 일요일 이집트의 홍해를 바라보는 휴양도시 샤름 엘-셰이크(Sharm El-Sheikh)에서 인류의 생존과 발전지속 여부를 다루는 유엔기후정상회의가 예정보다 이틀을 연장한 십여 일의 토론과 협상을 마감하였다. 통상 기후정상회의에서는 아래에 언급하는 다섯 가지 사항을 집중적으로 다루는데 그중 생물다양성에 대해서는 별도의 회합 COP-15로 분리하여 추가로 진행한다.
기후온난화에 관해서는 지난 파리기후협약에서 산업화 이후 섭씨 1.5도로 제약하자는 광범한 합의가 NDC(개별국가목표)방식으로 이루어졌으며, 선진국 중심으로 2050년 전후 탄소제로를 목표로 진행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지난 브라질 대선에서 룰라가 승리하면서 아마존 열대우림의 보존 여부가 생명다양성의 주요한 이슈로 부상될 전망이다. 화석연료의 중단 내지 감축은 여전히 기존의 에너지 이해집단과 남반구 지역의 추가자원 개발을 둘러싸고 갈등과 이해가 첨예하게 충돌하고 있는 지점으로, 지난 글래스고 COP-26 회의 이후 일년 동안 400억 톤의 탄소가 추가 배출되었다. 기후변화의 적응이라는 주제에서는 홍수와 해수면 상승, 해변저지대 주거지 이동, 극심한 기후변화에 따른 도로와 철도 등의 보존과 강화가 다루어진다. 마지막으로 기후변화에 따른 손실과 보상으로 현재의 기후변화를 야기한 서방세계의 책임을 집중적으로 제기하고 특히 제 3세계에서 발생하는 손상을 지원하는 문제를 다루게 된다. 이번 회의에서는 지난 파키스탄의 대홍수로 300억 불을 지원하는 문제와 이대로 기후온난화가 진행된다면 2030년까지 총 2조 5,000억 불의 지원이 불가피하다는 논의가 이루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류는 지옥을 향하여 질주하는 자동차의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는 유엔 사무총장의 경고성 발언으로 개막된 이번 이집트의 COP-27 회의는, 그러나 기후변화에 따른 재앙과 손실의 역사적 책임이 선진국들에게 있다는 남반구 개발도상국들의 문제 제기에 대하여 책임의 한도가 무제한적이며 불분명하다는 미국의 입장을 중심으로 선진국들이 방어에 나서면서 진통을 겪었다. 그런 가운데, 거대 에너지산업 집단들의 로비스트들이 대거 참여하여 배후에서 활약하면서 석탄의 점차적 감축(Phase-down)을 합의했던 지난 회의의 한계를 넘어서 천연가스를 포함한 모든 화석에너지의 점차적 퇴출(Phase-out)을 시도한 환경주의자들의 노력을 결국 무산시켰다. 다행히 마지막 합의문 작성에 앞서 중국과 미국 등 강대국들이 서로 절충하면서 기후변화에 따른 손실과 보상에 대한 기금을 마련하기로 합의한 것이 그나마 유의미한 성과로 평가되고 있다.
이에 대하여 서로 상반된 입장들이 표명되었다. 개발도상국의 입장을 대변하여 주최국인 이집트 외무장관이자 이집트에서 열린 Cop27 UN 기후 정상회의 의장인 사메흐 슈크리(Sameh Shoukry)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24시간 밤낮으로 일하면서 하나의 이득, 하나의 높은 목적, 하나의 공동목표를 위해 단결했으며 결국 우리는 성취하였습니다. 세계는 고뇌와 절망의 부름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지난 9월 기록적인 홍수로 기후재앙이라는 황폐화의 상징이 된 파키스탄의 기후변화 장관 셰리 레만(Sherry Rehman)은 회의장에서 역사적인 손실 및 피해의 거래 합의를 환영하며 박수갈채를 보냈다 “이것은 자선을 받아들이는 것에 관한 것이 아닙니다. 이것은 우리의 미래와 기후정의에 대한 투자에 대한 계약금입니다."
반면에 합의 사항에 실망한 EU 기후문제 책임자 프란스 티머만(Frans Timmermans)은 "우리 모두는 손실과 피해를 피하고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가 부족했습니다. 우리는 훨씬 더 많은 일을 했어야 했습니다"라고 말했으며, 영국 대표인 아록 샤마(Alok Sharma)는 “석탄의 단계적 중단에 대한 명확한 후속 조치가 이번 합의문에는 없습니다. 모든 화석연료를 단계적으로 사용하지 않겠다는 분명한 약속이 빠졌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몇 분 동안 에너지에 관한 내용이 약해졌습니다”라고 비난했다.
