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평산책방 첫 방문…"문재인 정부 모든 것 부정돼"

"퇴행의 시간 속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

"지도도 나침반도 없는 '길 없는 길' 걸어 가겠다"

정치 행보 시사?…문재인과 술잔 기울이며 대화

2023-06-11     이승호 에디터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0일 오후 경남 양산 평산마을 주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찾았다. 마주앉아 얘기하며 술잔을 나눴다. 독주였다. 조 전 장관이 양산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로 돌아온 조 전 장관은 이날밤 문 전 대통령과의 조우기(遭遇記)를 페이스북에 올렸다. 가족과 함께 겪고 있는 고초에 대한 일단의 심경도 털어놨다. 문 전 대통령과 찍은 사진도 여러 장 올렸다. 페이스북에 글을 올린 건 올들어 두번 째다.

평산책방에서는 1시간 30분 가량 머물렀다. 거기서 책방지기도 했다. 책방 손님들의 사진 촬영 요청에 응하기도 했다.

조 전 장관은 평산책방에서 지난 한달간 팔려나간 베스트셀러 가운데 4위에 오른 ‘조국의 법고전 산책’ 저자이기도 하다. 그러니 ‘저자로서의 방문‘이기도한 셈이다. 그의 방문 때문인지 ‘조국의 법고전 산책’을 찾는 손님들이 평소보다 많았다.

 

서울로 돌아온 그는 페이스북에 ‘공지사항’이란 제목의 글을 올렸다. 짧은 글이었다. 그는 먼저 문 전 대통령과의 인연에 대해 썼다. “저는 대학 교수로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 지지 활동을 벌였고, 2015.6.10. 새정치연합 혁신위원으로 임명되어 당시 문재인 대표의 당 혁신 작업을 도왔습니다.”

청와대 근무 시절에 대해서는 ‘행복했던 시간’이라고 했다. “2017.5.10. 문재인 정부 출범 후에는 국정원, 검찰, 경찰, 기무사 등 권력기관 개혁 과제를 수행하는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으로 일했습니다. 격무로 힘들었지만 행복했던 시간이었습니다.”

법무부장관 지명 이후는 고난의 시간이었다. “2019.8.9. 검찰개혁의 과제를 부여받고 법무부 장관 후보로 지명되었지만, 저와 제 가족에게는 무간지옥(無間地獄)의 시련이 닥쳐 지금까지 진행중입니다. 과오와 허물을 자성하고 자책하며, 인고(忍苦)하고 감내하고 있습니다.”

‘정치적 발언’으로 읽힐만한 내용은 딱 두 문장이었다. “문재인 정부의 모든 것이 부정되고 폄훼되는 역진(逆進)과 퇴행의 시간 속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지도도 나침반도 없는 ‘길 없는 길’을 걸어가겠습니다.”

 

그의 방문길에 동행한 사람은 황현선 더전주포럼 대표였다. 황 대표는 문재인 정부 시절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냈다.

황 대표도 이날밤 페이스북에 “두 분이 술잔을 기울이시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아린다. 그동안 서로 그리워 했지만 자주 만나지 못했던 마음이 충분히 느껴졌다. 침묵 속에 많은 이야기가, 웃음 속에 회한이 담겨있었다”고 썼다.

조 전 장관처럼 ‘길’을 물었다. “2019년 검찰 쿠데타로 인해 조국의 인생은 길 없는 벌판에 홀로 남겨진 사람이 됐다. 그 벌판에 조국의 진실을 믿는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어 오솔길 하나 만들었다. 이 길의 끝에 무엇이 있을지 모른다. 새로운 길을 만들어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는 길을 만들어야 겠다.”

마지막 문장은 “집으로 돌아오는 길, 지금은 법정에서 심판받고 있지만 ‘국민의 법정’에 ‘역사의 법정’에 조국을 세우겠다고 생각한다”였다.

조 전 장관은 지난달 자신의 재판 등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문 전 대통령을 찾아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 약속을 지켰다.

문 전 대통령은 영화 ‘문재인입니다’에서 “지금 당장 소주 한 잔 기울이고 싶은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을 받고 “조국”이라고 답했다. 문 전 대통령도 그 약속을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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