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인도의 위상…미국이 남다른 정성을 쏟는 까닭

국빈 방미 모디 최고 예우…'게임 체인저' 인도 포섭

미국, 핵심기술·국방기술 전수…전투기 엔진 공동생산

정상회담서 중국·러시아 대응책도 깊숙이 논의할 듯

미국 인권 외교 '선택적'…사우디·인도 인권 탄압 불문

2023-06-17     이유 에디터

 

지난해 4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화상회의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문제를 논의하는 모습. 2023. 6.14 [로이터=연합뉴스]

인도의 주가가 치솟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가 인도를 주시하고 있다.

중국을 넘어 세계 1위를 눈앞에 둔 인구와 풍부한 젊은 노동력, 수백만 명의 숙련 엔지니어, 외국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 등 상대적으로 낮은 생산 비용, 엄청난 잠재력을 지닌 내수 시장 등이 갖춰져 있다. 지경학적 측면에서 세계 기업들이 나름 매력을 느낄 만한 나라다.

미국은 인도의 지정학적 중요성을 더욱 주목하고 있다. 개방적 자유주의 체제 국가 중 인구로든 역사로든 사회주의 중국과 견줄 수 있는 유일한 나라여서다. 이른바 '글로벌 사우스'(아시아와 아프리카, 중동, 중남미의 개도국)의 대표주자라는 위상도 고려됐다.

역사적으로 '비동맹' 전통을 지닌 인도는 그동안 미‧중 전략 경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과정에서 미국과 서구 동맹국이 적극적인 동참을 호소했지만 대체로 '양다리'를 걸쳐왔다. 전쟁 발발 초기부터 서방의 우크라이나 군사지원과 대러 제재와 일정한 거리를 뒀다.

인도는 물론 글로벌 사우스의 지역 리더 국가인 브라질과 인도네시아, 사우디아라비아도 우크라 전쟁에서 인도와 유사한 전략을 구사했고, 튀르키예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오히려 러시아에 기울었을 정도다. 미국으로선 지역에서 영향력이 큰 이들 나라가 두통거리였다.

 

미국 7함대 소속의 오하이오급 핵추진 잠수함인 미시간호(SSGN 727)가 16일 오전 해군 부산기지에 입항했다. 길이 170.6m에 배수량 1만8천t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잠수함 중 하나다. 사거리 2,000㎞ 떨어진 목표물을 정확히 요격할 수 있는 토마호크 미사일 150여 기를 탑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3.6.16. 연합뉴스

국빈 방문 모디에 최고 예우…게임체인저 인도 포섭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미국 국빈 방문(6월 21~23일)은 이런 지정학적 환경에서 추진됐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글로벌 사우스 껴안기' 일환이다. 6월 초순엔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사우디를 찾아 소원했던 관계 복원을 시도했다. 굴욕이었지만 불가피한 일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국빈 방미하는 모디 총리와 오는 22일 정상회담을 한 뒤 국빈만찬을 베푼다. 그리고 이날 모디는 2016년에 이어 두 번째로 미국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연설한다. 두 번 이상 연설한 사례는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와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이츠하크 라빈 전 이스라엘 총리 정도여서 미국이 모디를 최고로 예우하는 모양새다.

미국의 전략적 목표는 자신의 경제적, 군사적 세력권으로 인도를 완전히 '포섭'하는 것이다. 인도가 지닌 지경학적, 지정학적 위상과 그 전략적 가치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남다른 정성을 기울이는 것도 그래서다. 이를 위해 미국은 중국에서 '분리'한 공급망을 인도에 '결합'함으로써 중국을 견제할 글로벌 제조 허브로 만드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소위 '프렌드 쇼어링'(우방국끼리 공급망 구축)이다.

 

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 협의체인 쿼드(Quad) 정상회의. [AP=연합뉴스]

정상회담서 중국‧러시아 대응책도 깊숙이 논의될 듯

군사적 차원에선 당장은 인도를 오랜 우방인 러시아로부터 떼어낸 뒤 미국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길게는 인도의 국방력을 강화해 중국·봉쇄 역할을 맡기려고 한다. 인도는 중국 포위를 위한 인도‧태평양 전략에 따른 안보협의체인 쿼드(미국, 일본, 인도, 호주)의 핵심 축이다.

바이든은 당연히 모디에게 줄 푸짐한 선물을 준비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반도체 등 첨단 핵심기술과 국방기술 협력을 '한 차원 더' 업그레이드하는 것이다. 말이 협력이지 미국의 첨단기술을 인도에 전수한다는 얘기다. 바로 인도가 학수고대했던 것이었음은 물론이다. 미국이 인도와 함께 지난 1월 출범시킨 '핵심‧신흥기술 이니셔티브'(iCET)가 그 플랫폼이다. 반도체와 우주 탐사, 인공지능(AI), 차세대 통신, 첨단 컴퓨팅, 양자 테크놀로지, 국방기술 등 첨단 테크놀로지 분야가 망라돼 있다.

15일 자 포린 폴리시 보도에 따르면, 양국은 지난 3월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의 뉴델리 방문 때 반도체 공급망 파트너십을 맺었다. 그리고 6월 초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뉴델리에 가서 INDUS-X(인‧미 국방가속화생태시스템)를 출범시켰다.

