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이 서문시장 간 까닭, 여론조사 숫자에 보인다
여론조사꽃과 리얼미터 비교분석-ARS중심으로
지지율 급락하자 다급함에 대구 텃밭 방문 해석
ARS(전화자동응답) 방식 여론조사와 응답률 3%대의 여론조사는 진정한 의미의 여론조사라고 부를 수는 없다. 이를 공표하고 기사화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지인들에게도 이 같은 여론조사 결과는 무시하거나 참고만 할 것을 권했다. 응답률이 낮아 표본이 모집단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등 과학적인 연구 방법이라고 부르기에 부족한 점이 많은 까닭이다.
리얼미터는 이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지켜왔다.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조사한 것을 그 다음주 월요일에 발표한다. 기자들은 리얼미터를 ‘○○미터’라고 부르면서도 조사 결과를 열심히 인용, 보도한다. 언론의 인용 측면에서만큼은 한국갤럽에 뒤지지 않는 지위를 누리고 있다. 그러나 최근 여론조사꽃이라는 라이벌이 등장, 리얼미터도 긴장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국힘 전당대회가 진행되던 3월 이전 조사와 비교하면 개선된 모습을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여론조사꽃은 두 가지 방식으로 여론조사를 한다. 갤럽과 같은 캐티(CATI, 전화면접) 방식과 리얼미터와 같은 ARS 방식이다. 민들레 3월 26일자 여론조사 분석에서는 여론조사꽃과 한국갤럽의 CATI 방식을 비교했다면 이번에는 ARS 방식의 여론조사꽃과 리얼미터를 중심으로 살펴봤다. 여론조사꽃(이하 꽃)이 매주 월요일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한국갤럽(이하 갤럽)과 리얼미터 두 여론조사 결과를 비교할 수 있는 유용한 데이터를 제공해 주고 있다.
여론조사꽃과 리얼미터 공통점과 차이점
꽃과 리얼미터는 공통점도 있으면서 차이점도 있다. 공통점은 ARS 조사이고, 응답률은 3%대로 매우 낮다는 점이다. 차이점은 꽃은 100% ARS 방식인 반면, 리얼미터는 3% 유선전화 ARS를 병행하고 있다. 또 표본수는 꽃이 1000개, 리얼미터는 2500개다. 따라서 꽃의 표본오차는 ±3.1%포인트, 리얼미터는 ± 2.0%포인트다. 꽃은 금‧토요일 이틀 동안 조사하고, 리얼미터는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5일 동안 하루 500개 표본을 조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꽃은 3월 1주차(4일, 날짜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등재일 기준)부터 재질문을 통해 무당층을 줄였다. 표본수에서는 리얼미터가 많다. 그러나 꽃이 지닌 장점도 있어 여론조사의 우열을 가리기는 힘들다.
민들레 독자들은 이 글이 ARS 여론조사 분석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기사를 봐주길 바란다. 특히 뒤에서 설명하겠지만 ARS 조사에는 정치 고관심층이 표본에 다수 포함돼 국민 전체의 여론을 반영하기에는 다소 부족한 점이 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두 기관의 조사 결과는 큰 차이는 없었다. 두 기관 모두 CATI 방식 여론조사와 비교해 정당 지지율과 대통령 지지율이 높게 나오는 특징을 보였다. 그 이유는 정치에 관심이 높은 응답자들이 적극적으로 여론조사에 응한 결과로 풀이된다. ARS 여론조사는 표본의 모집단 대표성은 낮다. 그렇지만 정치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따라서 제대로 조사를 한다는 전제하에서 ‘정당 지지율’을 파악하는 데 유용한 수단이 되고 있다. CATI 방식 여론조사는 무당층이 너무 높아 정당 지지율을 가늠하기 어렵다. 대통령 지지율은 CATI 방식 여론조사를, 정당 지지율은 ARS를 참고하면 여론조사를 읽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일 정상회담 이후 국힘 지지율 추락
민주지지율 55%로 국힘과 18.5%P 앞서
세부 내용을 비교한 표1, 표2, 표3을 차례로 살펴보자.
