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새시대' 개막? 너무 썰렁한 일본 총리실 반응
일본 총리실 사이트 단 세 문장…대통령실 사이트 대대적 홍보
이스라엘 대통령 통화·앙골라 대통령 정상회담 소개와 대비돼
대통령 일장기 경례 논란…작년 성조기 경례 에피소드 탓인듯
"3월 16일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윤석열 대통령과 총리관저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다른 일정들'을 소화했다. 두 정상은 의장대 사열에 참석한 뒤 정상회담과 공동기자회견을 가졌다. 이후 만찬을 하고 비공식 대화를 가졌다."
17일 오후 현재 일본 총리실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내용은 딱 세 문장이다. 기시다 총리의 공동기자회견 모두발언을 연계해 소개했다. 간략한 회담 주요 골자는 외무성 사이트로 연계해 놓았다. 별다른 의미부여 없이 무미건조하게 사실을 전달했을 뿐이다. 한·일 간 새 시대가 열린 것처럼 대통령실과 국가안보실, 외교부가 나서 요란하게 의미를 부여한 대한민국과 온도 차가 크다.
물론 나라마다 정상의 입장과 발언을 공개하는 수준이 다를 수 있다. 그러나 3월 14일 기시다 총리가 이삭 헤르조그 이스라엘 대통령과 나눈 통화 소개를 보면 일본 총리실이 유독 과묵한 건 아닌 게 분명하다. 총리실은 이날 오후 2시 45분에 시작해 대략 10분 정도 나눈 통화 내용을 4개 항목으로 나누어 자세히 소개했다. 한·일 정상회담 소개는 지난 13일 방일했던 주앙 로렌수 앙골라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당시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아무리 '실무방문'이라지만, 한국 대통령의 1박 2일 방일을 설명하는 것보다 이스라엘 대통령과의 10분 통화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한 셈이다. 적어도 일본 총리실이 판단한 한·일 정상회담의 무게는 가볍기 그지없다. 일본 총리실 페이스북 계정은 그나마 한·일 정상회담과 관련한 사진과 의장대 사열 동영상을 올려놓았지만, 소개 글은 웹사이트에 올렸던 단 두 문장을 그대로 게시했다.
16일 같은 시각, 대통령실 홈페이지는 방일 관련 소식이 여러 건 소개됐다. 재일동포 오찬 간담회 대통령 인사말("한일 양국은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출발점에 서 있습니다")과 한·일 확대회담 모두발언("한일관계의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해 함께 노력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한·일 정상 공동기자회견 모두발언("한일 간 협력의 새 시대를 여는 첫걸음이 되었습니다") 전문을 게시했다. '윤 대통령 부부, 기시다 총리 부부와 친교 만찬'과 김건희 여사가 기시다 유코 여사와 친교 행사내용을 상세히 소개한 이도운 대변인의 서면 브리핑도 2건 공개했다.
일본 총리실과 대통령실은 물론 각국 정상의 활동을 소개하는 홈페이지에는 당연히 해당국의 관심이 실린다. 적어도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회담 소개를 놓고 보면 한국이 일본보다 훨씬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인 회담이었음을 보여준다.
방일 전인 지난 14일에는 김성한 국가안보실장과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의 사전 브리핑이 있었다. 공교롭게 두 사람은 윤석열 정부와 마찬가지로 '가치 외교'의 기치를 높게 들었던 이명박 정부의 외교안보팀에 있었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의 2012년 8월 독도 방문은 한·일 셔틀외교가 중단되고, 양국 관계가 수교 이후 최악의 12년을 보내게 된 원점이기도 하다. 김성한 실장은 당시 외교부 차관으로 대통령을 보필했었다. 김태효 차장은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으로 외교안보 정책 실세로 활동하다가 독도 방문 1달 전 일본과의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밀실 협정 논란 끝에 사퇴했었다.
동영상으로 소개된 의장대 사열 도중 윤석열 대통령이 일장기에 경례했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대통령실은 "그게 일본의 의전 프로토콜"이라면서 양국 국기가 나란히 걸려 있었지만, 태극기에 예를 표했다고 반박한 것으로 보도됐다. 윤 대통령이 일본의 의전 관례에 따라 기시다와 함께 양국 국기를 향해 경례한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기시다와 함께 경례 하기에 앞서 혼자 태극기 앞에서 경례했다. 이는 일본의 외교 의전에 해당하지 않았는지, 기시다는 뒤에서 뻘쭘하게 서 있었다. 논란이 나온 건 상대국 국기에 대한 대통령의 예의가 유난히 각별해서다. 지난해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 만찬 당시 미국 국가 연주에 성조기를 향해 가슴에 손을 얹는 의례를 표해 논란을 빚었었다. 정상회담에서 국가가 연주될 때 정상은 각각 자기 나라 국가가 연주될 때만 예를 표한다. 이건 만국의 '의전 프로토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