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여 뒤질세라…정부기관 SNS는 굴종외교 '광고판'
과기부, 국토부, 복지부, 중기부, 행안부 등
관련성 떨어지는데도 홍보물 마구 퍼날라
경찰청, 소방청까지 가세…보훈처는 일장기 '눈살'
"굴욕외교가 자랑이냐" 등 시민 항의 '봇물'
윤석열 대통령의 굴종적인 '한일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각계에서 비난이 쏟아지는 가운데, 대통령실과 외교부의 한일 정상회담 홍보물을 관련도 없는 정부 부처들이 무분별하게 퍼나르고 있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일부 부처는 일본과 관련한 예민한 국제 문제를 다루는 주무부처임에도 무비판적으로 홍보물을 퍼날라 시민들의 항의 댓글이 달렸다.
20일 <시민언론 민들레>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지난 18일 외교부가 만든 '한-일 정상회담 주요 성과' 홍보물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해당 게시물은 윤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웃고 있는 사진 아래 "한일관계 복원, 미래지향적 발전 방향성 확인"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또한 해당 게시물에는 △12년 만의 양자 방일로 양국관계 개선의 획기적 전환점 마련 △셔틀외교 재개 및 정상간 신뢰 제고 △핵심 현안의 포괄적 해결 및 미래지향적 협력기반 조성 △외교, 안보, 경제, 문화, 인적교류 등 분야별 협력 강화 합의 △한반도, 지역 및 글로벌 이슈 관련 양국 간 공조 확인 등이 성과로 소개돼 있다.
이에 시민 사회에서는 한일 정상회담과 전혀 관련 없는 정부 기관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유포하는 게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청이 올린 게시물 아래에도 "이걸 왜 경찰청이 공유하지?(최○○)" "논란거리, 국민들 민감한 부분 가지고 나와가지고 지지율 더 떨어지라고 아주 잘하십니다(이○○)" 등의 댓글이 달려 있다.
아울러 경찰청 외에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토교통부, 문화체육관광부, 보건복지부, 중소벤처기업부, 통일부, 행정안전부, 소방청 등 이번 정상회담과 관련성이 떨어지는 기관들에서도 비슷한 내용의 홍보물을 페이스북과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에 무분별하게 퍼나른 것이 확인됐다.
국토부의 경우, 일장기가 그려져 있는 '우리 정상, 방일 통해 12년 만에 셔틀외교 재개'라는 제목의 외교부 홍보물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는데, 해당 게시물에는 "독도나 지켜라(ne*****)" "다 퍼주고 온 굴욕외교가 자랑이냐(w******)"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t*******)" 등 비난 댓글이 다수 달렸다.
일본과 관련해 예민한 문제를 다루는 부서들도 마찬가지였다. 지소미아(GSOMIA·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복구, '다케시마의 날' 독도 근해 한미일 연합훈련 등 일본과의 군사동맹 움직임으로 비판을 받고 있는 국방부는 지난 18일 5개 사진으로 구성된 대통령실 홍보물을 그대로 퍼날랐다.
대가도 없는 한국 정부의 일방적인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취하와 지소미아 복원 등을 성과마냥 게시한 해당 홍보물 아래에는 "(국방부가) 대통령실 대변인인가(문○○)" "왜 국방부가 이런 것을?(김○○)" 등의 항의성 댓글이 달렸다.
특히 독립유공자와 유공자 후손에 대한 지원을 담당하는 국가보훈처는 아무리 한일 정상회담을 주제로 한 외교부 공식 홍보물이라고 하지만 일장기가 선명하게 박혀 있는 홍보물을 그대로 페이스북에 게시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익명을 요구한 독립운동가 후손은 <민들레>와 통화에서 해당 홍보물에 대해 "윤석열 정부가 친일 정부라는 것 아니겠냐"고 탄식하며 "우리 후손들은 이런 보훈처 도움없이 4년간 알아서 선양사업을 해 나가기로 했다. 이 정부의 광복절 행사 등에도 앞으로 불참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번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총리가 일본군 위안부 합의 이행과 후쿠시마 수산물 등에 대한 수입규제 철폐를 요구했다는 일본 <산케이> 신문의 보도가 나와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관계 부처들도 정부 홍보물을 무비판적으로 퍼나른 것으로 나타났다.
위안부 합의에 따른 잔여 기금 문제를 안고 있는 여성가족부는 경찰청이 공유한 내용과 같은 홍보물을 트위터에 게시했으며, 후쿠시마 수산물과 관련 있는 해양수산부도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의 사진과 함께 "한·일, 공동 이익 추구하는 가장 가까운 이웃…협력해야 할 파트너"라는 제목의 외교부 홍보물을 페이스북에 게시했다.
해수부 홍보물 등에도 "(대통령은 한국에) 오지마라(최○○)" "(일본에) 굽신?(송○○)" 등의 조롱과 항의성 댓글이 달리고 있다. 이들 홍보물은 내용 자체도 문제가 있지만, 향후 일본 정부가 협상 테이블 등에서 한국 정부도 일본의 입장을 용인한 것이라는 빌미로 사용될 수 있어 우려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