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일꾼 ⑦] '현장 인터뷰' 진행하는 구본기 소장

초반부터 빠지지 않아 자칭 '촛불 죽돌이'

"태어나면서부터 에너지 총량이 컸어요"

"촛불시민은 사회적 가족이자 강철로 된 배"

"진짜 초 들고온 신사 보고서 정신이 번쩍"

2023-04-19     김성진 기자
구본기 구본기생활연구소 소장. 2023.4.18. 사진 이호 작가

촛불승리전환행동(이하 촛불행동)에 끊임없이 '에너지'를 불어넣는 사람이 있다. 바로 시민들과 '현장 인터뷰'를 진행하는 구본기생활경제연구소의 구본기 소장이다. 구 소장에게 촛불 시민들은 '사회적 가족'이다. 그는 이들의 조직된 힘을 '강철로 된 배'로 비유했다. 그러면서 "여기에(촛불행동에) 희망이 있다"고 강조했다.

<시민언론 민들레>는 촛불 결성 1주년을 앞두고, 지난 14일 구 소장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동안 촛불행동에서 활발하게 활동해 온 구 소장은 19일 촛불행동 신임 대표단에 이름을 올릴 예정이다. 이날 오후 7시 열리는 총회에서 추인 과정만 거치면 확정된다. 올해 득녀를 해 아빠가 된 그의 어깨가 무거워진 이유다.

"태어날 때부터 에너지 총량이 크다"는 구 소장은 촛불행동을 만나기 전부터 열혈 청년이었다. 2016년 구본기생활경제연구소를 열고 시민을 위한 활동을 했고, 2019년엔 현실 정치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더불어시민당에 들어가 최고위원직을 맡았다.

2021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캠프에서 부동산 정책 설계를 도왔으며, 지난해엔 구로구청장 예비후보로 등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촛불행동과 함께하는 지금, 그의 첫 번째 정체성은 '활동가'다. 

'구본기 소장의 정체성은 무엇이냐'는 기자의 첫 질문에 그는 고민도 없이 "활동가이자 경제 전문가"라고 답했다. 촛불 대행진 초반부터 거의 빠지지 않고 참석한 구 소장은 스스로를 "촛불 죽돌이(한 장소에 오랜 시간 동안 죽치고 있는 남자를 이르는 신조어)"라고 표현했다. 매번 빠지지 않고 나오다 보니 어느덧 시민들과 함께 인터뷰까지 하게 됐다.

구 소장이 현장 인터뷰를 맡은 건 <TBS>에서 약 2년간 했던 리포터 경험 덕분이다. 촛불행동 사무국 제안으로 지난해 11월 26일 16차 촛불 대행진에 첫 선을 뵌 현장 인터뷰는 지금까지 시민들에게 가장 인기 프로그램이다. 무대에 오르지 못한 시민들의 다양한 발언을 마이크와 카메라를 통해 소개하는 만큼 참여율도 높다.

구 소장은 그동안 인터뷰한 시민들 중 '소원성취 초'를 들고 나온 젊은 신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최근 LED(발광다이오드)로 만들어진 촛불을 들고나오는 시민들이 많지만 특이하게 진짜 초를 들고 나와서다. 구 소장은 특유의 장난기가 발동해 그에게 인터뷰를 청했지만, 젊은 신사의 대답은 무거웠다.

구 소장은 "젊은 신사 분이 박근혜 퇴진 집회 때 들던 소원성취 초를 갖고 나왔는데 새로운 세상이 열리길 바라는 마음에 다시 소원성취 초를 갖고 나왔다는 말을 들었다"며 "시민들이 이렇게 진심으로 하는데 허투루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머리를 얻어 맞고 다시 (정신)무장을 한 게 기억이 난다"고 했다.

구 소장은 "사실 지칠 때도 있지만 그러면 그런 분들을 떠올린다"며 "절대로 지친 모습을 보여드리면 안 되겠다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는 지난 달 딸 새봄 양이 태어났던 때를 제외하면 한 주도 거르지 않고 인터뷰를 진행했다. 감기 몸살에도 마이크를 잡았다.

 

구본기 구본기생활연구소 소장. 2023.4.18. 사진 이호 작가

구 소장이 이번에 촛불행동 대표단에 들어가게 된 것도 열정 때문이다. 그는 "무엇이든 주어지는 일은 최선을 다한다"면서, 특히 최근엔 이전과 각오가 많이 달라졌다고 했다. 그는 "아이를 낳고 두 배는 더 열심히 해야되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이번에 맡겨주시는 것도 더 열심히 하라는 뜻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현장 인터뷰에서의 생기발랄한 모습과 달리 촛불 대행진의 방향과 현실 정치에 대한 대화에서는 진지함과 그 나름의 철학도 엿보였다. 스스로를 '촛불 죽돌이'라고 한 구 소장에게 지금의 촛불과 박근혜 탄핵 촛불의 차이점은 무엇보다 '강한 연대감'이었다.

그는 시민들의 강한 연대를 '사회적 가족'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구 소장은 "1년 가까이 나오다보니까 많이 나오는 가족들 중에서는 애들이 쑥쑥 크는 게 보인다"며 "어머님들은 이번에 딸을 가졌다고 하니까 본인들 딸에게 입혔던 옷을 깨끗이 빨아서 '지퍼 백'에 넣어 주시는 분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구 소장은 그 같은 사회적 가족의 연대감이 조직된 힘으로 표출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는 "박근혜 탄핵 촛불은 배로 비유하면 느슨하게 흩어진 큰 뗏목이었다"면서 "지금은 굉장히 (집회를) 길게 하고 있지만 배로 비유하면 강철로 만든 배"라고 했다.

촛불행동 다음도 대표단의 일원으로서 시민들과 함께 나눌 고민으로 남아 있다. 구 소장은 윤석열 퇴진 이후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시민들이 박근혜를 끌어내리고 정치권에 던져놨더니 이 모양 이 꼴이 됐다고 한다"면서 "그러니까 다시는 이렇게 못 만든다고 말씀들을 한다"고 전했다.

이어 "박근혜 탄핵 때 직접민주주의, 대안민주주의를 이야기 했는데 결국 그냥 잃었다. 뜨거운 고구마를 들고가다 뜨겁다고 (정치권에) 던져버린 결과가 지금"이라며 "미리 생각 못해서 당황해서 그렇게 던졌으니, 끌어내린 이후에 어떻게 할지 얘기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이번에 '혁명적 개혁'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내 살아 생전 마지막 기회이지 않을까 생각을 한다"며 "지금이 정말 중요한 타이밍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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