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도 왜곡도 많은 여론조사 보도···꼼꼼히 안 보면 낭패
국힘당 지지율 상승 원인 제대로 된 분석 없어
전당대회 효과로 60대 이상 결집 따른 것일 뿐
정치성향별 표본수 따라 조사 왜곡 현상 보여
ARS, 응답률 6% 이하는 특히 주의해서 봐야
여론조사 정당 지지율에서 국민의힘(이하 국힘)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오차범위 밖에서 앞서고 있다는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 8개월 만에 국힘이 민주당을 앞섰다는 보도도 이어졌다. 이를 보도하는 언론의 기사 제목도, 해석도 제 각각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서민경제 정책을 발표한 것이 지지율 상승의 결과라는 분석도 있고,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로 민주당 지지율이 떨어져 민주당의 내홍을 우려하는 제목도 보인다. 국힘 전당대회 컨벤션 효과일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까지 다양하다. 과연 어떤 해석이 진실에 가까울까.
여론조사 분석 결과부터 얘기하면 정답은 국힘 전당대회 컨벤션효과다. 갤럽은 전화 인터뷰 조사를 하고 리얼미터는 자동응답 전화(ARS)를 통해 설문조사를 실시한다. 국힘 지지율 변화를 가져온 변수는 달랐지만 전당대회를 앞둔 보수 지지층 결집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전당대회 컨벤션효과라는 실체는 ‘지지층이 결집하는 현상’ 이라는 점도 확인할 수 있다.
여론조사 결과 세부내용 공재 늦어져 혼란
국힘과 민주당의 당내 사정부터 살펴보자. 국힘에서는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가 한창이다. '윤핵관'이 김기현 후보를 대표에 당선시키기 위해 발 벗고 나선 것도 모자라, 대통령실이 유력 후보를 주저앉히는 일에 앞장서기도 했다. 당 대표에서 쫓겨난 이준석 전 대표가 가세해 윤석열-이준석 대결 구도를 형성하는 등 관심이 뜨겁다. 당대표 경선을 위한 전당대회 열기는 가득하지만 정당 지지율을 올릴 호재는 보이지 않는다.
민주당은 어떤가. 검찰이 이재명 대표에게 헌정사상 초유로 구속영장을 청구해 내홍을 겪고 있다. 정당 지지율을 견인할 만한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건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이하 여심위)에는 20일 자정까지도 리얼미터 여론조사 세부사항은 등재되지 않았다. 리얼미터를 인용한 언론 보도가 나오고 있지만 세부 내용이 어떤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 많은 언론사가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를 받아쓰기 하면서 자신들의 입맛대로 제목을 달고 보도하고 있지만 여론조사의 진위는 파악하기 힘들다. 무책임한 보도 관행이 아닐 수 없지만 여심위 규정을 바꾸지 않는 한 바로 잡을 수가 없는 게 현실이다.
정당지지율 여론조사가 쏟아진 도화선은 한국갤럽(이하 갤럽) 2월 3주차 여론조사(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16일자 등재)부터라고 할 수 있다. 갤럽 조사는 언론사들이 많이 인용한 리얼미터와 조사기간이 겹친다. 다만 갤럽은 금요일 공개하지만 리얼미터는 여론조사 결과를 월요일에 공개해 마치 리얼미터가 최근 조사인 것처럼 착각하게 만든다.
어떤 힘이 작용해 국힘 지지율이 상승하고, 민주당의 지지율은 정체 또는 하락하는 결과를 가져왔는지 살펴보자. 1개 조사기관의 결과만으로 여론조사를 분석하는 것은 어렵다. 비슷한 시기에 이뤄진 서로 다른 여론조사와 시차를 두고 실시된 여론조사를 비교하면 어떤 변화가 있는지, 표본 추출의 문제인지, 비표본오차의 문제인지, 어떤 사건이 원인인지 등을 가늠해 볼 수 있다.
