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라? 우리와 반대네!…바이든, 억만장자세 도입 추진

상위 0.01% 자산 증가분에 최소 25% 세율 적용

"부자 증세로 10년 간 연방정부 적자 3조 달러 줄인다"

공화당, "지출 삭감" 요구하며 반대…하원 통과 불투명

2023-03-09     유상규 에디터

윤석열 정부가 취임 초기부터 '부자 감세'를 밀어붙이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미국 바이든 정부는 이른바 '억만장자세' 도입을 비롯한 '부자 증세'를 공식화할 전망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앞으로 10년 동안 연방정부 적자를 약 3조 달러(약 3948조 원) 줄이는 목표를 담은 내년도 예산안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백악관이 8일(현지시간) 밝혔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오는 9일 바이든 대통령이 2024 회계연도 예산안을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히면서 "대통령의 예산안과 공화당 의제 사이에는 거의 6조 달러의 격차가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제안할 예산안은 적자를 3조 달러 줄이는 것인 반면, 공화당의 안은 적자를 오히려 3조 달러 늘릴 것이란 주장이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이 조 바이든 대통령의 예산안 발표를 하루 앞둔 8일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3.3.8 UPI 연합뉴스

바이든 정부의 시도는 연방정부 법적 부채 한도 인상을 조건으로 연방정부 지출의 상당한 감축을 요구하는 공화당을 상대로 한 설득 노력의 일환이다. 문제는 공화당이 아직 어떠한 역제안도 내놓지 않은채 행정부 예산안에 무조건 반대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산안 처리 권한을 가진 하원의 다수 의석을 갖고 있는 공화당은 아직 자체적인 예산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백악관은 공화당이 지지하고 있는 다양한 세금 계획 등으로 인해 앞으로 10년간 2조 7000억 달러 이상의 부채가 증가할 것이라고 지적해 왔다.

특히 향후 10년간 적자 감소 폭은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국정연설에서 공개한 2조 달러보다 50%나 증가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장-피에르 대변인은 액수가 늘어난 구체적인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이번 주에 나는 미국민에게 나의 완전한 예산 비전을 보여줄 것"이라며 "그것은 미국에 투자하도록 하고, 가족을 위한 비용을 낮추며, 연간 40만 달러 이하 소득자에 대한 증세 없이 경제를 성장시키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화당도 똑같이 하라"면서 "미국민에게 당신들이 가치 있게 여기는 것을 보여달라"고 촉구했다.

바이든은 지난 6일 국제소방관협회(IAFF) 연설에서도 미국에는 680명의 억만장자가 있지만 그들 대부분이 평범한 가정보다 낮은 세금을 내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어떠한 억만장자도 소방대원보다 낮은 세율을 부담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연방정부 부채를 대폭 줄이겠다는 바이든 대통령 계획의 중심에는 대기업과 부자들에 대한 세금을 더 걷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연소득 40만 달러(약 5억 2000만 원) 미만 국민의 세금은 동결하고, 대기업과 억만장자를 비롯해 연 40만 달러 이상 고소득자를 대상으로 증세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미 백악관은 연간 40만 달러 이상 고소득자에게 공공의료보험인 메디케어 세율을 현행 3.8%에서 5.0%로 올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날 억만장자세 도입을 골자로 하는 증세안이 바이든 행정부의 새 예산안에 담길 예정이라고 백악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내 상위 0.01%에 해당하는 자산보유자들의 자산 증가분에 대해 최소 25%의 세율을 적용한다는 것이다.

또 장기 투자수익에 적용되는 자본이득세(CGT) 세율이 현행 20%에서 거의 두 배인 39.6%로 상향 조정될 것으로 전해졌다.

법인세율은 21%에서 28%로 인상되고, 연소득 40만 달러(약 5억 3000만 원)가 넘는 개인에 대한 소득세 최고 세율도 37.0%에서 39.6%로 올리는 등 기업과 고소득자들에 대한 증세 방안도 포함될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증세 방침에 대해 장-피에르 대변인은 "우린 이를 가치 선언문으로 본다"며 "이는 궁극적으로 예산법안을 처리하는 하원이 결정할 일로, 하원은 공화당이 통제하고 있다"고 압박했다.

 

8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행정부 예산안에 대해 입장 밝히고 있는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 2023.3.8 UPI 연합뉴스

장-피에르 대변인 언급대로 예산안 처리는 하원 공화당의 손에 달린 만큼 바이든 대통령의 예산안이 원안대로 통과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도 전날 바이든 대통령의 예산 제안이 빛을 보지 못할 것이라고 일축한 바 있다.

여기에 공화당 하원은 오히려 연방정부의 지출 삭감을 요구하면서 연방정부 부채한도 상향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은 이날 취재진과 만나 "세금 인상이 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바이든 행정부의 증세안에 대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지난 1월 부채한도 상한(31조 4000억 달러)에 도달한 미 연방정부는 특별조치 시행으로 고비를 넘겼지만, 6월 초까지 한도 인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대규모 실업 등을 양산할 사상 초유의 디폴트(채무 불이행)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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