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마지막 원전이 꺼진 날
36기 모두 가동 종식, 원자력 시대를 끝내다
2023년 4월 15일, 독일의 마지막 원자로 세 개가 가동을 멈췄다. 진짜 가능한 일일까 싶었던 일이 현실이 되었다. 인류사에 기록될 역사적인 날이다.
원전 엠스란트(Emsland)와 네카베스트하임 2 (Neckarwestheim 2)의 원자로가 꺼졌고, 밤 10시 이후에는 원전 이자르 2 (Isar 2)의 원자로의 전원이 내려졌다. 이 순간부터 원자력에 의한 전력은 더 이상 생산되지 않으며 전력공급망에서 사라졌다. 1961년에 첫 번째 상업 원전 칼(Kahl)이 전력을 공급한 지 60여 년 만에 독일은 원자력 사용을 완전히 종식한 것이다. 대부분의 독일 미디어에서는 "원자력 시대가 지나갔다“며 대서특필하고 있다.
독일에는 모두 36기의 원자로가 있었다. 그중 3기는 이미 해체 작업까지 마쳤고, 27기는 해체를 위한 과정에 놓여 있으며, 다른 3기는 전력운영이 종식된 상태다. 그리고 어제 나머지 3기도 전력운영을 끝냄으로써 모든 원전이 가동을 멈췄다.
남은 문제는 원전을 안전하게 해체하고 고준위 핵폐기물을 영구 저장할 장소를 찾는 일이다. 독일 연방 환경과 핵안전부 (BMUV: Bundministerium für Umwelt, Naturschutz, Nukleare Sicherheit und Verbraucherschutz) 장관 슈테피 렘케 (Steffi Lemke) 는 "원자력은 3세대에게 전력을 공급해주었지만 원자력 유산은 앞으로 3만 세대에 이르는 시간 동안 위험하게 남아 있을 것“이라며 원전 해체와 핵폐기물 저장소 찾는 일을 안전하고 투명하게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원자력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은 시대에 세계 최초로 원자력 사용을 스스로 끝낸 나라. 독일은 원자력은 더 이상 미래의 에너지원이 아니라며, 2045년까지 완전한 탄소중립국가가 될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그냥 허울좋은 주장이 아니다. 2000년 대 초부터 다양하고 종합적인 계획과 정책을 지속적으로 실행하며 목표를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이미 2022년에는 총전력소비량의 46.2%가 재생에너지원을 통한 전력으로 충당되었다. 2010년에 17.1%였던 것에 비하면 10여 년 만에 두 배를 훨씬 뛰어넘는 급격한 성장을 보인 것이다.
2001년 사민당과 녹색당의 연정 합의문에서 시작된 거대한 국가 프로젝트가 메르켈 정부를 거치면서도 잠깐의 수정이 있긴 했지만 기본 기조는 변하지 않으면서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는 것이 한편으론 놀랍다. 현재 한국에는 25기의 원자로가 가동되고 있다. 독일이 가는 특별한 길을 보고 관찰하면서, 우리나라도 미래의 에너지원을 무엇으로 할 것인지 긴 안목으로 다시 한번 고민하고 정치적, 국민적 합의를 이뤄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