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책임에 관대한 언론…정권과 한몸되어 눈치보기"
민들레·더탐사 '굴욕외교 언론보도 어떤가' 긴급 세미나
"사죄한 가해자 없는데 사죄 받았다는 언론"
"국민에 대한 정보 제공도, 전문성도 부족"
"빨리 돈 주고 희생자 잠재워야 한다는 혐오표현"
식민사관을 반영한 윤석열 대통령의 3·1절 기념사와 굴욕적인 3·6 강제동원 해법, 한일 정상회담 등을 다룬 국내 언론의 보도 행태에 대해 전문가들의 비판이 제기됐다. 이들은 언론사들의 '정권 눈치보기'와 '잘못된 대일 외교 인식' 등을 지적했다.
<시민언론 민들레>와 <시민언론 더탐사>는 30일 오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대일 굴욕외교, 한국 언론보도 어떤가?'를 주제로 긴급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 세미나는 자유언론실천재단이 후원했다.
오태규 전 한겨레 논설실장(전 오사카 총영사) 사회로 진행된 세미나에는 민족문제연구소 김영환 대외협력실장, 민주언론시민연합 이용성 정책자문위원장이 발제를 맡고, 서울대 일본연구소 남기정 소장, 동덕여대 홍원식 교수, 시민언론 민들레 한승동 에디터, 뭉클미디어인권연구소 김언경 소장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첫 발제를 맡은 김영환 실장은 윤석열 정부의 3·6 굴욕해법과 관련, "잘못된 대법원 판결이 한일관계를 악화시킨 근본 원인이라는 것이 윤석열 정부의 기본 인식이며 보수언론의 일관된 주장"이라면서 "예고된 외교참사"라고 했다.
이어 "대법원 판결이 외교 정책에 영향을 미칠 판결을 삼간다는 '사법 자제' 글로벌 스탠더드에서 벗어났다"는 <조선일보>의 사설을 언급하며, "대법원 판결이 한일관계를 악화시킨 근본원인이라는 잘못된 인식"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수 언론과 한국 정부는 대법원 판결의 이행을 가로막고 수출규제로 한일관계를 파탄에 빠뜨렸다"며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방해한 일본 정부의 책임에는 한없이 관대하다"고 했다.
"가해자의 입장·견해·주장을 듣고 이해하며 그들의 상처와 아픔조차도 함께 치유해가는 포용적 관점으로 사고를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박홍규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의 <중앙일보> 칼럼에 대해서도 짚었다.
김 실장은 박 교수의 칼럼을 실은 <중앙일보>에 대해 "피해자 존중, 개인의 권리를 무시하는 오만한 태도"라면서 "사죄한 가해자는 없는데 피해자가 사죄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황당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용성 민언련 정책자문위원장은 "윤석열 정부는 공론화와 체계적인 준비 없이 한일정상회담을 추진하면서 실익을 챙기지 못해 거센 국민적 비판에 직면해 있다"며 "한일관계가 정상화되도록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고 여론을 형성해야 할 언론이 제 역할을 못했다는 비판이 높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특히 한일 정상회담과 관련한 언론들의 보도 행태에 대해 조목조목 분석했다. 그는 "보수언론은 '한일관계 정상화'와 '경제·안보 성과'를 얻었다며 호평했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역대 내각의 역사인식을 계승한다며 사죄 표명을 하지 않은 것과 관련, "명시적 사과 표현이 없자 언론이 일본 입장을 헤아렸다"면서, 일본 4월 지방선거까지 고려해 사과하기 어려운 경위를 설명하는 보수언론의 보도 행태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냉엄한 국제정세와 일본 보수정치 세력의 실체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 없이 일본 정부의 선의를 기대하는 일이 옳은 일인가"라며 "언론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토론에 나선 남기정 소장은 "윤석열의 국익은 일본의 안보 우익 파트너가 되는 것이냐"며 "해석의 주도권을 일본에 넘겨줌으로써 동아시아 지정학적 주도권도 일본에 넘겨줬고, 한미일 3각동맹의 밑으로 들어가는 정도가 아니라 세계의 구석으로 몰리는 느낌"이라고 현 상황을 분석했다.
홍원식 교수는 "이번 굴욕외교 국면에서 언론은 국민에 대한 정보 제공이 부족했고, 평가에 있어 가상적 이분법(국익 합리 미래와 과거지향 감정적 대응)을 사용했고, 왜 일본 말은 믿고 정부 말은 못 믿느냐는 보도를 하는 등 3가지 특성을 보였다"며 "이는 전문성 부족, 정권의 억압적 태도에 대한 부담으로 인한 눈치보기, 보수언론의 경우 정권과의 일체화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했다.
한승동 에디터는 "한일 과거사 문제는 전쟁 범죄와 인권의 문제인데, 언론은 이를 반일 문제로 치환함으로써 혐한을 부르고, 이는 다시 반일과 혐한을 강화하는 악순환 구도가 됐다"며 "왜 한국 언론은 한일문제에서 일방적으로 한국만 압박하는 미국의 태도를 지적하지 않는가"라고 물었다.
뭉클미디어인권연구소 김언경 소장은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이미 확립된 역사 사실과 관련해 피해자들에 대해 왜곡하고 비하하는 건 혐오 표현이라고 했다"며 "한국 언론들의 '빨리 돈 주고 희생자 잠재워야 한다'는 식의 보도는 혐오 표현이고, 인권을 망가뜨린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