꽃 3월 3주차 여론조사(18일)부터 이상 조짐이 나타났다. 한‧일 정상회담(16일) 직후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51.5%의 지지율로 절반을 넘었다. 국민의힘(이하 국힘)은 37.1%로 무려 14.4%포인트 차이를 보였다. 3월 1주차(4일)와 2주차(11일) 조사에 비해 정당지지율에서 민주당이 국힘을 크게 앞서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리얼미터 역시 민주당 46.4%, 국힘 37%로 민주당이 9.5%포인트나 앞섰다. 1주차(3일)와 2주차(10일) 조사에서는 엎치락뒤치락한 것에 비하면 엄청난 반전이라고 할 수 있다.
꽃 4주차 조사에서는 민주당이 55%(국힘 36.7%)로 국힘과의 격차를 무려 18.3%포인트나 벌렸다. 4월 1주차(1일)에는 51.6%를 기록, 국힘 36.4%에 비해 15.2%포인트 높게 조사됐다. 4월 2주차(8일)에도 민주당 51.6%,국힘 34.6%로 지지율 차이가 17.6% 포인트로 벌어졌다.
리얼미터 역시 3월 4주차(24일)에는 민주당 45.4% 대 국힘 37.9%로 차이가 벌어진 뒤 3월 5주차(31일)에는 47.1% 대 37.1%로 10%포인트 차이를 보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러한 현상은 4월 1주차(7일) 조사에서도 민주 45.9%, 국힘 37%로 오차범위를 한참 벗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표 1 참조)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누구나 짐작할 수 있듯이 한‧일 정상회담이 도화선이 됐다. 16일 굴욕적인 한일 정상회담에 이어 28일 일본이 초등학교 교과서에 독도를 자신들의 고유영토라고 명기한 교과서를 검정 통과시켜 타오르는 불길에 기름을 부었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국힘 지도부의 막말 수준의 연이은 실언 등도 한몫을 했다. 여기에 석연찮은 대통령실 안보수장 교체 등에 서도 알 수 있듯이 총체적인 윤석열 정부의 국정 난맥상이 민심 이반의 결정타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서울에서도 국힘지지율 압도
수도권 민심이 민주당 지지율 견인
내년 총선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서울과 인천‧경기지역의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여론의 흐름을 좀 더 상세하게 읽을 수 있다. 먼저 꽃 3월 1주차와 2주차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전국적으로는 국힘에 앞서지만 서울에서는 뒤지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한일 정상회담 직후인 3주차(18일)에 반전이 일어났다. 서울에서 민주당이 55.8%로 국힘 33%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지지율이 나왔다. 인천 지역도 55.4% 대 32.9%로 마찬가지다. 전국 지지율보다 높은 수도권 민심이 민주당의 정당 지지율을 견인한 것을 알 수 있다. 4주차와 4월 첫 주, 2주차에도 비슷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리얼미터 3월 1주차, 2주차 조사에서도 전체 지지율에서는 민주당이 앞섰지만 서울지역 정당 지지율에서는 국힘이 민주당을 조금 앞섰다. 그러나 리얼미터 역시 4주차와 5주차, 4월 첫 주 조사에서는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국힘 지지율을 5~10%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에서의 극적인 여론 반전은 굴욕적인 한‧일 정상회담 아니고서는 설명할 길이 없다. 서울 정당 지지율에서 민주당이 국힘과 박빙이거나 뒤졌던 것에 비하면 엄청난 반전이다.
60대 이상, 윤 대통령 강력한 지지
나머지 연령대에선 이미 레임덕 수준
ARS 조사에서는 CATI 조사에 비교해 정치에 관심이 있는 응답자들이 더 많이 포함되는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 결집도를 보면 확인할 수 있다.