한국갤럽 정당 지지율 국힘 37% Vs 민주당 30%
한국갤럽 여론조사부터 살펴보자. 정당지지율은 1월 첫째 주(1월 6일)에는 국힘 35% VS 민주당 33%, 1월 2주(1월 13일) 국힘 33% VS 민주당 34%, 1월 3주(1월2일) 국힘 37% VS 민주당 32%, 2월 첫주(9일) 국힘 35% VS 민주 34%, 3월 2주(9일) 국힘 37% VS 민주 31%, 가장 최근인 3월 3주(16일) 여론조사결과는 국힘 37% VS 민주당 30%이다.
국힘 지지율은 33%에서 37% 사이를 오르내리고, 민주당 지지율은 30%에서 34% 사이에서 움직이고 있다. 3주차 정당 지지율 차이가 커 보이는 것은 국힘은 최고치에, 민주당은 최저치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3월 2주만 해도 오차범위(±3.1)% 내였지만 3주차에는 오차범위를 0.8% 포인트 벗어났다. 최근 정당지지율 결과만 놓고 보면 큰 차이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때문에 갤럽은 두 정당의 차이를 여론조사 보고서를 통해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작년 3월 대통령 선거 직전부터 5월 첫째 주까지 양당 지지도는 비등했으나, 윤석열 대통령 취임과 함께 국민의힘은 상승하고 더불어 민주당은 하락해 격차가 커졌다. 국민의힘은 6월 지방선거 이후 점진 하락, 더불어 민주당은 30% 안팎에 머물다 상승해 7월부터는 엎치락 뒤치락했다. 현재 양대 정당 괴리는 전당대회를 앞둔 화제성 견인 등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한국갤럽 데일리오피니언 530호(2023년 2월 3주)
한마디로 표현하면 국힘이 전당대회 컨벤션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는 이야기다. 컨벤션 효과는 전당대회 등 정치적 이벤트 직후나 경선과정에서 정당이나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하는 현상을 말한다. 갤럽 여론조사기간은 2월 14일부터 16일까지로 이재명 민주당 대표 구속영장 청구가 문제가 됐다면 16일 여론조사에서 이상 징후를 발견했을 것이다. 그러나 여론조사 어디에도 이런 설명은 보이지 않는다. 14일과 15일 조사와 16일자 조사에서 이상한 징후가 있었다면 분명히 코멘트를 했을 것 같지만 컨벤션효과 때문이라는 간단한 해석만 달았다. 갤럽은 2월 2주차에도 6% 포인트 차이를 보였지만 아무런 주석도 달지 않았다.
언론사들이 갤럽 여론조사를 인용, 보도하면서 갤럽의 설명을 보도한 사례는 거의 없다. 각자 다른 해석으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 언론의 실상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컨벤션효과의 가장 큰 원인은 지지층 결집
여론조사 적극 참여로 지지율 반등
전당대회를 개최하면 컨벤션효과와 관련된 기사는 쓰지만 그 원인을 밝히는 것은 쉽지 않다. 갤럽 여론조사 세부사항 가운데 연령별, 정치 성향별을 분석하면 컨벤션효과의 실마리를 찾아 볼 수 있다. 갤럽 여론조사에서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이 앞서는 때도 있지만 대체로 2~3% 포인트 정도 국힘이 앞서 왔다. 그런데 최근 들어 국힘은 2~3% 포인트 오르고 민주당은 2~3% 포인트 하락했다. 그 차이가 6~7% 포인트 차이라는 ‘괴리’를 만들었다.
갤럽 연령별 정당지지도부터 살펴보자(표 참조).
1. 18세~29세, 30대는 정치 무관심층
이 세대는 갤럽 조사에서 정당 지지율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18세~29세 연령층에서 정당지지율 무응답층은 50% 이상이다. 나머지 50%를 두고 국힘과 민주당이 나눠 갖는다. 표본이 적기 때문에 양당은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2월 3주차 갤럽 조사에서도 국힘 21%, 민주당 21%로 지지율이 같다. 30대도 차이는 없다. 대체로 민주당 지지율이 높게 나오지만 뚜렷한 우위는 아니다. 3주차 갤럽조사에서 정당지지도 무응답이 42%나 된다. 국힘이 25%, 민주당이 30%로 민주당이 앞선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세대는 정당지지율 전체 무응답 28%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 세대는 네이버 댓글 분석(민들레 2월 14일자 보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댓글을 거의 달지 않지만 정치 기사 댓글도 적은 편이다. 정치 무관심층이라고 할 수 있다.
