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인당 부채 3616만원…매년 증가세 지속

청년층은 평균 8455만원…소득 3배 이상 20% 넘어

1인 가구 수 증가로 가구당 평균은 19년 만에 첫 감소

"디레버리징(부채축소) 할 수 있는 좋은 기회" 지적도

2023-02-27     유상규 에디터
지난 21일 서울 한국은행에서 열린 2022년 4분기 가계신용 설명회에서 박창현 금융통계팀장(가운데)이 발언하고 있다. 2023.2.21 연합뉴스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 인구 1인당 부채는 전년 말 대비 0.4% 증가한 3616만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19~39세 청년층은 8455만 원이나 되고, 4~5명 중 1명이 연소득의 3배가 넘는 ‘위험한’ 부채를 안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지난해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867조 원으로 전년 말(1863조 원) 대비 0.2% 증가했다. 가계신용은 가계가 은행·보험사·대부업체·공적 금융기관 등에서 받은 대출과 결제 전 카드 사용금액(판매신용)을 합친 개념이다.

1인당 부채 증가율 전체 가계신용의 2배 수준

지난해 말 1인당 부채는 2021년 말 3600만 원보다 0.4% 증가한 3616만 원으로 조사됐다. 전체 가계신용 증가 폭보다 2배나 더 늘어난 셈이다. 인구 1인당 부채는 가계신용 통계작성을 시작한 2002년 이후 매년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전체 부채가 소폭 증가에 그쳤는데도 1인당 부채가 더 크게 늘어난 것은 인구수 감소 때문으로 분석된다. 우리나라 인구수는 2020년 5184만 명을 정점으로 2021년 5174만 명으로 감소한 데 이어 지난해 5163만 명으로 계속 줄어들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이날 내놓은 '청년미래의 삶을 위한 자산 실태 및 대응방안'(곽윤경 외)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1년 말 기준 19~39세 청년이 가구주인 가구의 평균 부채는 8455만 원이었다. 2012년 3405만 원의 2.5배 가까이 늘어난 수준이다.

소득보다 부채가 3배 이상 된다는 의미의 소득 대비 부채(DTI) 비율 300% 이상인 청년가구가 전체의 21.8%나 됐다. 2012년 8.37%에서 10년새 2.6배 급증했다.

청년들의 부채가 늘어난 것은 집값 급등과 이로 인한 주택 마련의 어려움 심화, 부동산 투자 열풍 등의 상황과 관련이 있다.

평균 부채액 8455만 원 중 79%인 6649만 원은 금융기관 담보대출이었고, 금융기관 신용대출(마이너스 통장 포함)은 1342만 원이었다. 10년 사이 금융기관 담보대출이 2.6배, 금융기관 신용대출이 2.0배로 늘었다.

용도별로는 주거마련을 위한 부채가 69%인 5820만 원, 사업·투자 용도가 1398만 원이었다. 10년 새 주거마련 용도가 2.9배, 사업·투자 용도가 1.6배 상승했다.

가구당 부채는 1.2% 줄어든 8652만원

반면 지난해 말 가구당 부채는 전년 말보다 1.2% 줄어든 8652만 원으로 집계됐다.

부동산 시장 침체와 금리 상승 영향으로 전체 빚 규모는 크게 늘지 않은 반면, 1인 가구 등의 영향으로 가구 수는 빠르게 늘어나면서 가구당 빚은 19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한은은 지난 2002년부터 가계신용 통계를 작성해오고 있다.

통계청의 장래 가구 추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전체 가구는 2158만 가구였다.

 

지난해 말 기준 가계신용을 전체 가구수로 나눈 가구당 부채는 8652만 원으로 전년 말(8755만 원) 대비 1.2% 감소했다.

가구당 부채가 감소한 것은 지난 2002년 3076만 원에서 2003년 3059만 원으로 0.56% 줄어든 이후 처음이다. 2003년부터 2021년까지는 한 해도 빠짐없이 가구당 부채가 증가해 왔다.

가구당 부채는 2002년 3076만 원에서 2007년(4008만 원) 4000만 원 선을, 다시 2011년(5124만 원) 5000만 원 선을 넘었다. 이어 2015년(6328만 원) 6천만원선을 돌파했고, 2016년 6963만 원, 2017년 7412만 원, 2018년 7731만 원, 2019년 7916만 원, 2020년 8343만 원, 2021년 8755만 원까지 불어났다.

지난해 말 기준 가구당 부채가 감소한 것은 한국은행의 계속된 기준금리 인상과 이로 인한 부동산 시장 침체로 가계대출 규모 자체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가계신용 중 가계대출은 2022년 말 1757조 원에서 지난해 말 1749조 원으로 0.46% 감소했다. 반면 전국 가구수는 2021년 2128만 가구에서 2022년 2158만 가구로 1.4% 증가했다.

가구수 증가에 비해 가계대출을 포함한 가계신용 증가 속도가 낮아 가구당 부채 규모가 감소한 것이다.

최근의 금리 상승과 부동산 시장 부진으로 대출 수요가 줄어든 만큼 가구당 빚은 올해도 감소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행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053조 4000억 원으로, 한 달 전보다 4조 6000억원 줄었다.

가계대출은 작년 9월 이후 11월까지 계속 뒷걸음치다가 12월 3000억 원 늘었는데, 한 달 만에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집계에 따르면 은행과 제2금융권을 포함한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도 1월 8조 원 줄었다.

일각에서는 이번 금리 인상기를 그동안 브레이크 없이 부풀어온 가계부채를 덜어내는 디레버리징(부채 축소)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해 말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간담회에서 "가계부채는 상당한 중장기 위험요인이므로 지금 우리나라가 디레버리징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