 

미국이 인도에 구매 압박을 넣는 최신형 무인기 MQ-9B 시가디언. [교도 연합뉴스]

미국, 핵심기술·국방기술 전수…전투기 엔진 공동생산

특히 내주 백악관 정상회담에서 전투기 제트 엔진과 장거리포의 공동 생산 논의가 결실을 볼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인도에서 제트 엔진과 장거리포를 제조할 뿐 아니라, 관련 기술도 이전하는 의미가 있다고 전문가를 인용해 매체는 전했다. 

미·인 국방안보 분야 협력에 대해 17일 힌두스탄 타임스는 "단순한 구매자-판매자 관계에서 더욱 북합적인 군사훈련과 플랫폼 공동 개발을 포함해 장기적인 테크놀러지와 안보 파트너십으로 옮겨왔다"고 평가했다.

인도 군사 장비의 약 절반이 러시아제라고 포린 폴리시는 전했다. 그래서 인도는 지난 몇 년간 무기 공급 선을 다양화하고자 시도했다. 최근에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로 인해 러시아로부터 군사 장비 부품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은 이런 점을 파고들어 차제에 인도가 러시아제 무기 구입을 줄이고 미국과 동맹국에서 무기 구매를 늘리도록 하는 기회로 삼으려 하고 있다. 힌두스탄타임스에 따르면, 내주 정상회담에서 인도의 미국산 무기급 드론 수십 대 구매 합의 등이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정상회담에선 미·인 양자 현안과 함께 우크라이나 전쟁과 러시아 제재, 개도국에 대한 전쟁의 경제적 영향, 인도·태평양에서 중국과 인도의 역할 등도 논의될 공산이 크다.

 

무함마드 빈살 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오른쪽)와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7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회담하고 있다. 2023.06.07. 연합뉴스

미국 인권 외교 '선택적'…사우디·인도 인권 탄압 불문

연합뉴스는 "워싱턴에서 모디 총리 정도로 환영받을 인물은 거의 없을 것이다. 미국과 인도의 파트너십은 이전까지 그렇게 긴밀하지는 않았으나, 중국과 대립하게 된 미국은 이제 인도를 필수 불가결한 동맹국으로 본다"고 이코노미스트의 평가를 전했다.

모든 게 장밋빛만은 아니다. 미국이 경제적으로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해도 인도가 멀지 않은 시기에 중국과 맞짱을 뜰만한 수준의 글로벌 제조 허브로 성장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 시각도 있다.

역사적으로 뿌리 깊은 인도의 보호주의 성향, 외국 기업을 괴롭히고 자체 인프라 구축을 어렵게 만드는 불필요한 규제, 극심한 부정부패 등이 걸림돌로 지목된다.

바이든이 모디의 인권 탄압과 인도 민주주의 문제를 '문제 제기'할 것인지도 관전 포인트다. 모디는 구자라트주 총리 시절 힌두교도의 이슬람교도 학살을 방관했다는 의혹으로 2005년 미국 입국 비자가 거부됐다. 언론자유 탄압과 소수자에 대한 폭력 등으로 오명을 얻었다.

취임 직후부터 세계를 '민주주의와 권위주의' 진영으로 나누고 중·러를 압박하는 이른바 '가치 외교'와 '인권 외교'를 펼쳐온 바이든으로선 자못 난감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전략적 핵심 파트너'여서 인도를 극진히 환대하는 것은 납득하지만, 자신이 금과옥조로 내세운 인권 문제를 인도에만 공개 거론하지 않는다면 바이든의 미국이 그 '이중성'을 들키게 되기 때문이다.

앞서 중동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확대와 중동의 독자적 결속 움직임 확산 등에 미국이 다급함을 느낀 나머지 전격적으로 블링컨 국무장관을 사우디로 보내 반체제 인사 암살 배후로 지목했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관계 개선을 시도해 명분 없는 행동이란 비판을 받았다.

 

인도서 벌어진 중국산 불매 운동[EPA=연합뉴스]

'한배' 탄 바이든-모디, 같은 꿈 꿀까 다른 꿈 꿀까

전체적으로 보면 미국과 인도의 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더 긴밀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러나 미국이 막대한 경제, 군사적 협력과 지원을 하더라도, 인도가 중국과의 경제적 디커플링(공급망 분리)은 물론, 중국 봉쇄를 위한 군사적 역할을 꺼릴 것이라는 회의적 시각도 있다.

애슐리 텔리스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이 그런 시각을 가졌다. 그는 포린어페어즈 기고문(5월 1일자)에서 인도가 미국에서 첨단기술을 받는 것도 자국의 경제‧군사 능력을 강화함으로써 '독자적으로' 중국을 견제할 능력을 지닌 강대국으로 발돋움하려는 목적에서일 뿐, 장래에 대만 유사시와 같은 미‧중 위기 때 미국의 '전우'가 되려는 건 아니라고 본다.

그동안 쿼드에서 인도의 활동상을 보면, 백신 배분과 인프라 투자, 공급망 다변화 등과 같은 '경제 분야'에만 참여하고 중국에 직접 대항하는 군사 분야의 역할을 꺼려왔다는 점을 그 사례로 들었다.

한배를 타게 된 바이든과 모디가 같은 꿈을 꿀지, 다른 꿈을 꿀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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