2. 40대는 강력한 민주당 지지층
40대는 여느 세대에 비해 민주당 지지율이 높다. 민주당 지지율이 40~50% 정도다. 반면 국힘 지지율은 20%대로 30%를 넘지 못하고 있다. 3주차 갤럽조사에서도 국힘 28%, 민주당 44%로 민주당 지지율이 압도적이다. 정당 지지율 무응답은 21%로 조사됐다.
3주차에서 두 정당의 지지율 격차는 7% 포인트 차이지만 전체 응답자의 50%를 차지하는 40대 이하 연령대에서 정당 지지율 변화가 없다. 변화가 있다면 정치 성향이 강한 50대 이상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3. 50대, 양당 지지율에 큰 차이 없어
50대의 정당 지지율은 국힘과 민주당이 막상막하다. 최근 6번의 조사에서 국힘과 민주당은 2승 3패 1무를 기록하고 있다. 민주당이 1승 앞선다. 3주차 갤럽조사에서는 34% 대 34%로 무승부를 기록했다. 50대에서도 정당 지지율 7% 포인트 차이를 만든 원인을 발견할 수 없다. 결론은 60대 이상에서 정당 지지율 변화를 찾아 볼 수밖에 없다.
4. 60대와 70대의 결집이 양당 지지율 격차 만들었다
정치 성향이 강하고 국힘 지지율이 압도적인 60대 이상에서 두 정당의 지지율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변화 움직임은 3월 2주차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최근 6회의 갤럽 여론조사에서 60대와 70대의 국힘 지지율은 민주당의 두 배 정도다. 그러나 2월 첫 주까지만 해도 두 배 이상 차이는 발생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2월 첫 주, 60대의 국힘 지지율은 53%, 민주당 지지율은 27%였다. 70대 이상에서는 국힘 51%, 민주당 26%를 보이고 있는 데서도 알 수 있다. 무응답은 60대가 17%, 70대 이상은 19%였다. 무응답이 다른 연령층에 비해 낮은 것도 특징이다.
그러나 국힘 전당대회 경선이 본격화한 2월 2주 여론조사에서는 60대의 국힘 지지율은 54%, 민주당 지지율은 23%로 나타났다. 국힘 지지율은 전주에 비해 1% 포인트 오르고, 민주당 지지율은 4% 포인트 하락해 두 배 이상 차이가 났다. 70대 이상에서는 국힘 지지율이 61%, 민주당 지지율은 17%로 전주에 비해 국힘 지지율은 10% 포인트 오르고, 민주당 지지율은 6% 포인트 하락했다. 결과는 3배 이상의 차이로 나타났다. 네이버 댓글 분석에서도 봤듯이 70대 이상은 댓글 참여 인원은 적어도 평균 댓글 수는 가장 많은, 정치 성향이 아주 강한 세대라 할 수 있다.
