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FC 후원기업 '횡령·배임' 빼고 '뇌물공여' 기소한 검찰

이재명 기소 위한 기업 대상 회유·압박 의심

2023-03-22     고일석 에디터
성남시 정자동의 분당 두산타워. 검찰은 이 분당 두산타워 건립을 위한 부지 용도변경의 대가로 두산건설이 성남FC에 55억원을 후원했다며 이재명 대표와 두산건설 관계자들을 뇌물 혐의로 기소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검찰은 2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기소하면서 성남FC에 광고비를 지급했던 두산건설과 네이버 관계자들도 뇌물공여 혐의로 함께 기소했다. 그러나 검찰의 주장이 맞다면 이들 기업의 ‘뇌물 공여’ 행위에 필연적으로 따르게 되는 횡령과 배임 혐의는 기소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검찰이 이재명 대표 기소를 노려 중형이 선고될 수 있는 죄목에 대해 해당 기업을 회유하거나 압박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50억 이상 횡령, 무기 혹은 5년 이상 징역

검찰의 주장은 두산건설은 병원용지의 용도를 변경하고 용적률을 높여주는 대가로, 네이버는 성남 소재 소유부지 매각 승인 등 성남시의 인허가권을 매개로 성남FC 후원금을 가장한 뇌물을 성남시와 이재명 대표에게 제공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통상의 뇌물은 잘 드러나지 않도록 개인의 돈으로 근거를 남기지 않고 제공되는 것인데 반해, 성남FC 후원금은 공식적인 광고비로 집행한 까닭에 회사 돈으로 뇌물을 지급한 횡령 혐의와 그로 인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배임 혐의를 묻지 않을 수 없게 된다. 

형법상 뇌물공여는 5년 이하 징역, 2000만 원 이하 벌금인 반면 횡령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가법)’이 적용되어 5억 이상이면 3년 이상 징역, 50억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되어 있다. 네이버는 5억 이상 횡령, 두산건설은 50억 이상의 횡령으로 각각 최소 3년, 5년 이상의 형에 처하게 된다.

여기에 뇌물을 주면서 광고비 집행을 가장했으므로 범죄수익 은닉이 되고, 이를 손비 처리했다면 고의 탈세에 의한 조세포탈 혐의까지 적용이 가능해져 양형 가중 요인이 겹겹으로 존재한다. 따라서 유죄가 선고될 경우 최소 5년 이상의 중형을 피할 수 없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21년 1월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며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유죄가 확정돼 법정에서 구속됐다. 2021.1.18. 연합뉴스 자료사진

삼성 이재용, 뇌물과 함께 횡령·배임 적용

이같은 혐의와 형량 결정은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최서원(최순실) 씨에 대한 뇌물 공여사건에 그대로 적용된 바 있다. 이 부회장은 2017년 1심에서 89억 2227만 원의 뇌물이 인정돼 징역 5년을 선고받았으나 항소심에서 정유라 씨에게 사준 말 3마리 대금(34억 1797만원)과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금(16억2800만원) 부분이 무죄로 선고되면서 뇌물액이 ‘50억 이하’인 36억3484만원으로 줄어들면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그러나 대법원은 2019년 항소심에서 무죄로 판결된 부분을 최종적으로 뇌물이라고 판단해 파기 환송했고, 서울고등법원은 2021년 파기환송심에서 대법원의 판단을 받아들여 집행유예를 취소하고 이 부회장을 법정구속해 재수감시킨 바 있다. 

같은 검찰이 이재용 부회장에게는 뇌물과 함께 횡령과 배임 혐의를 함께 기소했고, 두산건설과 네이버에 대해서는 횡령과 배임 혐의를 뺀 뇌물공여죄만 적용한 것이다. 

검찰의 자의적 기소, 판결에 영향 줄 것

기소할 권한이 검찰에게만 있는 기소독점주의와 기소 여부의 결정은 오로지 검찰만이 할 수 있는 기소편의주의에 따라 검찰의 이와같은 ‘제 멋대로 기소’는 그 누구도 책임을 물을 수 없다. 

그러나 검찰이 주장하는 바 회사의 재원으로 뇌물을 제공했다면 반드시 따를 수밖에 없는 횡령과 배임 혐의를 기소 대상에서 제외한 이번 검찰의 결정은 법 원칙과 상식에서 벗어난 검찰권의 자의적인 행사로 비난받아야 한다. 

또한 이를 매개로 한 검찰의 회유가 있었다면 앞으로 있을 재판에서 기업 관련자들이 검찰의 의도에 따라 이재명 대표의 유죄 혐의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술할 우려도 커진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이러한 행위 자체가 이번 기소가 유무죄 여부를 전제로 하지 않고 제1야당의 대표를 기소해 상처를 입히려는 정치적인 목적에 따라 이루어진 ‘정치 기소’라는 점에 대한 반증으로서 법원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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