윤 대통령 지지율에서 정치 고관심층이 무관심층보다 대통령 지지율이 높게 나타난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꽃 CATI 조사(4월 1일)에서 대통령 긍정평가는 33.2%였다. 그러나 ‘정치 관심도가 매우 있다’는 그룹에서는 대통령 지지율이 36.5%로 전체 긍정평가보다 3.3%포인트 높다. 3월 4주차(25일)에서도 대통령 긍정평가는 33.3%이지만 ‘정치에 매우 관심이 있다’는 그룹은 부정평가가 33.4%, ‘어느 정도 관심이 있다’는 층에서는 34.7%로 대통령 지지율보다 높다. ‘정치에 전혀 관심이 없다’는 층에서 긍정평가가 23.4%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을 알 수 있다. 4월 2주차 조사에서도 정치 고관심층의 윤 대통령 지지율은 40%로 전체 지지율 33.8%보다 높게 나타났다.
갤럽도 마찬가지다. ‘정치 관심이 매우 있다’는 층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은 41%로 전체 지지율 30%에 비해 11%포인트나 높게 나온다. 정치에 매우 관심이 있는 60세 이상 보수성향 응답자들이 윤 대통령을 강력히 지지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반대로 나머지 연령대에서는 지지율만 놓고 보면 이미 대통령이 레임덕 상태에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정치에 관심이 많은 응답자들이 그렇지 않은 응답자들에 비해 대통령 지지율이 높게 나오는 이러한 현상은 ARS 조사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CATI 조사보다 평균적으로 높게 나오는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앞에서도 설명했듯이 응답률이 낮은 ARS 조사에 정치 고관심층(60세 이상)이 상대적으로 많이 조사에 응하기 때문이다.
한‧일 정상회담 이후 꽃과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서울지역 정당 지지율은 국힘 우위가 완전히 무너졌다. 꽃 조사에서는 대통령 지지세가 강한 대구 ‧ 경북에서도 긍정보다는 부정평가가 높게 나오는 결과로 이어졌다. 윤 대통령이 대구 서문시장으로 달려간 까닭도 여기에 있다. 뜬금없이 서문시장을 왜 찾았을까 의아했다. 하지만 여론조사 숫자는 텃밭만이라도 지켜야 한다는 윤 대통령의 다급함을 가리키고 있다.
국힘지지율, 대통령 지지율보다 높아
아울러 국힘 지지율과 윤 대통령의 지지율과의 상관관계를 살펴보면 시사하는 바가 크다. 모든 회차의 여론조사에서 국힘 지지율이 윤 대통령 지지율보다는 최소 1~2%포인트 가량 높게 나온다는 점이다. 국힘 지지자 가운데 윤 대통령을 아주 싫어하는 집단이 상존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앞으로도 대통령 지지율이 당 지지율보다 낮게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 총선을 앞두고 당 지도부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의 숫자는 민심을 따르면 윤심에 반하고, 윤심을 따르면 민심에 반하는 사면초가의 상황을 예고하고 있다.
정치성향 표본 두기관 큰 차이 없어
진보성향은 꽃, 보수성향은 리얼미터
표3 정치성향별 분석표에서는 특별한 점이 없다. 꽃 조사에서는 평균적으로 진보성향 표본비율이 보수성향보다 3%포인트, 리얼미터에서는 보수성향이 진보성향보다 3%포인트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꽃은 진보성향이, 리얼미터는 보수성향이 더 많이 응답에 응하는 것을 알 수 있다. 회차(리얼미터 3월 첫주 진보 24%, 보수 30%)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나쁘지 않은 표본 구성이라고 할 수 있다. 표본 구성은 CATI 조사에서도 꽃은 진보성향, 갤럽은 보수성향 표본이 더 많은 구성비를 보인다.
ARS조사와 CATI조사의 정당지지율 차이
갤럽은 4월 1주차(7일) 조사에서 정당 지지율 무당층 28%의 성향을 파악할 수 있는 여론조사를 했다. 질문 : 현 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 아니면 현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야당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 이른바 정권 심판 또는 정부 견제냐, 정부 지원이냐를 묻는 조사다. 이 질문에 무응답률은 13%로 나타났다. 정당 지지율에서 무당층이 28%인 것에 비하면 전체의 15%가량이 더 속내를 내보인 셈이다.
