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전환 조정훈, 드러나는 시대착오 본색
외국인 가사노동자는 정력제나 세탁기와 같다?
최저임금 적용 제외라는 노골적 인종차별 주장
모범 사례라는 홍콩‧싱가포르 출산율 세계 최저
가사 육아, 돌봄에 대한 무시와 성차별 반복해
검찰권력과 기득권 우파에 밀착한 언행 가속화
국힘 소속처럼 행세…총선 생존 위한 계산인가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2020년에 문재인 정부가 ‘한국판 뉴딜’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했을 때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은 “최저임금 수준의 쓰레기 일자리”라면서 독설을 퍼부은 적이 있다. 그런 조정훈 의원이 지금은 외국인 가사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도 안 주는 일자리’를 제공하자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쓰디쓴 역설이 아닐 수 없다.
얼마 전 주말 아침에 TV를 켰더니 조정훈 의원이 KBS <일요진단>이라는 프로에 출연해서 또 ‘최저임금도 안 주는 외국인 가사도우미’ 법안을 설명하고 있었다. ‘저런 법안을 내놓고도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여기저기 참 뻔질나게 나와서 떠들고 있구나’ 하면서 채널을 넘기려고 하는데 이런 이야기가 귀에 들어왔다.
“마치 남성 정력제 광고처럼 한번 해보면 너무 좋은데 해보지 않은 분들에게는 설명할 수가 없다. … 이것이 주는 효과는 마치 세탁기가 없을 때의 삶과 세탁기가 있을 때의 삶과도 비슷하다.”
외국인 가사노동자를 남성 정력제나 세탁기와 비교한 것이다. 순간, 조정훈 의원이 왜 저런 법안을 낸 것인지 모든 게 이해가 됐다. 그에게 가사노동자는 자신과 같은 사람이 아니라 ‘정력제나 세탁기’와 같은 도구인 셈이다.
이처럼 조정훈 의원이 요즘 여기저기 열심히 나와서 하는 말은 비슷비슷한 이야기의 반복이다. ‘아직도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는 말을 믿느냐’,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들은 강력 단속해서 쫓아내야 한다’, ‘내 법안은 돈을 안 들이고 경력단절과 저출생을 해결할 최선의 방안이다’, ‘여기서 성공하면 다른 업종으로도 확대할 수 있다’, ‘국익을 생각해야 한다’ …
인종주의를 기반으로 한 들을수록 기가 막히는, 이해할 수도 동의할 수도 없는 주장과 논리들이지만, 이 사회의 상층부에 있는 엘리트들이 어떤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지, 왜 ‘저출생’이 해결되는 게 아니라 갈수록 심각해지는지에 대해 많은 것을 보여주는 주장과 장면들이라고 할 수 있다.
조정훈 의원의 논리는 ‘현재 한국인 가사노동자는 임금이 300만 원이 훨씬 넘고, 중국동포 가사노동자는 200만 원이 훨씬 넘는데도 사람을 못 구하고 있다. 100만 원으로 외국인 가사노동자를 대거 도입하면 중산층도 많이 쓸 수 있게 된다’는 주장으로 연결되고 있다.
이처럼 ‘인력이 부족해 높은 임금이 형성돼 있으니 외국 인력이라도 들여와야 한다’는 주장은 비슷한 문제가 제기돼 온 의사, 검사, 판사 등에 대해서는 결코 적용되지 않는다. 오로지 주로 여성들이 수행하는 가사, 육아, 돌봄에 대해서만 최저임금 이하로 만들어도 아무 문제 없는 별 가치 없는 노동이라는 인식이 작동하고 있다.
또 조정훈 의원은 ‘300만 원을 주고도 괜찮은 이모(가사노동자)를 구하지 못해서 갑과 을이 뒤집혀 있다’고 지적한다. 이런 경우에 외국인 노동력을 도입하는 게 당연한 일인데, 가사노동만 그것을 못 하게 막고 있는 것이 오히려 “역차별”이라고 했다. 즉, 가사노동자들을 다시 ‘을’의 위치로 되돌리기 위해서 필리핀 등에서 온 노동자들에 대한 인종차별을 이용하자는 말이 된다.
결국, 주로 여성이 하는 가사와 육아와 돌봄을 최저임금도 못 받을 하찮은 일로 여기는 사회, 노동자들은 당연히 ‘을’의 위치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회, 소수자의 인권은 무시하고 차별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회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갈수록 줄어드는 것은 조금도 이상할 게 없다. 실제로 조정훈 의원이 ‘저임금 외국인 가사노동자 사용’의 모범 사례로 제시하는 홍콩이나 싱가포르의 합계출산율은 세계 최저 수준이다.
