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고 교장 "빨갱이? 너무나 일상적 언어" 국회서 황당 답변

교육위, 정순신 아들 '학폭 기록' 만장일치 삭제 확인

반포고 교장 "교사 의견서 등 참조…회의록 공개 못해"

서울대 "대입 과정 최대 감점 조치" 점수는 공개 거부

2023-03-09     이승호 에디터

 

고은정 반포고 교장이 9일 국회 교육위원회의에 출석, 정순신 변호사 아들의 학폭 관련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3.3.9. 연합뉴스

정순신 변호사 아들의 고교 시절 학폭 관련 내용이 생활기록부에서 학교폭력자치대책위원회(학폭위)의 만장일치로 지워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같은 사실은 고은정 반포고 교장이 9일 국회 교육위원회의에 출석, 정 변호사 아들의 학폭 논란에 대해 답변하는 과정에서 밝혀졌다.

고 교장은 이날 답변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다가 위원들의 거듭된 질의에 결국 “심의위원 9명 전원 찬성으로 (정 변호사 아들의 학교폭력 기록이) 삭제됐다”고 입을 열었다.

정 변호사 아들은 2017년 강원도 횡성 소재 민사고에 입학했지만 학폭 문제로 2019년 2월 서울 반포고로 강제전학했다. 정 변호사 아들의 학폭 관련 기록은 반포고 졸업 직전인 2020년 1월, 학폭위 심의 만장일치로 삭제된 것이다.

교육위 위원들은 정 변호사 아들의 진심 어린 반성과 가해자-피해자간 화해의 과정이 없었는데도 학폭 기록이 학폭위 만장일치로 삭제된 사실에 대해 집중적으로 따져 물었다.

국민의힘 소속 권은희 위원은 “이 학생(정 변호사 아들)의 학폭자치위 당시 판정점수를 보면 가해학생의 반성 정도와 화해 정도 모두 ‘없음’이고 법원 판결까지 이 사실관계가 유지된다”며 “그런데 반포고에서 전담기구를 통해 심의를 할 때 갑자기 (반성과 화해가 이뤄졌다고 판단한) 근거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권 의원은 정 변호사 아들과 피해 학생과의 화해 정도를 증빙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를 전담기구에 제출했는지도 물었다. 전담기구는 삭제 심의 전 5가지 서류를 필수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특히 담임교사 의견서에 ‘가해학생의 반성 정도와 피해 학생과의 관계 회복 노력’도 포함돼야 한다.

고은정 교장은 이에 대해 “그 아이(정 변호사 아들)를 가장 잘 아는 교사들의 의견을 들어 의견서를 냈다”며 “심의기구에서 만장일치로 삭제를 결정했다”고 답변했다. 고 교장은 관련 내용이 “회의록에 기재돼 있는 것으로 기억한다”며 “반성하고 있고 앞으로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내용이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러나 “회의록은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유기홍 교육위원장이 회의록 제출을 요구했지만 “학생과 학부모의 동의가 있으면 공개하겠다”며 “저도 답답하다”고 했다.

고은정 교장은 처음 관련 질의에 대해 “공개할 수 없다”는 식으로 답변을 이어 나갔다. 첫 질의에 나선 민주당 소속 문정복 위원이 ‘당시 교내 학교폭력 전담기구 심의위원 명단’ ‘심의를 위해 정군이 제출한 서류’ 등을 요청했지만 고 교장은 “법에 의해 공개하지 못하게 돼 있다”며 “(심의) 결과만 보고받았다”고 회피했다.

당시 심의위원 가운데 정순신 변호사 측 관계자가 포함돼 아들의 학교폭력 처분 기록 삭제를 도왔을 개연성에 대해서도 “그 부분은 정말 억측"이라고 강하게 부인했다.

하지만 고 교장은 위원들의 질의가 쏟아지자 결국 입을 열어 “학급 담임교사와 그 반에서 수업하는 교과 선생님들의 의견을 다 듣고 종합해 의견서를 냈다”며 “당시 회의록에 (정 변호사의 아들이) 반성을 하고 있고 앞으로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내용이 있다”고 구체적으로 답변하기 시작했다.

고 교장의 말대로, 당시 규정에 따르면 학생의 학폭 조치사항 관련 내용은 전담기구 심의를 거쳐 졸업과 함께 삭제가 가능했다. 그러나 당시 규정은 ‘해당 학생의 반성 및 긍정적 행동변화 정도를 객관적 사실에 기초해 엄격하게 심의해야 한다’는 단서가 붙어있다.