사이먼 스티엘(Simon Stiell) 유엔 기후위원장은 협상가들에게 한 발언에서 "석탄석유와 가스를 포함한 화석연료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전 세계에 촉구했으며, 그린피스 독일 대표인 마틴 카이저(Martin Kaiser)는 손실과 피해에 대한 합의를 “커다랗고 갈라진 상처 위에 발라진 연고약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종합적으로 유엔 사무총장 안토니오 구테흐스(Antonio Guterres)은 “이번에 합의한 기금이 기후위기를 대응하는 데 거의 기여하지 못하겠지만 최악의 영향을 받고 있는 가난한 나라들을 위한 정의를 향한 중요한 발걸음"이라면서도 “지구는 여전히 응급실에 있습니다. 우리는 당장 탄소 배출량을 대폭 줄여야 합니다. 이것은 이번 COP에서 다루지 않은 문제입니다”라고 말했다.
반면에 미국의 부통령 출신으로 기후문제에 열정적으로 개입해온 앨 고어는 세계은행 등이 아프리카의 가스공급 개발 등을 통해 '화석연료 식민주의'를 지원한 죄를 짓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분야에 수조 달러를 제공할 긴급한 근본적인 개혁을 촉구했다. 그는 "세계은행은 대규모의 재원확보와 특별인출권으로 보충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의 전환을 위해서는 수십 억이 아니라 수조 달러가 필요합니다. 재생가능 에너지를 지원하는 역할에 다시 집중해야 합니다.” 이러한 앨 고어의 주장은 이번 회의에 정식적인 아젠다로 설정되지 않았고 토론의 절차에도 없었지만 장외에서 매우 뜨겁고 특별한 주목을 받았다.
그에 설명에 의하면 재생가능 에너지를 추진하려는 개발도상국의 주요 문제 중 하나는 민간부문 금융조직들이 재생에너지 분야가 높은 위험을 수반하는 것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자금조달에 있어 높은 자본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모펀드로 자금을 조달하려 하면 OECD국가보다 7배 높은 이자를 지불하게 됩니다. 그래서 재생에너지를 개발하려 하지 않습니다. 대조적으로 화석연료 금융은 저렴하고 쉽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세계은행의 역할을 개혁하여 민간부문 프로젝트의 위험을 감당하여 해당기업들이 기후파괴의 영향에 적응하는 재생에너지 및 기타 배출감축 프로젝트에 보다 저렴하고 쉽게 투자할 수 있도록 개발국가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합니다”라고 주장했다.
Cop27이 열리는 이집트의 아프리카는 이러한 높은 자본비용의 희생자 중 하나라고 앨 고어는 강조하면서 “현재 북미보다 아프리카에 건설 중인 화석연료 개발 프로젝트가 훨씬 많습니다. 이것이 바로 화석연료 식민주의입니다. (…) 세계은행은 화석연료 식민주의를 암묵적으로 지원해 왔으며, 개발도상국들이 에너지의 전환에 자금을 지원하는 데에서 발생하는 최전방의 위험(높은 자본비용)을 제거하는 것에 완전히 실패했습니다. (…) 세계은행과 다자간 개발은행들이 이를 시행하지 않는다면, 에너지 전환은 실현되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아프리카의 어려움이 곧 전 세계의 문제라고 주장하였다. “세계 전체가 이렇듯 중요한 프로젝트의 개발을 위해 민간자본의 의미 있는 접근으로부터 아프리카 국가들을 계속 차단한다면 이는 단순히 개발도상국들뿐만 아니라 우리 자신 모두를 해치는 것입니다. (…) 대신 그들 개발국가들은 천연가스의 개발을 위해 돌진하도록 압력을 받을 것이고 결국은 좌초된(Stranded) 자산에 갇히면서 기후재앙을 초래할 것입니다.”
금융은 인프라이자 공공재이다. 물류를 위해 도로와 철도가 있듯이, 통신과 정보를 위하여 인터넷이 필요하듯이, 지식산업과 혁신을 위하여 클러스터와 상호공유가 전제되어야 하듯이, 지난 수십 년간 워싱턴-컨센서스라는 이름으로 세계화와 양극화에 앞장서며 기후재앙을 불러왔던 거대 금융기구들은 이제 속죄의 의무를 다하며 자본의 탐욕과 증식에서 벗어나 인류의 생존과 발전 지속을 위한 생태 전환의 인프라로서 재탄생되어야 한다. 행성 지구의 한 가닥 희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