특히 귀에 꽂히는 것은 조정훈 의원이 “나도 해외 생활을 20년 하면서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많이 썼다”며 경험에서 나온 법안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대목이다. 조정훈 의원은 하버드대학을 나와서 세계은행에서 일해 온 ‘국제적 경제 전문가’로서 유명한데, 이런 초엘리트들의 출세 뒤에는 바로 ‘보이지 않는 여성과 노동’이 있었다. 누군가를 돌보며 삶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해주는 가장 힘들고 어려운 노동의 부담을 피한 덕분에 조정훈 의원은 자신의 경력과 출세를 위한 시간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초엘리트들은 이 모든 게 자신의 ‘능력’ 덕분이었다고 착각한다. 나아가, 더 많은 ‘보이지 않는 여성과 노동’을 더 효과적으로 더 싼 값으로 착취할 정책들을 제시하며 그것을 ‘국익’이라고 포장한다. 그래서 조정훈 의원은 자신의 법안을 반대하는 민주노총을 비판하며 “도대체 국익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질문하고 싶다”고 되물었다.
조정훈 의원의 법안이 더 고약한 것은 외국인 가사노동자의 노동조건을 공격해서 결국 내국인 가사노동자의 노동조건도 같이 악화시킬 것이라는 점에 있다. 이 나라에서 가사노동자들은 2021년에 국회를 통과한 ‘가사노동자 법안’ 덕분에 그나마 부분적으로 노동자성을 인정받으며 사회적 보호의 틀에 들어오기 시작하고 있었다.
이제 모든 가사노동자의 노동자성을 완전히 인정하고 노동 3권과 4대 보험을 전면 적용하는 방향으로 나가는 과제가 남아 있다. 그런데 조정훈 의원은 ‘가사노동자가 아니라 가사사용인 직군으로 분류하면 현재도 최저임금 적용 제외가 가능하다’면서 이것을 막아서고 있다. 결국 외국인 가사노동자로 시작해서 모든 가사노동자의 노동조건을 함께 끌어내리려 한다.
이처럼 시대착오적인 방향으로 달려가는 조정훈 의원이 21대 국회의원이 된 초기만 해도 사람들은 뭔가 ‘참신하고 능력 있는 정치인’처럼 여겼다. 보좌관들과의 상호수평적 관계를 강조하며 ‘탈이념, 실용, 생활정치, 기득권 양당에 맞선 제3의 길, 좌도 우도 아닌 앞으로’를 말하는 그럴듯한 겉치레에 혹했던 것이다.
조정훈 의원은 이미 2016년부터 민주당에 입당해서 출마를 시도하다가 실패했지만, 2020년에 민주당의 비례위성정당이라는 통로를 이용해 국회로 진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조정훈 의원은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서 엘리트로서 위치를 지키고 더 큰 권력으로 다가가려면 검찰권력과 기득권 우파의 눈 밖에 나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달은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검찰총장 출신인 윤석열 대통령의 당선 직후부터 야당의 검찰수사권 정상화 법안을 막는 데 누구보다 열심이더니, 그 후에도 ‘김건희 특검’ 반대,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반대, 간호법 반대, 노란봉투법 반대, 이재명 사퇴 요구 등 일관되게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편에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실제로 “핼러윈 참사를 ‘세월호 시즌2’로 만들려고 하느냐”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에 반대했고, “정규직 노조의 천국을 만들기 위한 노란봉투법”이라면서 민주노총을 비난하고, “문재인 정부 때 망가졌던 외교 관계를 복원해 나가는 과정”이라며 윤석열 정부의 대일 외교를 칭찬하는 조정훈 의원은 요즘 국민의힘 소속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외국인 가사노동자 법안도 조정훈 의원의 발의, 오세훈 서울시장의 시범 실시 발표, 윤석열 대통령의 적극 검토 지시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마치 ‘3각 공조’와도 같은 모양새를 보여주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적용을 말하고 있다면, 조정훈 의원은 인종별 차등적용을 말하는 셈이니 여기서도 서로가 통한다.
‘불법체류 이주노동자에 대한 강력한 단속과 추방’ 주장도 교회에서 예배보던 노동자들까지 닥치는 대로 단속해서 추방하고 있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실천을 응원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동훈 장관의 행보에 “긍정적인 면이 부정적인 면보다 훨씬 많았다”며 찬양하는 그의 이런 태도는 다가오는 총선에서 살아남기 위한 계산과 맞물려 있을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물론, 이제 비례정당 같은 틈새와 기회는 없을 것이고 지역구도 개척하기 힘든 상황에서 고민이 많을 것은 분명하다. 그래서 조정훈 의원은 윤석열 정부 탄생을 돕다가 낙동강 오리알처럼 된 금태섭 전 의원이나 족벌언론들이 듣기 좋아하는 말만 하다가 지지 기반은 만들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 김해영 전 의원등과 교류하며 ‘제3지대’를 모색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기후 재앙과 윤석열 정부 탓에 팍팍해지는 우리의 삶 속에서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시대착오적 방안을 제시하는 엘리트 권력자들을 보고 있자니, 아무래도 저출생은 걱정하며 해결해야 할 문제라기보다는, 이 사회와 지구에 사는 보통 사람들과 여성들의 지혜롭고 타당한 선택이자 해결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깊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