정당 지지율에서 민주당 33%, 국힘 32%, 정의당 5%, 기타 1%, 무응답 28%였던 것이 내년 총선과 관련된 질문에서는 정부 견제 50%, 현 정부 지원 36%, 모름 13%로 나타났다. 정당 지지율에서는 야당인 민주당과 정의당의 합이 38%이지만 총선 관련 질문에서는 12%포인트 상승한 50%를 기록했다.
특히 서울에서 정당 지지율이 민주당 27%, 국힘 32%, 정의당 5%, 기타1%, 무당층 28%였으나 총선 관련 질문에서는 서울에서 정권심판 50%, 정부지원 40%, 무응답 9%로 심판론이 10%포인트 높았다. 갤럽 무당층에 야당 성향 응답자, 즉 샤이 진보가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천‧경기 역시 민주당이 35%, 국힘이 30%였으나 총선 관련 조사에서는 정부견제 50%, 정부지원 35%로 역시 야당 지지자가 다수 포함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꽃 4월 2주차 CATI 조사에도 같은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정부견제와 소수정당‧무소속 지원이 60.5%를 넘고, 정부지원은 33.6%에 그쳤다. 그러나 정부견제 응답자 가운데 소수정당 등 지원이 23.6%를 넘어 이 부분은 민주당이 고민해야 할 대목이다. 특히 서울에서 정부지원을 위해 국힘 당선 39.8%, 민주당 당선 35.5%, 무소속 등 소수정당 당선 23.6%으로 조사됐다. 꽃 ARS 조사에서는 서울에서 민주당 당선 47%, 국힘 당선 35.3%, 무소속 등 당선 11.7%로 CATI 조사와는 다른 결과를 보였다. 따라서 내년 총선에서 윤석열 정부 심판론이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무당층의 성향을 고려하면 갤럽에서의 정당 지지율은 실제 정당지지율 또는 실제 투표결과와는 상당한 괴리가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ARS 분석결과 정당 지지율 숫자에 관한 한 정확성이나 객관성을 떠나 무당층이 많은 갤럽보다는 무당층이 낮은 꽃과 리얼미터의 ARS 조사가 현실적이라 할 수 있다. 실제 정권견제론은 윤 대통령 부정평가 수치와 비슷하게 나오는 게 정상이다. 실제 꽃 4월 2주차 ARS 조사에서는 정부 견제가 63.3%로 정부지원 32.9%로 나타나 실제 윤 대통령 부정평가(66.3%)와 비슷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갤럽 역시 무응답 층이 줄어들수록 정권견제론과 정권지원론의 격차는 더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독도의 날 지정, 찬성 85.3%
주 4.5일 근무제, 찬성 55.7%
한편 꽃 4주차(CATI) 조사에서 ‘10월 25일을 법률에 따른 독도의 날로 공식 지정하는 것’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무료 85.3%가 찬성한다고 응답해 눈길을 끌었다. 반대한다는 응답은 9.1%였다. 야당은 물론 여당도 독도의 날 제정을 추진할 경우 여론의 호응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찬성 응답자 85.3%보다는 반대한다는 응답자 9.1%가 더 궁금하다. 독도의 날 제정에는 찬성하지만 윤 대통령을 강력히 지지해 어쩔 수 없이 반대했거나 아니면 말로만 듣던 ‘토착 왜구’ 이거나 둘 중 하나가 아닐까 한다.
아울러 현행 법정 근무시간을 주 40시간에서 36시간으로 단축하는 주 4.5일제 근무에 대해서는 찬성 55.7%, 반대 39.2%로 나타났다. 60대 이상을 제외한 전 연령층에서 찬성 비율이 높았다. 특히 30대 여성의 찬성률 76.5%로 가장 높았고, 20대 여성도 73.6%의 찬성률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