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면 생색내기…'예금보호한도 1억 상향' 여야 공감

보호대상인 '5천만원 이하' 예금자 98% 넘어

시행령에 한도 설정권…비상시 행정입법 가능

금융당국, 종합 검토 거쳐 8월중 개선안 마련

2023-03-22     유상규 에디터
예금보험공사의 예금보호 대상 안내문. 연합뉴스

예금 보호 한도를 현행 5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올린다는 데 대해 여야가 보기 드물게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의 한도 상향 검토가 생색내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보호 대상 예금의 98% 이상이 이미 5000만 원 이하이기 때문이다.

22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위원회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국내 금융회사의 부보 예금(예금보험제도가 적용되는 예금) 가운데 5000만 원 이하인 예금자 수 비율은 전체의 98.1%였다. 여기에는 금융회사의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 개인형 퇴직연금(IRP)의 예치금 등이 모두 포함된다.

국내 금융회사에 자금을 예치한 거의 모든 일반 고객이 현행 예금보호 한도 내에 있다. 이에 따라 급격한 자금 인출 사태가 벌어지더라도 대부분 예금을 보호받을 수 있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5000만 원 이하 예금자 수 비율은 은행이 전체의 97.8%, 금융투자회사 99.7%, 생명보험사 94.7%, 손해보험사 99.5%, 종합금융회사 94.6%, 저축은행 96.7% 등이다.

 

  [윤창현 의원실 제공]

예금자보호법은 예금자보호 보험금의 한도를 1인당 국내총생산, 보호되는 예금 등의 규모를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현행 대통령령은 현재 예금자 보험금 지급 한도를 5000만 원으로 규정하고 있다.

국내 금융회사의 전체 부보 예금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2843조 원이며 보호 대상 회사는 287개 사다. 2021년 말과 비교하면 부보 예금은 89조 원이 늘었고 보호 대상 회사도 3개 사가 증가했다.

예금보험료율은 은행이 0.08%, 금융투자회사와 보험회사, 종합금융회사가 각각 0.15%, 저축은행이 0.40%이며 저축은행은 계정 적자 상태다.

예금보험기금 보험료 수입액은 2018년 1조 7940억 원, 2019년 1조 8445억 원, 2020년 1조 9566억 원, 2021년 2조 347억 원, 지난해 2조 2089억 원으로 꾸준히 늘어왔다.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에서 대규모 자금 인출 사태가 발생한 것을 계기로 국내에서도 22년째 제자리인 예금 보호 한도를 상향하자는 논의가 여야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예금자 보호 한도가 2001년 5000만 원으로 상향된 이후 20년 넘게 묶여 있다"며 "주요 선진국들에 비해 현저히 낮은 보호 한도를 올려 금융위기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홍석준 의원은 지난해 3월 은행과 보험의 보호 한도를 1억 원 이상으로 상향하는 내용의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정책위의장도 "현행 5000만 원 한도의 예금 보호액을 1억 원 이상으로 상향하는 예금자보호법을 추진하기로 했다"면서 "필요에 따라서는 미국처럼 전체 예금액을 보호할 수 있는 정책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SVB 파산으로 촉발된 '뱅크런' 등 예금자 불안을 완화하겠다는 취지다. 민주당 경제위기대응센터 소속인 김한규 의원이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예금보험공사 현판. 연합뉴스

현행 제도에도 유사시 예금을 전액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 있다. 예금 보호 한도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돼 있어 비상 상황 시 정부가 행정입법으로 한도를 제한 없이 풀 수 있는 제도적 근거는 마련돼 있다.

이와 별도로 금융당국은 예금보험공사와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예금자 보호 한도, 목표 기금 규모, 예금보험료율 등 주요 개선 과제를 검토해 8월까지 개선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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