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대상 조세특례도 손본다…이어지는 부자 감세 메우기

서민 대상 소득 지원 조세특례 23건 대상 평가 예정

근로장려금, 월세·무주택 공제 등 구조조정 시험대에

일몰 도래 아니어도 임의평가…결과 세법 개정 반영

2023-04-17     유상규 에디터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내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른바 'K칩스법')이 가결됐다. 2023.3.30. 연합뉴스

정부가 올해 세금 수입이 예산보다 크게 못미칠 것으로 예상되자 근로장려금 등 서민 대상 조세특례 제도들에 대한 엄격한 심사에 나설 태세다. 법인세, 양도세 인하 등 부자 감세로 예상되는 세수 구멍을 서민들 주머니를 털어 메우려는 속셈으로 보인다.

17일 기획재정부 등 재정 당국에 따르면 올해 모두 23건의 조세특례에 대한 심층 평가가 진행될 예정이다. 평가 대상은 근로장려금과 월세 세액공제, 무주택 근로자 주택자금 특별공제 등 주로 서민 대상의 소득 지원 세제 등이다.

정부는 조세지출에 대한 엄격한 성과평가 차원에서 이들 지원 세제의 효율성과 구조조정 필요성을 검증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현 추세로 보면 세입 예산 대비 20조 원 이상의 세수 부족이 현실적인 동기로 보인다. 부자 감세로 생겨난 세수 펑크를 세출 절감과 유류세·자동차 개별소비세 지원을 환원하는데 그치지 않고, 서민 대상의 조세특례까지 손보겠다는 심산에 다름 아니다.

조세특례는 통상 특정한 정책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과세해야 할 세금을 깎아주거나 면제해 주는 것이다. 조세특례가 방만하면 정부의 세입 기반이 약해지면서 재정 상황이 악화될 수 있으므로 적용 대상과 범위를 법으로 정해 엄격히 관리한다. 지난 1965년 조세감면규제법으로 제정됐다가, 1998년 조세특례제한법으로 전면 개정됐다.

정부는 올해 근로장려금과 월세 세액공제, 무주택 근로자 주택자금 특별공제, 청년 우대형 주택청약저축 비과세 등 조세특례 13건을 임의평가 대상으로 선정했다.

근로장려금은 가구·소득요건을 충족하는 단독·홑벌이·맞벌이 가구를 대상으로 지급하는 세제 지원이다.

월세 세액공제는 국민주택규모 이하의 주택 월세 지급액의 10%를 세액공제해주고, 무주택근로자 주택자금 특별공제는 전세대출 상환액의 40%(300만원 한도)를 근로소득 특별공제하는 지원책이다.

청년 우대형 주택청약종합저축 비과세는 이자소득에 대해 500만원까지 비과세해준다.

서민 대상의 주요 조세특례 제도 상당수가 정부의 심층평가를 받게 되는 셈이다.

정부가 이들 조세특례를 '임의'로 평가하느냐도 관심사다.

정부는 통상 해당 연도에 일몰이 도래하고 연간 감면액이 300억원 이상인 조세지출을 의무 심층평가 대상으로 지정한다. 올해 심사 대상 가운데 이런 사례는 10건이다.

나머지 13건은 의무 평가 대상은 아니지만 필요에 따라 임의로 평가대상으로 선정됐다.

임의평가 대상으로는 ▲ 감면액이 지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조세지출 효율화가 필요한 경우 ▲ 조세특례 의견서 확인·점검 결과 심층평가가 필요한 경우 ▲ 장기간 운영됐지만 객관적 성과평가가 미흡한 경우 등으로 분류된다.

정부가 현행 조세특례에 대해 일정 부분 문제 의식을 가진 경우 심층평가 대상으로 임의 분류하는 경우가 많다.

심층평가 결과 최악의 경우 제도 자체가 폐지되는 경우도 있었다. 실제로 기업의 유보소득을 투자·임금 증가로 유도하고자 도입했던 투자·상생협력촉진세제는 유의미한 정책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 지난해 종료됐다.

다만 이번 서민 대상 조세특례는 취약계층에 대해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폐지나 대폭 구조조정보다는 일부 기능 조정이나 효율화가 예상된다.

정부는 지난 3월 올해 조세지출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엄격한 관리 방침을 예고했다. 성과평가 결과를 반영해 조세지출을 적극적으로 정비하며, 신설은 제한적인 범위에서 허용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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