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총리, 뜬금없는 '공무원 특별감찰' 지시…이상민 구하기?
시민언론 민들레, '국무총리 특별지시' 문건 입수
이상민 장관 국회 탄핵소추 직후 '특별감찰' 지시
"2주간 가용 인원 집중 투입"…감찰 결과 일일보고
'이상민 부재 = 공직사회 기강 해이' 프레임 만드나
공무원들 "장관이 복무 기강 해이했던 건데 코미디"
"적반하장, 행정력 낭비…일선 직원들에 책임 전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0·29 이태원 참사 대응에 실패하고 유가족에게 폭언과 망언을 반복해 국회에서 탄핵소추된 가운데, 한덕수 국무총리가 중앙부처와 각 시·도에 특별감찰 및 일일보고를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직 사회에서는 '행정력 낭비'라는 비판과 함께 이 장관의 잘못을 타 부처나 지방자치단체에 전가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장관 부재'라는 점을 인위적으로 부각시켜 탄핵심판에 유리한 증거물을 모으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26일 <시민언론 민들레>가 입수한 '행정안전부 탄핵 소추 관련, 국무총리 특별지시' 문건에 따르면 한 총리는 지난 8일 각 시·도와 시·군·구 감사부서에 자체 점검계획을 수립해 특별감찰에 나설 것을 지시했다.
같은 제목의 공문은 각 시·도뿐만 아니라 중앙부처에도 전달된 것으로 확인됐다.
한 총리는 인사혁신처와 행정안전부를 통해 내린 특별지시에서 "공직기강 확립이 무엇보다 긴요한 시기"라며 2월 13일부터 2월 24일까지 2주간 가용 가능한 감사인력을 집중 투입해 강도 높은 점검을 신속하게 이행하라고 지시했다.
또 "2주간 특별감찰 기간에 국민 눈높이에 부적절한 공직자의 기강해이 사례에 대하여는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중 조치하라"며 "품위 훼손 등 사회적 물의 야기 언론보도 등에도 실시간 상황 관리 및 대처하라"고 했다.
해당 공문에는 감사관실 및 감사위원회에 점검 기간 실시한 결과를 공문이나 전자우편(이메일)으로 '일일보고'하라는 내용도 함께 포함됐다.
아울러 <민들레>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7일 내려보낸 '행안부 장관 탄핵 소추 계기 공직기강 특별감찰 실시 알림' 공문에는 중점 감찰 사항도 적시됐다.
총리실이 하달한 중점 감찰 사항은 △출퇴근 시간 및 중식시간 미준수 △근무시간 중 무단 이석 △출장 시 무단이탈 등 복무기강 해이 행위 △음주운전·성비위 등 공직자로서 품위 손상 행위 △금품·향응 수수, 알선 청탁 등 청렴의무 위반 행위다.
이 같은 2주간 특별감찰에 대해 행안부 소속이 아닌 일선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행안부 장관 탄핵이 공직 기강이랑 무슨 관계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별 감찰을 '일일보고' 받는다는 것에 대해서도 "어이없다"는 반응들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민들레>에 "행안부 장관이 복무기강 해이로 탄핵을 받았는데, 해당 기관이 지방 공무원들 공직 기강을 세우겠다며 특별 감찰을 실시하고 일일보고하라고 지시하는 것은 코미디"라고 말했다.
뜬금없는 행안부 특별감찰 지시에 다른 속셈이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장관 부재 = 공직 기강 해이'라는 등식을 만들어 탄핵심판에 유리한 증거물을 수집하고 이상민 장관의 조속한 복귀가 필요하다는 논리를 만들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감찰 결과를 언론을 통해 발표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윤석열 정부는 '이상민 구하기' 작업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 9일 행안부가 추진하는 정부 혁신안과 관련, "차관 체제에선 강력한 추진력보다는 관리 수준으로 갈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또 대통령실은 튀르키예 지진 복구 및 인명 구조에 대해서도 민간 차원의 인도적 지원이 행안부 장관 소관으로 관련 업무의 마비가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이 장관 부재와 관련해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
친윤 보수 매체를 통한 여론전도 펼치고 있다. <문화일보>는 9일자 보도에서 "이 장관 탄핵소추 여파로 정부가 추진해 온 정부혁신전략, 재난안전대책 발표 등이 줄줄이 유탄을 맞고 순연될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해당 보도는 대통령실 관계자를 인용해 "탄핵소추 여파로 행안부가 주도해 온 업무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보고가 있었다"며 "행안부 기존 업무를 관리하는 수준에 그칠 우려가 크다"고 전했다.
전국공무원노조 관계자는 <민들레>와 통화에서 한 총리 특별지시에 대해 "행안부에서 국민의 안전을 지키지 못해 국민의 대표인 국회에서 장관을 탄핵한 것"이라며 "일선 공무원들에게 책임을 전가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그는 "잘못은 그들에게 있는데 현장 공무원들을 단속하는 것은 적반하장이고 행정력 낭비"라며 "일선 공무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듯이 기강을 세우려고 하는 행태는 열심히 자신의 본분을 다하는 현장 공무원들의 자존심을 짓밟는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