2월 3주차에서도 이 같은 현상은 계속됐다. 60대의 국힘 지지율은 56%, 민주당 지지율은 25%로 지지율에서 두 배 이상 차이가 난다. 70대 이상은 국힘 지지율 60%, 민주당 지지율 25%로 역시 두 배 이상이다. 정당 지지율 무응답은 60대는 17%, 70대는 13%에 불과하다. 갤럽 여론조사에는 60대 이상 국힘 지지층이 강하게 결집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면접원의 부주의에 의한 비표본오차 발생
면접자의 거짓응답에 의한 조사결과 왜곡
정치 성향별 지지율 분석을 해보면 60대 이상 연령층 가운데 보수층이 어떤 방식으로 여론조사에 참여하게 됐는지 짐작할 수 있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정치 성향 가운데 보수와 진보가 어느 정도 비율인지에 대한 정확한 기준은 없다. 여론조사를 분석하면서 확인 가능한 것은 진보 정권에서는 진보 성향이 우세하고, 보수 정권에서는 보수성향이 더 많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따라서 성향의 차이는 대략 2~3% 포인트 정도로 보면 된다. 갤럽 조사에서는 보수 성향과 진보 성향의 차이는 지난해에는 2~3% 포인트이던 것에서 최근 5~6% 정도 보수 성향이 많게 표집되고 있다. 실제 여론조사 3주차를 정치 성향 사례수로 보면 1000명 중 보수 성향이라고 답한 사람은 336명, 진보 성향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240명이다. 33.6% 대 24%로 그 차이가 9.6% 포인트나 된다. 이에 따라 갤럽은 가중치를 적용해 보수 성향은 319명으로 줄이고, 진보성향은 254명으로 인위적으로 늘려 그 차이를 31.9% 대 25.4%로 5.5% 포인트로 좁혔다. 보수 정권 아래에서 보수 성향 응답자가 적극적으로 여론조사에 응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론조사에는 표본오차(샘플이 1000개일 경우 표본오차 ±3.1% 포인트)만 있는 게 아니다. 비표본오차라는 것도 있다. 비표본오차는 설문지에서도 생기고, 조사원이 받아쓰기를 하다가도 실수 또는 고의에 의해서도 발생한다. 특히 중요한 것은 응답자가 거짓된 응답을 할 경우에는 짐작만 할 뿐 증거를 찾아낼 방법은 없다는 것이다.
보수성향 표본과 진보성향 표본 변화 없음
중도성향 표본에 큰 변화, 갤럽이 답해야
정치 성향별 정당지지율은 그동안 보수 성향이 결집하고 진보 성향은 느슨한 형태를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보수 성향 지지율이 올라갔거나 숫자가 늘거나 하는 변화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변화가 없다. 이러한 현상은 2월 2주차 3주차에도 마찬가지다. 보수 성향인 응답자 가운데 국힘 지지율은 69%에서 73%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진보 성향 응답자 가운데 민주당 지지율은 59%~65% 수준이다. 민주당 지지율이 최근 들어 최저점을 보였지만 예전 조사에 비해 큰 변화라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중도 성향은 큰 변화를 보이고 있다. 올해 들어 갤럽조사 중도 성향 정당지지율은 민주당이 국힘을 앞서 왔다. 크게는 10% 포인트 이상 민주당이 앞서기도 했다. 그러나 2주차부터 국힘 25%, 민주당 30%로 그 간격이 좁혀졌다. 그리고 3주차에는 국힘 29%, 민주 23%로 오히려 국힘이 5% 포인트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 부분만 놓고 보면 중도 성향이 국힘 지지로 돌아서 국힘 지지율이 올랐다고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연령별 분석에서 알 수 있듯이 지지율 변화는 주로 60대 이상에서 발생했다. 60대 이상이면서 중도 성향인 무응답층이 국힘 지지로 돌아섰다면 말이 된다. 그러나 재미있는 것은 중도 성향의 지지 정당 무응답은 여전히 42%로 지지 정당 없다가 대세다.
중도 성향 무응답층은 변화가 없는데 민주당은 지지율이 낮아지고, 국힘 지지율은 상승했다. 이는 다른 말로 표현하면 민주당을 지지하던 60대 이상 중도 성향 지지자가 대거 국힘 지지로 돌아섰다는 것을 의미한다. 60대 이상에서 정치 성향은 없는데 민주당을 지지하던 응답자가 하루아침에 국힘 지지로 돌아선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상식적이지 않다. 반대로 국힘을 지지하는 정치 성향 무응답자가 민주당 지지로 돌아서는 것도 쉽지 않다. 가끔 아들과 손자의 설득으로 할아버지나 할머니가 지지 정당과 지지 후보를 바꿨다는 ‘무용담’은 들어 봤지만 여론조사에서 천지가 개벽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
중도 성향 무응답층이 줄어들고, 국힘 지지율이 증가했다면 설명이 가능하다. 그러나 중도 성향 무당층은 늘었거나 그대로인데 국힘 지지율은 올라가고 민주당 지지율이 내려갔다는 것은 비표본오차가 발생했다는 것 외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먼저 여론조사원이 보수 성향을 중도 성향으로 체크했을 가능성이다. 여론조사 마지막 부분에 정치 성향을 묻는다. 따라서 여론조사 특성상 보수 성향 응답자가 너무 많아 중도 성향으로 분류해 버리면 이런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여론조사를 빨리 마치고 싶은데 계속해서 보수 성향 60세 이상이 응답을 하게 됐을 때 가능한 얘기다. 이는 전화 면접 조사의 단점으로 지적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게 아니라면 정치 성향이 강한 60대 이상 국힘 지지자가 여론조사에서는 중도 성향이라고 거짓 응답을 했을 가능성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우리나라 보수 성향을 가진 60대 이상은 충분히 이 정도의 전략적 판단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이 역시 민주당 지지 표본은 줄어들고 국힘 지지 표본은 증가하게 돼 정당 지지율에서 격차를 만들게 된다. 아울러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도 오르게 된다.
