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일꾼 ⑥] '퇴진뉴스' 진행자 "저는요 사실은…"
대학 연극동아리 경험 살려 캐릭터 패러디
문동은→ 서준맘→김주영 선생님 변신
"수줍음 많아 무대오르기 전날 악몽 꿔요"
"내용 모르신 분도 좋게 보셔서 감사해요"
지난 달 4일 29차 촛불대행진에서 퇴진뉴스를 전하고 있는 문동은 기자. 2023.4.18. 출처 촛불행동TV
"그리운 연진에게, 윤석열의 3·1절 기념사 들었니? 우리가 변화에 제대로 준비를 못해서 일본의 식민지가 됐대, 연진아. … 우리는 이런 걸 뭐라고 불러야 할까. 친일파? 아니면 매국노? 그것도 아니면 이완용이라고 불러야 할까."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 패러디, 2023년 3월 4일 29차 촛불대행진 '퇴진뉴스' 코너 중)
촛불대행진 단골 코너인 '퇴진 뉴스'에서 시민들에게 매주 화제가 되는 뉴스를 모아 촌철살인 논평을 하는 '기자'가 있다. 그의 이름은 벌써 몇 차례 바뀌었다. '문동은'(더 글로리 등장인물), '서준맘'(코미디언 박세미가 연기하는 캐릭터), 최근엔 '김주영 선생님'(드라마 스카이 캐슬 등장인물)까지.
처음 촛불대행진 취재를 나갔던 기자도 착각해서 '문동은 기자'가 어느 매체에서 활동하는지 스마트폰으로 검색했을 정도였다. 시민들도 그를 '문동은 기자님' '기자님'라고 부른다. 혹자는 '연진아'라고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그의 진짜 이름을 아는 촛불 시민들은 별로 없다. 퇴진뉴스 기자는 누구일까.
<시민언론 민들레>는 촛불승리전환행동(이하 촛불행동) 결성 1주년을 앞두고 지난 16일 퇴진뉴스 기자의 주인공과 인터뷰를 했다. 퇴진뉴스 기자는 자기소개를 부탁한다는 기자의 첫 질문에 다소 수줍은 듯한 목소리로 자신을 "31살 백지은"이라고 소개했다. 실제로 기자는 아니라며 웃었다.
백지은 씨는 실제 아르바이트를 하며, 알바노조에서 조합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열혈 청년'이다. 촛불 대행진에 매주 부스를 열고 있는 알바촛불행동의 운영진도 맡고 있다. 그는 대학 새내기 시절부터 연극동아리에서 8년 정도 활동했다고 한다. 퇴진뉴스를 통해 다시 무대에 오른 것은 동아리를 졸업 뒤 3년 만이다.
첫 무대는 지난 1월 28일 서울지하철 시청역부터 숭례문 앞 대로에서 열린 24차 촛불대행진 때다. 대학생 연합 연극 동아리 '시사낭만청춘극단 끼'에서 만난 선배이자, 현재 촛불 대행진에서 사회를 보고 있는 김지선 씨의 추천으로 무대에 올랐다. 대학생 시절 풍자극 무대에 많이 오른 실력을 알아본 것이다.
백 씨는 '더 글로리' 등장인물 '문동은'을 패러디해 정부의 '난방비 폭탄'과 검찰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2차 소환, 김건희 씨 주가조작 의혹 등을 신랄하게 비판했고, 시민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그렇게 지금까지 풍자극 형식의 퇴진뉴스 코너를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무대에서의 당당함과 다르게 무대 아래에서는 수줍음이 많은 성격이라고 한다. 기자가 'MBTI(성격유형검사)는 뭘로 나오냐'고 묻자 "내성적인 'I'(아이)"라고 답했다. 그는 "처음 문동은 기자 역을 했을 때는 (부담감에) 악몽을 꿨다"며 "대학생 시절 연극 동아리 할 때에도 매번 악몽을 꿨다"고 했다.
백 씨의 지인들도 백 씨가 드라마 인물도 곧잘 흉내 낸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그는 "친하고 가까운 사람들이 있을 때나 장난도 치고 까불고 하지 자신 있게 밖에서 끼를 펼칠 수 있는 성격은 못 된다"며 "그래서 퇴진뉴스 인물 콘셉트를 정하는 것도 편안하게 자신있게 할 수 있는 것이어야만 잘 할 수 있다"고 손사래를 쳤다.
다행히 첫 무대를 마친 뒤부터는 시민들이 먼저 알아봐주셔서 보람도 있다. "많이 반가워해주시고, 알아보는 분도 많고, 친숙하게 여겨주는 거 같다. 지인을 만나는 것처럼 해주신다"며 "부르시는 이름도 다 다르다. 누구는 기자님, 누구는 서준이 엄마, 누구는 문동은, 누구는 연진아라고 부르시기도 한다"고 했다.
그는 "처음 '더 글로리'를 패러디 했을 때 시민들이 드라마를 모르심에도 불구하고 내용이나 대본, 시원한 멘트들에서 좋게 봐주신 분들이 많이 있었다"며 "용기를 얻었다"고 감사해 했다. 하지만 수줍음 많은 풍자극 배우, 퇴진뉴스 기자에게 여전히 걱정거리는 많다.
"시민들께서 너무 좋아해 주시고 예뻐해주셔서 너무 과분하고 감사한데 그거에 보답해서 촛불이 풍성하고 많은 국민분들이 좋아하실 수 있게 하는 데서 제가 그런 몫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해 계속 고민이 있다"며 "(새로운) 뭘 찾아야 되나 이런 고민 중에 있다"고 했다.
퇴진뉴스뿐만 아니라 알바노조 조합원으로서의 진지한 고민도 남아있다. 그는 "환경도 다르고 상황이 다르다보니까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을 많이 모으는 '그릇'을 만드는 게 너무 어렵다"며 "결집될 계기가 있으면 촛불에도 나오실 수 있을 거 같은데 고민이 된다. 잘하고 싶다"고 말했다.
끝으로 개인적인 소망도 덧붙였다. 그는 "연극 동아리도 오래했고, 문예 활동 쪽에 언제나 꿈이 있다"면서 "꼭 퇴진뉴스가 아니더라도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활용해서 유튜브 등에서 담아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