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규탄' 없는 G7 재무장관 공동성명…그 까닭은
미국 '대중 투자 통제' 추진에 일본·독일 제동
AP통신 "중국과 막대한 이해…공개 비난 주저"
G7, 경제주권 훼손 투자 경고…'일대일로' 겨냥
금주 히로시마 G7 정상회의,한·미·일 정상회담
주요 7개국(G7) 재무부 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이 일본 니가타에서 사흘간의 회의를 마치고 13일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겼다. 미국의 강력한 대중국 압박 행보를 감안하면 공동성명에 '경제적 강압' 등 중국의 불법적 행태를 규탄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다들 예상했으나, 규탄은 물론 '중국'에 대한 언급조차 없었다.
미국이 중국을 비판할 때 쓰는 '경제적 강압'이란 말은 보통 중국이 경제력을 활용해 마찰을 빚는 교역 상대국에 보복을 가하는 것을 뜻한다.
미국 '대중 투자 통제' 추진…일본·독일 제동 건 듯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반중국 전선의 선두에 있는 미국은 이번 회의에서 대중국 투자에 대한 '맞춤형 통제' 방안을 비롯해 강력한 조치의 도입을 밀어붙이고 있었고, 영국도 이에 동조했다. 그러나 결과는 뜻대로 되지 않았다.
앞서 회의 첫 날인 11일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G7의 다수가 중국의 "경제적 강압"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공유하고 있고, 그런 행동에 맞서는 방안들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하고 미국의 대중 투자 통제 추진 의지를 밝혔다.
제러미 헌트 영국 재무장관도 대중 투자 통제에 관한 언급은 없었지만 11일 닛케이를 통해 G7은 중국의 경제 강압에 대항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과 영국의 입장이 확고한데도 중국 관련 언급 자체를 삼가는 쪽으로 결론이 난 것은 일본과 독일, 프랑스 등의 태도가 소극적이었음을 말해 준다.
공급망 다변화와 대중 의존도 축소라는 큰 방향에는 동조하지만, 세계 2대 경제인 중국과 깊숙이 엮여 있는 상황에서 대중 투자 통제와 급격한 디커플링(탈동조화)은 자국 경제도 큰 타격을 입으리라는 점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G7, 경제주권 훼손 투자 경고…'일대일로' 겨냥
다만, 대외 직접투자(FDI)와 관련해 G7 재무장관 공동성명은 "핵심 기간 시설에 대한 외국의 투자는 경제주권에 리스크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말해 중국의 '일대일로'(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을 겨냥한 듯한 인상을 주었다.
성명은 "좋은 질의 FDI가 가장 필요한 곳으로 가고, 투자받는 나라의 경제주권에 리스크를 초래되지 않도록 보장하는 데 이바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중국은 미국이 '중국의 '경제적 강압'에 대한 G7의 공동 대응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거세게 반발했다.
왕원빈 외교부 대변인은 12일 정례 브리핑에서 "경제적 강압 문제로 가장 먼저 성토돼야 하는 쪽은 아마 미국일 것"이라며 말했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왕 대변인은 "미국은 국가 안보 개념을 반복적으로 확장하고 수출 통제 조치를 남용하며 다른 나라 기업에 차별적이고 불공평한 조치를 했고, 그 행위는 시장경제와 공평한 경쟁의 원칙을 심각하게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AP통신 "중국과 막대한 이해…공개 비난 주저"
AP 통신은 대부분의 G7 나라가 세계 2대 경제국인 중국과 좋은 관계를 맺는 데 막대한 이해가 걸려 있는 점을 고려한 나머지 회의에 참석한 재무장관들이 중국에 대한 공개적 비난을 주저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G7은 외교부 장관 공동성명(4월 18일·일본 나가노)에서는 "중국에 위협과 강압, 협박, 또는 힘의 사용을 삼갈 필요성"을 지적하고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해 "힘이나 강압을 사용해 현상을 일방적으로 변경하려는 시도에 강하게 반대한다"고 밝혔다. 대만 해협과 관련해선 "하나의 중국 정책"을 포함한 대만에 대한 G7의 기본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재무장관 공동성명에서 G7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다시 한번 강하게 규탄하고 할 수 있는 한 끝까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겠다고 다짐했다. G7은 불법 전쟁의 즉각 중지를 러시아에 요구하는 한편, 기존의 제재와 함께 러시아의 전쟁 수행 능력에 타격을 줄 추가 경제 조치를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G7 재무장관들은 또한 △ 인플레 관리 △ 저소득국과 중소득국 국가부채 문제와 부채 데이터 공유 △ 국제 금융시스템 강화 △ 더욱 안정적이고 다각화된 공급망 구축 △ 금융 디지털화 △ 복지를 향한 경제정책 등도 다뤘다.
금주 히로시마 G7 정상회의, 한·미·일 정상회담
G7 정상회의는 오는 19~21일 사흘간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다. 재무장관 공동성명에선 회원국들 사이의 입장 차이로 인해 중국 관련 규탄 및 경고가 빠졌지만, 미국이 쉽사리 포기할 태세가 아니어서 정상회의에서 중국과 관련해 어떤 합의된 공동의 대응 조치가 나올지 주목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회의에 초청국 자격으로 참석하며, 21일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미·일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G7은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 일본 7개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