갤럽이 “양대 정당 괴리는 전당대회를 앞둔 화제성 견인 등과 무관치 않다”고 한 것은 바로 이런 현상을 염두에 둔 설명이라고 할 수 있다. 이재명 구속영장 청구라든가, 대통령의 '서민 경제 돌보기'가 지지율에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은 사족에 불과하다. 이재명 대표 구속영장 청구는 오히려 느슨한 진보성향 응답자들의 결집을 불러올 가능성이 더 높다고 할 수 있다.
리얼미터 3주차 조사, 보수성향 표본 110개 증가
리얼미터는 ARS로 조사를 하기 때문에 정치 성향 표본을 여론조사를 통해 고르게 표출하는 게 쉽지 않다. 응답자들이 직접 입력해 비표본오차가 감소하는 장점도 있지만 표본의 대표성은 크게 떨어진다. 여기에 응답률도 3%대여서 여론조사 결과를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다. 거짓 응답의 경우 대응할 방법이 없는 것은 전화 인터뷰 조사보다 더 심하다고 할 수 있다.
리얼미터 여론조사 표본 구성이 어떤지 살펴보자, 2월 2주차 리얼미터 여론조사(등재일 2월 10일, 전체 샘플 2506개)에서 보수 성향 샘플은 747개가 표집됐다. 리얼미터는 샘플이 많다고 판단해 717개로 줄여 여론 조사에 반영했다. 중도 성향은 1005개에서 998개로 줄이고, 진보 성향 샘플은 522개에서 538개로 늘리는 등 가중치를 적용했다. 보수 성향 표본을 줄였다는 것은 보수 샘플이 많이 표집됐다는 것을 말한다. 이를 비율로 표시하면 보수 성향은 28.6%, 중도 성향 39.8%, 진보 성향 21.5% 등이다. 보수 성향과 진보 성향 표본 차이는 7.1% 포인트다. 국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보수 성향 응답자가 적극적으로 여론조사에 응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도 정당 지지율은 여전히 민주당 42.8%, 국힘 42.5%로 오차범위 내에서 민주당이 앞서고 있다.
보수성향 표본 갑자기 110개 증가, 국힘 지지층 결집
언론의 인용이 많은 2월 3주차 여론조사(등재일 2월 17일, 전체 샘플 2504개)에서 보수 샘플은 전주에 비해 110개가 많은 827개나 된다. 당초 841개였으나 줄인 것이 이 정도다. 중도 성향은 933개를 928개로 줄이고, 진보성향 샘플은 540개를 552개로 늘렸다. 3주차는 2주차보다 보수 성향 샘플이 지나치게 많이 표집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보수 성향은 33%이고, 중도 성향은 37%, 진보성향은 22.2%에 그치고 있다. 보수 성향과 진보 성향 차이가 무려 10% 포인트 이상 벌어졌다. 3주차 여론조사 정당지지율은 국힘 45%, 민주당 39.9%였다. 8개월 만에 오차범위를 벗어나 역전됐다고 언론에서 앞다퉈 보도한 정당 지지율이다.