유기홍 교육위원장은 교육부에 “제도적 미비가 느껴지지 않는지” 질의했다. 답변에 나선 고영종 교육부 책임교육지원관은 “학교생활기록부 기록을 삭제하기 위해서는 ‘해당 (가해) 학생의 반성 정도’와 ‘긍정적 행동변화’를 고려해야 하고, 이 내용은 서류로 제출해야 한다”며 “이 내용들이 학교 전담기구 심의를 통해 확정되면 학교 내 학업성적 관리위원회로 넘어간다”고 설명했다. 유 위원장의 “내용을 확인할 필요가 있으니 교육부에서 확인해 달라”는 요청에는 고 지원관도 동의했다.

 

천명선 서울대 입학본부장이 9일 국회 교육위원회의에 출석, 학폭 가해자였던 정순신 변호사 아들 입학 과정 등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3.3.9. 연합뉴스

이날 천명선 서울대 입학본부장은 “정순신 변호사의 아들이 서울대 대입 과정에서 ‘최대 감점’을 받았다”고 밝혔다.

천명선 입학본부장은 무소속 민형배 위원의 학교폭력 관련 감점 여부에 대해 질의하자 “정시(지원자 중)에서 해당하는 징계처리, 강제전학 8호 처분을 받은 학생이 있었다”며 “그 학생에 대해선 우리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감점을 했다”고 말했다.

이에 위원들은 몇점이 감점됐는지 등에 관한 정보 공개를 요구했다. 유기홍 위원장은 “서울대에서 감점을 했음에도 합격했다면 그 점수가 몇점인지 정확히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알려줘야 한다”며 “진실이 알려지지 않으면 청문회를 개최하겠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천 본부장은 “서울대는 입시에 활용한 기록을 다른 곳에 활용하지 않은 것을 원칙으로 한다. 점수 범위를 공개한다면 다른 입시에 이용되거나 악용될 수 있다”며 “최대 감점 조치를 했다는 점만 확인하겠다”고 버텼다.

민주당 소속 안민석 위원이 “정 씨가 서울대 학생은 맞느냐”는 질의에도 천 본부장은 “현재 학교를 다니고 있는지, 어떤 상태에 있는지는 확인해드리기 어렵다”고만 답했다.

교육부도 정 변호사 아들 관련 정보는 공개하기 곤란하다는 입장이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서울대 (교육부의) 자료 요구나 사실관계 확인이 있을 때 협조해달라는 요청을 드렸다”면서도 “서울대 측의 공식적 자료가 없는 상황에서, 공식적으로 정 씨의 정시·수시 입학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없다”고 했다.

서울대와 교육부의 이같은 태도에 위원들은 불만을 쏟아냈다.

안민석 위원은 “(서울대가) 진짜로 감점을 주었는지, 주었다면 얼마나 감점을 주었을까, 이것만 확인해주시면 된다”며 “온 국민이 궁금해하는데 개인정보를 지키는 게 중요한지, 서울대가 공정한 입시를 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게 중요한지 (판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교육위 전체회의에 출석한 한만위 민사고 교장은 정순신 변호사 아들이 민사고 재학 시절 피해 학생에게 ‘빨갱이’라는 모욕을 주었다는 민형배 위원의 지적에 대해 “그런 용어들을 쓸 수 있는 건 아이들의 자유니까 그것에 대해서 제가 문제의식을 갖고 있지는 못했다”는 황당한 답변을 해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오히려 “어른들은 그게 폭력이냐?”고 반문하며 “저는 너무나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언어라고 본다”고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민 의원이 “'빨갱이'란 말은 폭력 아니냐. 김대중에게 ‘빨갱이’라고 하면 그게 폭력 아니냐”고 거듭 물었는 데도 “글쎄요, 저는 (빨갱이라는 말을) 사용 안 해서 모르겠지만, 그 부분을 그렇게까지는 문제 삼지는 않았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민 의원은 "민사고가 대한민국에서 얼마나 저급한 교육을 하고 있는지 지금 다 드러난 것"이라고 개탄했다.

한만위 교장의 발언은 2018년 3월 민사고 학폭위가 정 변호사 아들의 ‘빨갱이XX’ 발언을 학교폭력으로 판단해 강제 전학 처분을 내린 사실과도 어긋난다. 1심, 2심, 3심 재판부 모두 정 변호사 아들의 발언을 학교폭력으로 판단해 ‘강제 전학 처분이 적법하다’고 본 사실과도 배치된다. 한 교장은 정 변호사 아들이 학교폭력이 외부로 불거진 2018년 교감이었다.

 

한만위 민사고 교장은 9일 국회 교육위원회의에 출석, “빨갱이는 일상 용어”라는 발언을 해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2023.3.9.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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