2주차보다 보수성향 표본이 110개나 많이 반영되면 전체 여론조사 지지율에 약 4%(3.99%) 포인트 영향을 미친다. 보수 성향의 국힘 지지율이 76.6%이므로 국힘 정당지지율을 3.4% 포인트 상승시키는 효과가 발생한다. 민주당은 1.5% 포인트 이상 지지율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연령별 분석을 할 필요도 없이 보수 성향 표본만 바로 잡으면 두 정당의 지지율 차이는 사라진다. 지금까지의 리얼미터 여론조사를 보면 중도 성향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항상 높다. 3주차도 마찬가지로 중도 성향에서 처음으로 국힘이 민주당을 앞선 갤럽조사와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이 유리한 중도 성향 표본이 대거 빠져서 보수 성향으로 옮겨가고, 진보 성향 표본이 줄어든 결과가 리얼미터 3주차 정당지지율 여론조사 결과다. 그러나 여전히 중도 성향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높게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재명 사법 리스크나 윤 대통령이 서민경제 대처를 잘해서 국힘 지지율이 증가하고 민주당 지지율이 내려간 게 아니다. 국힘 전당대회가 과열되면서 국힘 지지자들이 대거 여론조사에 참석했다는 것을 말해 준다. 한국 갤럽은 60대 이상에서 변화가 있다면 리얼미터는 30대 보수 성향 참여도가 높게 나타난다. 이준석 전 대표가 밀고 있는 천아람 후보 효과가 아닌지 조심스럽게 점쳐 본다. 결국 전당대회 컨벤션효과가 여론조사에 반영된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갤럽은 비표본오차가 발생하고, 리얼미터 조사에서 왜 보다 근원적인 표본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일까. 이는 여론조사 방법론, 다시 말해 전화인터뷰 여론조사와 ARS 여론조사의 한계를 보여준다고 하겠다. 정치 성향 조사는 변수로 마지막에 질문을 하게 된다. 모든 설문을 마친 뒤 보수 성향이라고 말해도, 조사 결과를 버리지 못하고 반영해야 한다. 따라서 ARS 여론조사에서는 표본이 모집단을 대표하기 힘들다. 갤럽 인터뷰 조사에서 발생하는 비표본오차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이야기 할 수 있다. 따라서 거듭 강조하지만 여론조사는 정확한 게 아니다. 이번 여론조사 분석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국힘 전당대회 컨벤션효과는 보수 지지층 결집이 가장 큰 원인이라는 사실이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를 두고 여러 해석을 하는 것은 자유지만 여론을 호도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미디어토마토 조사, 민주당이 국민의힘보다 앞서
리얼미터와 조사방법론과 조사 기간이 겹치는 미디어토마토 여론조사는 ARS이고, 응답률도 3%대여서 여론조사 품질은 리얼미터와 다르지 않다. 그러나 리얼미터 조사 결과로 언론이 여론몰이를 하고 있어 미디어토마토 여론조사는 인용을 하지 않았다.
미디어토마토 여론조사 결과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3.7%, 국민의힘 41.9%, 정의당 2,2%로 민주당이 오차범위 내에서 앞서고 있다. 정치 성향으로는 보수 성향이 35.3%, 진보 성향 31.5% 이고 중도 성향은 33.1%로 집계됐다. 여론조사에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미디어토마토는 정치성향 조사에서 모른다는 항목이 없어 본인이 정치 성향을 모르거나 대답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혼동을 주게 만든다. 따라서 정치 성향 조사에서는 좋은 점수를 줄 수 없다. 윤 대통령의 국정평가 지지율은 긍정이 36.4%, 부정이 61.2%로 집계됐다. 그러나 보수 언론에서 미디어토마토 여론 조사 결과를 받아 쓴 곳은 거의 없다. 리얼미터와 비슷한 시기에 실시한 여론조사지만 그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결과가 나와 외면당한 결과다. 언론이 여론조사를 대하는 태도가 어떤지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민들레 독자들은 앞으로 ARS 여론조사 결과나 응답률 6% 이하 여론조사 결과를 보게 되면 본인의 유불리를 떠나 무시하거나 참고만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